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축제’에서 ‘다문화축제’로 변경된 이유

함께 짐을 질 동지를 찾은 축제

등록 2007.09.20 13:30수정 2007.09.20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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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용인종합운동장에서 열렸던 ‘용인다문화축제’는 기획 당시 ‘이주민축제’라는 명칭으로 문화관광부로부터 지원을 받으며 시작되었다. 용인의 경우 지난 6월말 기준으로,  1만2194명의 이주민이 거주하고 있고 이주노동자 지원단체가 주축이 되어 축제를 준비했기 때문에 ‘이주민축제’라는 명칭은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하지만 지역시민단체들과의 연대를 통해 좀 더 열린 축제, 어울림이 있는 축제로 만들어보자는 취지에서 ‘이주민축제’는 ‘다문화축제’로 자연스럽게 넘어갔다. 명칭의 변경은 축제의 주체가 이주노동자와 이주노동자 지원 단체만이 아니라, 지역시민사회단체 전반이 되었다는 것을 의미했다.

a 용인다문화축제 기획회의 모습 각 단체별 행사 준비를 점검하고 협력할 부분을 찾는 회의

용인다문화축제 기획회의 모습 각 단체별 행사 준비를 점검하고 협력할 부분을 찾는 회의 ⓒ 고기복


그렇게 진행된 축제는 대한민국의 100만 이주민, 용인의 1만 2천 이주민이 ‘이미’ 우리 안에, 우리와 함께 하고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 행사였다.

이번 축제는 저 출산, 고령 사회로 접어든 우리 사회가 좀 더 건강한 열린사회, 다문화사회로 바로 서고, 자라나는 학생들에게는 타문화에 대한 편견을 불식시킬 수 있는 좋은 교육적 계기가 되었다. 또 시민들에게는 노동력을 부르면 ‘사람’이 들어온다는 평범한 진리와 함께 이주민들을 이방인이 아닌 우리의 이웃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심적 준비를 하는 기회를 부여했다고 본다. 또한 지역 정책을 입안하고 시행하는 관계공무원들에게는 다민족·다인종사회에 요구되는 제도와 규범을 하루 빨리 정립할 시기가 되었음을 알려줬으리라 본다.

행사주최 내부의 이러한 평가 외에도, 타 지역에서 문화관광부 후원으로 유사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던 이주민 관련 행사 단체들로부터는 ‘참 좋은 선례를 남겼다’는 평을 받았고, 앞으로 행사를 준비 중인 단체들로부터는 기획단계로부터 행사를 마치기까지의 노하우를 전수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있을 만큼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그러한 성과는 밤을 새고, 머리를 싸매며 행사를 준비했던 기획팀 스태프들의 헌신과 휴일에도 근무를 시키기 원하는 고용주들의 눈총을 받아가면서까지 행사 주체로 나서줬던 이주노동자들의 열정적인 참여 외에 지역시민사회단체들의 애정 어린 관심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런 면에서 축제를 마친 지금, 자발적인 참여에 의한 ‘열정과 헌신’이 어우러진 축제는 ‘누가 10원짜리 동전 하나 그저 건네주지 않아도 쓰레기더미 위에서도 밤새 춤을 추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해줬다. 반면, 유감스럽게도 세상에는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정해진 시간마저 일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자발성과 열정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부류의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알게됐다.

a 축제에 모인 이주노동자들 행사 시작을 알리는 안내에 환호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

축제에 모인 이주노동자들 행사 시작을 알리는 안내에 환호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 ⓒ KOVA 김운성


아울러 축제가 끝난 지 열흘이 지나도록 그 뒤치다꺼리를 하고 있는 단체 입장에서는 축제 전반을 돌아볼 만한 여유마저 없을 만치 많은 일거리를 떠안겨 준 축제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향후 이러한 축제를 나 몰라라 할 수 없는 입장에서는 이주민들이야말로 우리의 문화적 토양을 비옥케 하며 함께 살아가는 존재라는 사실을 우리 사회에 계속적으로 알려나가야 한다. 그리고 그 짐은 이주민이 주체가 되고, 관련 시민사회단체를 비롯한 민관이 함께 지고 가야 할 짐이다.


이번 축제는 ‘백짓장도 맞들면 낫다’는 말이 있든, 그 짐을 나눠질 동지를 찾는 단초를 제공해 준 축제였다.
#용인다문화축제 #이주민축제 #이주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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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편견 없는 세상, 상식과 논리적인 대화가 가능한 세상,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 『내 생애 단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공저 『다르지만 평등한 이주민 인권 길라잡이, 다문화인권교육 기본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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