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 없애야 말 된다 (209) 시대적

― ‘ 시대적인 정확한 정보, 역사적 고증’ 다듬기

등록 2009.05.20 14:57수정 2009.05.20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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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대적인 정확한 정보

 

.. "최 선생님 말씀은 시대적인 정확한 정보, 역사적 고증, 그런 것이 안 되어 있으면 역사동화가 아니다, 로 들리는데…" ..  〈동화읽는가족〉(푸른책들) 26호(2005.가을) 108쪽

 

 '정확(正確)한'은 '올바른'이나 '바른'으로 다듬습니다. "역사적 고증(考證)"은 "역사에 따라 살피기"나 "역사를 제대로 헤아리기"로 손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또는 "역사 고증"이나 "역사 살피기"나 "역사 돌아보기"로 손보면 어떠할는지요.

 

 ┌ 시대적(時代的) : 그 시대에 특징적인

 │   - 시대적 분위기 / 시대적 과제 / 시대적인 배경 /

 │     참여 문학이 시대적으로 요구되다

 ├ 시대(時代)

 │  (1) 역사적으로 어떤 표준에 의하여 구분한 일정한 기간

 │   - 봉건적 시대 /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도

 │  (2) 지금 있는 그 시기. 또는 문제가 되고 있는 그 시기

 │   - 시대에 뒤떨어지다 / 비전이 있는 사람만이 시대를 앞서 간다

 │

 ├ 시대적인 정확한 정보

 │→ 시대를 알려주는 올바른 정보

 │→ 어느 때인지 밝히는 올바른 정보

 │→ 어떠한 때인지 올바로 밝히는 정보

 └ …

 

 "시대적인 정보"는 시대적인 정보일 뿐이라고 생각할 분이 많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렇게 쓰는 말은 이렇게 쓰는 말일 뿐, 굳이 달리 풀어내거나 솎아내야 할 까닭을 못 느낄 분이 많지 않으랴 싶습니다. 한 시대가 흘러가는 일을 놓고 "시대 흐름"이라 않고 "시대적 흐름"이라 말하는 분이 꽤 많기 때문입니다.

 

 ┌ 시대적 분위기 → 시대 분위기 / 시대 느낌 / 어느 때 느낌

 ├ 시대적 과제 → 시대 과제 / 어느 때에 풀어야 할 일

 ├ 시대적인 배경 → 시대 배경 / 어느 때 모습

 └ 시대적으로 요구되다 → 이 시대에서 바라다 / 이즈음 바라게 된다

 

 국어사전 보기글에 나오는 "봉건적 시대" 같은 자리에서 '시대'는 그대로 살릴 때가 한결 나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봉건적 시대"와 "봉건 시대"는 어떻게 갈라질까요. 둘을 두 가지 쓰임으로 갈라서 써야 할 까닭이 따로 있을까요. 우리는 왜 '-적'을 붙이기도 하고 안 붙이기도 하면서 우리 느낌과 생각을 담아낼까요.

 

 ┌ 어느 시대 (x)

 └ 어느 때 (o)

 

 한자말이기에 안 써야 하는 말이 아닙니다. 우리 삶에 살뜰히 녹아나기 어려운 낱말은 안 써야 할 뿐입니다. 그리고 우리 삶에 녹아들기는 하지만 우리 삶을 비틀거나 흔드는 낱말은 안 쓸 때가 한결 낫습니다. 남들이 쓴다고 따라서 써야 하는 말이 아니요, 어떤 지식을 얻자면 어쩔 수 없이 익혀야 하는 말이 아닙니다. 우리 스스로 알차고 아름다이 쓸 말을 꾸준히 찾아야 하며, 우리 삶과 넋을 살찌우는 지식이 되도록 '지식을 담은 말'과 '지식을 다루는 말'을 차근차근 가다듬어야 합니다.

 

 ┌ 시대에 뒤떨어지다

 └ 흐름에 뒤떨어지다

 

 "시대적 분위기"와 "시대 분위기"를 나란히 놓고 생각에 잠깁니다. "시대적인 배경"과 "시대 배경"을 함께 놓고 생각에 빠집니다. 두 가지 글월은 얼마나 달라야 하며, 얼마나 다른 자리에 쓰여야 할는지 궁금합니다. 우리 스스로 이런 글월을 왜 쓰게 되는지 궁금합니다.

 

 써야 할 자리에 알맞게 쓰고 있는 글월인지, 써야 할 때에 알맞게 쓰고 있는 글발인지, 써야 할 흐름에 알맞게 쓰고 있는 글투인지 궁금합니다.

 

 ┌ 비전이 있는 사람만이 시대를 앞서 간다

 └ 꿈이 있는 사람만이 오늘을 앞서 간다

 

 국어학자가 국어사전에 실어 놓은 보기글을 보니 '비전(vision)'이라는 영어가 보입니다. 아마 이 영어를 쓰는 분들은 토박이말 '꿈'도, 한자말 '이상'도 그리 알맞지 않다고 느끼지 않았으랴 싶습니다. 아니, '비전'은 '꿈'이나 '이상'하고는 사뭇 다른 낱말이라고 여기지 않았으랴 싶습니다.

 

 어쩌면, 이런 생각줄기에 따라서, '꿈'은 '비전'하고 다르기 때문에 이제는 '꿈'이라고 안 하고 '비전'이라고만 한다고, 또 '이상'이나 '전망'이나 '희망' 같은 한자말로도 우리 뜻과 느낌을 실어낼 수 없다고 느끼기 때문에 영어 '비전'을 쓸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이런 생각줄기는 "시대적 분위기"면 시대적 분위기이지, 왜 '-적'을 털어내야 하느냐고 따지는 손가락질로 이어지리라 봅니다.

 

 넋을 잃으니 생각을 잃고, 생각을 잃으니 말을 잃습니다. 그러면 말을 잃은 다음에는? 넋도 생각도 말도 잃은 우리들이 나아갈 길은?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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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20 14:57ⓒ 2009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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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 #적的 #우리말 #한글 #국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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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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