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신은 없을 겁니다"

무신론 옹호 버스광고, 영국·스페인 등 유럽 각국으로 확산조짐

등록 2009.01.16 15:21수정 2009.01.16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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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스페인 등 버스에 무신론 광고 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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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에 부착한 무신론 광고 <만들어진 신>의 저자 리차드 도킨스 교수가 '아마도 신은 없을 것이다. 걱정 말고 인생을 즐겨라'라는 광고가 부착된 버스에 올라 서있다. ⓒ 영국휴머니스트협회 홈페이지


대표적 진화생물학자이자 베스트셀러 <만들어진 신>으로 전세계적으로 무신론 논쟁을 일으킨 영국 옥스퍼드대 리처드 도킨스 교수가 또 한번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다. 그가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영국인본주의자협회(British Humanist Association, 이하 BHA)의 무신론 광고가 영국은 물론 유럽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이에 기독교계도 맞대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BHA는 작년 12월 말부터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즈 등 영국 전역을 운행하는 버스 중 800대에 '아마도 신은 없을 것이다. 걱정 말고 인생을 즐겨라'(There’s probably no God. Now stop worrying and enjoy your life)라는 광고를 부착했다.

버스 광고를 위해 BHA가 모금한 금액은 14만 파운드(한화 약 2억8천4백만 원)였고 이 중 리차드 도킨스가 5500파운드(한화 약 1100만원)를 기부했다. 영국의 <선데이 헤럴드>는 지난 1월 9일자 온라인판에서 BHA의 광고가 영국 전역에서 화제를 모으자 가톨릭 국가인 스페인에서도 무신론자들이 유사한 버스 광고를 내보냈다고 보도했다.

<선데이 헤럴드>는 또 영국 BHA의 문구를 스페인어로 번역한 이 광고는 스페인 무신론자연합과 자유사상가협회(Union of Atheists and Freethinkers)가 주관하는 것으로 바르셀로나에서 시작해 향후 수도 마드리드를 비롯해 발렌시아, 세빌리야, 사라고사, 빌바오 등 스페인 주요 도시에서 선보일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무신론 광고가 확산되는 것에 대해 영국 감리교회는 "신에 대한 이야기가 화제가 되는 것은 좋은 일"이라며 환영의 뜻을 표명했지만 로마 교황청 폴 푸파르(Paul Poupard) 추기경은 "어리석고, 무의미하며, 터무니없는 짓"이라고 비판했다고 <선데이 헤럴드>는 덧붙였다.

전쟁, 테러 유발 근본주의 종교에 대한 반감으로 무신론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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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론 광고버스 운행지역 영국 휴머니스트협회(BHA)가 밝힌 무신론 광고버스 운행지역. 영국 전지역을 포괄하고 있다. ⓒ 영국휴머니스트협회 홈페이지

이번 광고를 주관한 BHA는1896년 창립했으며 현재 회원은 약 6천5백 명이다. 회원들은 주로 과학, 인문계통에 종사하는 지식인들로 구성되었으며 의회에도 100명 이상의 의원이 지지그룹을 형성해 성공회가 국교인 영국에서 무종교인들의 권익을 돕고 있다.

영국에서 무신론자들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것은 9·11사태 이후 기독교 근본주의, 이슬람원리주의 등 종교 근본주의가 득세하면서 이라크 전쟁이 발발하고 그 여파로 2005년 런던에서 폭탄테러로 52명이 사망하자 기성종교에 대한 반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영국은 존 로크, 아이작 뉴턴을 배출한 계몽주의와 과학혁명의 종주국이면서 올더스 헉슬리, 버트란트 러셀, 버나드 쇼 같은 유명인사가 무신론 운동을 이끌면서 대중들에게 무신론이 익숙한 상태다. 리차드 도킨스는 지난 해 10월 BBC와 한 인터뷰에서 "종교는 세금감면, 노력없는 존경, 공격당하지 않을 권리, 어린이들을 세뇌할 권리 등에서 무임승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재 영국에서는 회개한 기독교인들을 뜻하는'거듭난 기독교인'(born-again Christian)에 빗대 '거듭난 무신론자'(born-again Atheist) 같은 문구를 티셔츠나 자동차 범퍼에 붙이고 다니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무신론자들은 또 상대에게 공격적인 인상을 준다는 이유로 자신들을 인본주의자(Humanist), 세속주의자(secularist), 합리주의자(rationalist)로 부르고 있으며 최근에는 '똑똑한 자'(bright)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리차드 도킨스도 이를 선호하고 있다.
#리차드 도킨스 #버스광고 #무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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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모.함석헌 선생을 기리는 씨알재단에서 홍보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씨알정신을 선양하고 시민사회발전에 기여하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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