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이 나눠준 텐트에 기대어 놀고 있는 아이들.
조경국
동티모르는 지난 2006년 내전으로 15만 명이상의 난민이 생겼다고 했다. 내전의 발단은 군인 600명이 근무조건과 지역차별 등의 불만을 품고 군을 이탈하면서 시작되었다고. 동티모르에서는 동쪽 지역과 서쪽 지역의 갈등의 골이 상당히 깊다고 한다. 어느 나라나 지역감정이라는 게 있는 모양이다. 동티모르 사람들 역시 자신이 사는 곳이 아닌 다른 지역 사람들에게는 상당히 배타적이라고 했다.
내전으로 가장 타격을 입은 사람들이 누구인지 굳이 짚어가면 알려주지 알아도 알 수 있다. 가난하고 힘 없는 국민들 아니겠는가. 집을 잃고 길 위에 선 사람들은 난민이 될 수밖에 없다. 인도네시아로부터 힘겹게 독립을 얻어냈는데 이 나라 사람들의 비극은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허술한 쪽문을 지나 텐트촌 안으로 들어갔다. 처음에는 하얀색이거나 그 비슷한 색이었을 텐트는 때가 잔뜩 타서 지저분해 보였다. 땅바닥에서는 마른 먼지가 풀썩이고 있었다. 어느 텐트에선가는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다. 장작이 타고 있었고, 그 위에는 밑바닥이 새까맣게 그은 냄비가 올라가 있었다. 아침식사를 준비하는가 보다.
난민촌 안으로 조심스럽게 걸어 들어갔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이 사진기를 메고 나타난 낯선 이방인을 반길 것 같지 않아서였다. 하지만 그것은 기우였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낯선 사람들의 출현을 재미있어 하는 것 같았다. 특히 어린아이들은 환하게 웃거나 수줍은 미소를 띠면서 우리를 반겼다.
텐트 앞에서 열 살쯤 되어 보이는 소년 하나가 교복을 입고 있다가 우리와 시선이 마주치자 활짝 웃어 준다. 이 아이, 운동화에 양말까지 신었다. 처음에는 몰랐지만 동티모르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엄지발가락을 끼우게 되어 있는 슬리퍼를 신고 있었다. 어른이나 아이, 남자, 여자 할 것 없이. 그나마 슬리퍼라도 신고 있으면 다행이다. 산간지역의 아이들은 맨발이 더 많았다.
교복을 입고 학교에 가는 아이들은 이후에도 많이 보았다. 동티모르의 초등학교 취학률은 90%가 넘는다고 했다. 하지만 중학교는 절반으로 줄어들고, 고등학교는 중학교의 절반으로 진학률이 줄어든단다. 사립대학을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학비가 면제된다지만 학교에 다니려면 수업료 이외에도 돈이 들 수밖에 없는 현실 때문에 진학을 포기하는 것이 이들의 현실이다.
딜리 시내 곳곳 난민 캠프, 내전 상처 아직 깊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