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마디 한자말 털기 (50) 결하다缺

[우리 말에 마음쓰기 467] ‘통일을 결할 우려’, ‘자기제어를 결할 도그마’ 다듬기

등록 2008.11.05 11:39수정 2008.11.05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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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통일을 결할 우려

 

.. 집필자의 개인차를 어찌할 수 없어서 전편을 통하여 통일을 결할 우려가 다분히 있었던 것이다 ..  <과학실험도해 대사전-생물실험편>(대한과학도서간행회,1962) 번역자 말

 

“집필자(執筆者)의 개인차(個人差)”는 “글쓴이가 달라”나 “글쓴이가 많아”로 손봅니다. “전편(全篇)을 통(通)하여”는 “책을 통틀어”나 “처음과 끝이”로 다듬고, “통일(統一)을 결(缺)할”은 “통일되지 않을”이나 “앞뒤가 어긋날”이나 “앞뒤가 안 맞을”로 다듬습니다. ‘우려(憂慮)’는 ‘걱정’으로 손질하고, ‘다분(多分)히’는 ‘적잖이’나 ‘여러모로’로 손질하며, “있었던 것이다”는 “있었다”로 손질합니다.

 

 ┌ 결(缺) : 빠져서 부족함

 │  - 25명 정원에 한 명 결이다

 ├ 결하다(缺-)

 │  (1) 갖추어야 할 것을 갖추지 못하다

 │   - 구비 조건을 결한 서류 / 보편타당성을 결하지 않았나

 │  (2) 해야 할 것을 하지 않다

 │   - 강의를 결하다 / 근무를 결하다

 │  (3) 있어야 할 것이 빠져 있거나 부족하다

 │   - 신언서판 한 가지도 결한 것이 없는 인물이다

 │

 ├ 통일을 결할

 │→ 통일이 안 될

 │→ 통일되지 않을

 │→ 앞뒤가 서로 어긋날

 │→ 앞뒤가 어울리지 않을

 │→ 앞뒤가 안 맞을

 │→ 군데군데 어그러질

 └ …

 

요사이는 거의 쓰이지 않는 외마디 한자말 ‘缺하다’입니다. 일제강점기 때에나 쓰던 말, 낡은 옛 한문 투로 이야기를 하던 남자 어르신이나 쓰던 말임을 차츰차츰 깨달으면서, 토박이말 ‘잃다’나 ‘없다’를 되찾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군대를 비롯한 ‘군대를 닮은’ 사회 곳곳에서는 ‘缺’이라는 말을 붙잡고 있습니다. 한 사람이 빠지거나 없거나 모자라면 ‘빠짐’이나 ‘없음’이나 ‘모자람’이라 하면 넉넉한데, 꼭 ‘일결(一缺)’처럼 쓰고 있거든요.

 

 ┌ 구비 조건을 결한 서류 → 갖출 조건을 잃은 서류 / 조건을 못 갖춘 서류

 ├ 보편타당성을 결하지 → 보편타당성을 잃지

 ├ 강의를 결하다 → 강의를 빠지다 / 강의를 빼먹다

 ├ 근무를 결하다 → 근무를 빠지다 / 일을 안 하다

 └ 한 가지도 결한 것이 없는 → 한 가지 빠짐도 없는 / 한 가지도 빠지지 않는

 

찬찬히 돌아보면, 거의 몰아낸, 아니 거의 말끔히 씻어낸 말씀씀이입니다. 우리한테는 누구나 손쉽고 알맞게 쓸 말한 낱말이 골고루 있음을 깨달아서 거의 다 털어낸 말투이기도 합니다. 다만, 젊은 사람과 어린 사람이 알맞게 말을 하고 글을 쓴다고 하여도, 젊거나 어린 사람은 나이든 분들한테 배우는 한편, 나이든 이들이 쓴 글을 읽고 펼치는 말을 듣습니다. 이때, 나이든 분들이 당신들 말투와 글투를 알뜰히 다스리거나 가다듬지 않는다면, 젊은이와 어린이는 당신들 얄궂은 말투와 글투를 고스란히 배우거나 익히거나 물려받습니다.

 

젊은이는 젊은이대로, 어린이는 어린이대로 올바르면서 살갑고 아름다운 말과 글을 익히고 나누면서 살아야 합니다. 그리고 나이든 이는 나이든 이대로 ‘이제 곧 죽을 나이인데 뭐하러 말을 또 배워?’ 하는 생각을 털어 버리면서, ‘나는 곧 죽더라도 나와 마주할 사람들이 내 말투에 영향을 받을 수 있음’을 생각하면서, 마지막 눈을 감는 그날까지 애쓸 수 있어야 합니다. 숟가락을 놓는 그날까지 먹는 밥은, 몸에 힘이 돌게 하는 밥이거든요. 입을 다물게 되는 그날까지 읊는 말은, 내 이웃과 둘레한테 좋게든 나쁘게든 영향을 끼치거든요.

 

ㄴ. 자기제어를 결한 도그마

 

.. 이러한 태도는 상식이나 이성적ㆍ경험적 자기제어를 결한 도그마이며, 1950년대와 1960년대의 대실패와 기근이 왜 일어났는지를 설명해 준다 ..  <티베트, 말하지 못한 진실>(폴 인그램/홍성녕 옮김, 알마, 2008) 121쪽

 

‘태도(態度)’는 ‘모습’으로 다듬습니다. ‘도그마(dogma)’는 글흐름을 헤아렸을 때 ‘고집’이나 ‘엉터리’나 ‘잘못’으로 손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1960년대의 대실패(大失敗)와 기근(飢饉)이”는 “1960년대에 큰 실패와 굶주림이”으로 손보거나 뒷말을 묶어서 “1960년대 왜 크나크게 쓴맛을 보고 굶주림에 시달렸는지를”로 손봅니다. ‘설명(說明)해’는 ‘이야기해’나 ‘말해’나 ‘보여’로 고쳐씁니다. 그나저나, “이성적ㆍ경험적 자기제어”란 무엇을 가리키는지 궁금합니다.

 

 ┌ 자기제어를 결한

 │

 │→ 자기제어를 잃은

 │→ 자기를 다스리지 못하는

 └ …

 

아무래도 자기 스스로를 다스리지 못해서, 자기를 다스리는 마음결이나 몸가짐을 잃어서, 삶뿐 아니라 말도 어그러지지 않느냐 싶습니다. 어긋나고 뒤틀리고 비틀리지 않느냐 싶습니다.

 

생각과 말과 몸짓이 따로가 아닙니다. 생각과 말과 몸짓은 하나입니다. 생각이 바를 때 말이 바르고, 말이 바를 때 몸짓이 발라서 삶이 바르게 나아갑니다. 삶이 바를 때 몸짓도 바르며, 몸짓이 바를 때 말과 생각도 바르게 뻗어나가요.

 

내 일을, 내 놀이를, 내 동무를, 내 이웃을, 내 몸뚱이를, 내 터전을, 내 땅을, 골고루 돌아보면서 껴안을 노릇입니다. 내 말 한 마디는 내 일 모두이며, 내 글 한 줄은 내 삶 모두인 한편, 내 말씀씀이는 내 동무 모두이고, 내 글매무새는 내 삶터 모두입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2008.11.05 11:39ⓒ 2008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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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마디 한자말 #한자 #우리말 #우리 말 #국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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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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