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러, 미국 견제 위한 밀월관계 강화

중소분쟁 38주년, 이젠 새롭게... 세계 패권의 새 주인공은?

등록 2007.03.02 10:39수정 2007.03.02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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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9년 3월 2일, 우수리 강가의 작은 섬 전바오타오(珍寶島, 다만스키)에 매복하고 있던 중국 국경수비군이 소련 순찰대 30명을 사살한다. 이후 소련군은 3월 15일 현대무기를 앞세운 반격에서 중국군 800명을 전사시킨다.

이른바 ‘중소국경분쟁’으로 불리는 이 사건은 세계사의 흐름을 바꾸어 놓는 역사적인 의미를 갖기에 충분하다. 죽의장막에 쌓여있던 중국은 이 사건을 계기로 1972년 2월 미국과 국교를 수립하는 등 개방의 길에 들어서고 미국의 대소련 봉쇄정책에 동참함으로써 굳건해 보이기만 하던 냉전체제는 해체의 길에 접어든다.

그런데 40여년이 흐른 지금, 상황은 또 급변하여 중국과 러시아는 2005년 6월 2일 ‘중러동부국경보충협정’ 비준서를 교환함으로써 4300km에 달하는 국경선을 확정하고 중러간 모든 국경문제는 청산되었다고 천명하였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가 향후 경제, 군사적 협력체제를 한 단계 더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까지 다짐하고 있다. 이는 패권주의적 성향을 보이는 초강대국 미국을 견제하기 위한 중러의 전략적 선택이며 특히 중국으로서는 미국의 봉쇄정책에 대응한 효과적인 포석으로도 분석된다.

공산주의 이데올로기를 유지하면서도 계획경제를 개혁하여 새로운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중국과 사회주의 체제의 종주국인 러시아의 밀월관계는 신냉전시대가 도래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불러오고 있다.

@BRI@중국의 최고지도자들뿐만 아니라 많은 중국인들은 미국의 경제교류를 앞세운 화해 협력 제스처에 대하여 서구적 가치를 통해 중국을 화평연변(和平演變, 평화적으로 상대의 변화를 유도하는 전략)시키겠다는 전략에 불과하다고 판단한다.

그리고 주한미군의 전략적 재배치와 미일안보조약,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 티베트 망명정부 지원, 몽골에 대한 경제지원, 동남아시아국가들에 대한 국제사회에서의 지원, 중국내 인권, 환경문제 제기 등의 문제들을 미국의 대중국 봉쇄정책으로 간주하고 있다.


중국인들은 미국이 자본, 시장, 기술, 자원, 군사력, 서구적 가치 등을 통해 중국의 발전과 생존을 통제하고 봉쇄하려 한다고 인식하고 있으며, 그 봉쇄를 뚫기 위해 앞으로도 가깝게는 러시아와 인도, 멀게는 중동지역 국가들과 아프리카 등의 제3세계 국가들과 우호협력관계를 확대하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중러 국경분쟁의 긴 여정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면서 양국은 우주항공, 원자력개발 분야에서의 협력뿐만 아니라 에너지자원, 기술, 경제적 교류도 확대해 갈 것을 약속하고 있다.


신흥경제대국으로 성장하는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브릭스(BRICs)국가들과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의 전통적 강대국들 간의 양자 구조가 향후 어떻게 변화되면서 세계지배의 패권을 누가 장악하게 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국정브리핑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국정브리핑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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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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