▲작년 여름 만든 뒤 한 달쯤 지났을 때의 연못 모습정판수
기온이 완연히 봄 날씨로 돌아서면서 우리 집에도 할 일이 많아졌다. 겨우내 하지 못하여 밀린 일들이 제법 널려 있어서다. 굳이 하나하나 거론할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다만 오늘(23일)은 연못 깊게 파는 일을 하기로 했다.
작년 여름, 연못을 만들기로 작정했을 때 바닥을 어떻게 할까가 가장 신경 쓰였다. 즉 물 빠짐을 막기 위해서 어떻게 하느냐는. 내가 돌아다녀 본 집의 연못 바닥은 대부분 시멘트로 발랐거나 심지어 두꺼운 비닐을 깔아 놓았었다.
@BRI@그러면 연못에서 자랄 수생식물과 물고기는 죽은 물(썩어가는 물)을 먹고 자랄 게 아닌가. 그게 썩 내키지 않아 이틀에 한 번씩 물을 대주는 일이 좀 귀찮더라도 그렇게 하기로 했다. 늘 새 물을 먹고 자라는 것과 죽은 물을 먹고 자라는 게 다를 거라는 판단 아래.
수생식물은 생각대로 잘 자라주었다. 연꽃, 수련, 생이가래, 물채송화 등이 매우 잘 자라 이웃에 분양하기도 했으니.
그러는 중에 물고기가 없으면 허전한 듯싶어 가까운 개울로 가 피라미를 잡아넣었고, 미꾸라지도 시장에 가서 1만원어치 사다 넣었다. 그런데 얼마 뒤 뱀이 드나들면서 피라미도 미꾸라지도 보이지 않아 다 잡아먹었거니 했다.
그러던 차 작년 10월 중순쯤 집을 한 열흘 비울 일이 있어 나갈 때 연못에 물 대주는 일 부탁하는 걸 그만 깜빡 잊고 말았다. 돌아왔더니 바닥이 바싹 말라 수생식물은 다 죽어가고 있었고, 물론 미꾸라지와 피라미도 전혀 보이지 않았다. 물을 다시 넣으려다 어차피 살아날 것 같지도 않은데 심정에 그만 그대로 두었다.
오늘 아침, 연못을 그대로 버려두자니 오히려 보기 흉할 것 같아 다시 제대로 만들기로 했다. 새로 만들기보다는 작년 걸 그대로 이용하되 다만 연못의 깊이만 좀 더 깊게 하기로. 속이 깊으면 이틀에 한 번씩 물을 보충해주는 대신 사흘이나 나흘에 한 번씩이면 되니 사나흘 집을 비워도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