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위원장, 췌장암이 사실이라면?

[뉴스 속 건강 89] 췌장암, 주요 암 중 생존율 가장 낮아

등록 2009.07.16 09:06수정 2009.07.16 09:06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기존에 알려진 뇌졸중 외에 췌장암에 걸린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김 위원장이 췌장암에 걸린 것으로 진단된 시기는 지난해 뇌졸중 판명 때와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대해 통일부 관계자는 김 위원장의 췌장암 발병 소식에 대해 "확인해 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며 신중히 접근하고 있지만, 김 위원장의 췌장암 발병 소식이 알려진 지난 월요일 국내 주식시장은 폭락하였고, 한국의 신용위험 정도를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왑(CDS)프리미엄도 폭등하는 등 김 위원장의 췌장암 발병 소식에 국내 주식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하였습니다.

a

김정일 위원장이 올해 1월 23일 평양 백화원 국빈관에서 왕자루이(王家瑞)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을 접견하기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 북한주재 중국대사관


김 위원장의 췌장암, 사실이라면?

최근의 의학기술은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정기 검진 등 조기 검진의 영향으로 암을 조기에 발견하는 경우도 높아지고 있고, 암의 완치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5년 생존율을 보더라도 대부분의 암에서 5년 생존율이 상승하고 있습니다.

갑상샘에 생기는 암의 경우 일부 갑상샘 암을 제외하고는 '암'이라는 수식이 부끄러울 정도로 5년 생존율이 98.5%에 이르는 경우도 있고, 여성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던 유방암도 5년 생존율이 1990년대 초중반 78%에서 2000년대 초반 87.3%까지 증가하는 등 완치에 가까울 정도로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눈부시게 발전하는 암 치료기술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일부 암들은 치료하기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폐암이나 췌장암 등이 비교적 우리에게 익숙하면서도 5년 생존율이 낮은 암입니다. 이들 암의 5년 생존율은 폐암이 15.5%, 췌장암은 7.8%로 매우 낮습니다. 이중 췌장암은 인체에서 발생하는 암 중에서 가장 예후가 불량한 암으로 악명을 떨치고 있습니다.


송시영 연세대 신촌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췌장암에 대해 "대부분 병이 진행돼서야 발견되기 때문에 수술을 통해 암을 완전히 제거할 수 있는 경우는 10% 내외에 불과하다"면서 "설령 수술로 암을 완전히 제거할 수 있는 경우라도 재발율이 매우 높아서 2년 생존율이 10% 내외에 불과하다"고 설명합니다. 만약 김 위원장의 췌장암 소식이 사실이라면 다른 어떤 암들에 비해서도 힘든 암에 걸린 것입니다.

a

주요 암의 5년 생존률 추이 주요 암의 5년 생존률이 증가추세이지만, 췌장암은 5년 생존률이 답보상태입니다. ⓒ 국가암정보센터


췌장암, 왜 불치의 병일까?

현대 의학의 눈부신 발전에도 불구하고 5년 생존율이 낮은 암들은 왜 생존율이 높아지지 않을까요? 이들 암의 공통점은 조기에 발견하기가 쉽지 않고 인접 장기로 전이되는 속도가 다른 암들에 비해 빠르다는 것입니다.

췌장은 배의 깊숙한 곳에 위치해 있고, 주변에 매우 중요한 혈관들이 인접해 있기 때문에 암의 크기가 비록 크지 않더라도 주변 혈관을 침범하여 수술을 할 수 없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췌장암을 진단할 당시에 소위 말하는 암의 3~4기에 속하게 되는 경우가 많고, 수술을 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췌장암은 진단 당시에 이미 초음파검사나 전산화단층촬영에도 나타나지 않는 작은 크기의 전이가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그러므로 검사자 처지에서는 전이되지 않은 췌장암을 조기에 진단하는 것이 백사장에서 바늘을 찾는 것과 같은 심정인 것입니다.

한편 췌장암의 증상이 비특이적인 것도 조기발견을 가로막는 장애물입니다. 일반적으로 췌장암이 나타난 경우 배가 아프거나 체중이 감소하는 등의 증상이 나타납니다. 복통과 구역질도 대표적인 증상이고, 피로감과 식욕부진도 비교적 흔한 증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췌장암 이외에도 수많은 경우에서 이와 같은 증상이 나타납니다. 만약 이런 증상이 나타난다고 모두 췌장암을 의심하고 초음파 검사나 CT검사를 일삼는다면 한국의 의료비 지출은 천정부지로 올라갈 것입니다.

의료인들이 췌장암이라는 것을 의심할만한 증상은 눈이나 몸이 노랗게 변하는 황달 증상이 나타날 때입니다. 이것은 암덩어리가 담즙을 배출하는 담도를 막아서 생기는 것인데, 이 경우 췌장의 머리부분에 암이 생겼다는 것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약 70% 이상의 췌장암이 췌장의 머리부분에 생기기 때문에 체중이 감소하고 배가 아프면서 황달 증상이 온다면 췌장암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입니다. 이렇게 암덩이가 담도를 막아 담즙이 배출되지 못하게 되면 회색변을 보게 되고, 소변도 짙어지면서 전신에 가려움증을 느끼게 됩니다.

그러나 이런 증상이 나타날 경우라면 대부분 암이 어느정도 진행된 상태이기 때문에 인접 장기로 전이될 가능성도 높고, 이후에도 회복될 가능성이 떨어집니다.

췌장암, 걸리지 않으려면?

a

흡연은 췌장암의 위험을 약 2~3배 정도 높입니다. ⓒ 오마이뉴스 안홍기

진단을 받으면 5년 생존율 7.6%에 불과한 췌장암을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췌장암에 걸리지 않도록 위험인자를 피하는 것입니다.

의학적으로 잘 알려진 췌장암의 원인으로 흡연과 비만, 당뇨 등 생활습관을 개선하면 막을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이밖에 만성 췌장염이 암으로 진행되는 경우도 있는데, 췌장염이 췌장암 발병 위험을 6~10배 높인다는 연구결과도 있는 것을 보면 만성 췌장염의 대표적 원인인 음주도 절제해야 하겠습니다.

췌장암을 치료하는 유일한 방법은 췌장을 수술로 절제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절제술은 조기진단이 쉽지 않기 때문에 전체 췌장암 환자의 15%만 가능할 정도입니다. 수술을 하더라도 환자의 75%는 재발하는 경우가 많을 정도로 예후가 좋지 못합니다. 이미 다른 장기로 암세포가 전이된 환자는 치료를 받아도 6~8개월밖에 살지 못하기 때문에 현대 의학이 정복하기 가장 힘든 암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항암제를 이용한 치료가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반응률이 20% 미만이어서 큰 도움을 받지 못합니다. 수술로 췌장의 일부나 모두 제거하면 소화기능이 떨어지고 인슐린 분비가 되지 않아 당뇨병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수술을 하게 되더라도 예후는 좋지 않은 질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췌장암 환자는 다른 어떤 암에 비해서도 매우 심한 통증을 호소하게 됩니다. 송시영 교수는 "통증의 치료를 위해 새롭게 개발된 진통제의 사용은 물론, 복강신경총 차단술이나 내장신경 차단술이 널리 사용되고 있다" 면서 수술을 할 수 없는 환자들에게는 통증을 경감시키는 수술로 환자들의 통증을 줄인다고 설명합니다.

김 위원장의 췌장암 발병 소식이 사실이라면 한반도 정세의 예측 불가능성이 높아질 확률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김 위원장의 건강 상태를 지켜보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것 같습니다.
#췌장암 #김정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복수면허의사(의사+한의사). 한국의사한의사 복수면허자협회 학술이사. 올바른 의학정보의 전달을 위해 항상 고민하고 있습니다. 의학과 한의학을 아우르는 통합의학적 관점에서 다양한 건강 정보를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이사 3년 만에 발견한 이 나무... 이게 웬 떡입니까
  2. 2 '내'가 먹는 음식이 '우리'를 죽이는 기막힌 현실
  3. 3 도시락 가게 사장인데요, 스스로 이건 칭찬합니다
  4. 4 장미란, 그리 띄울 때는 언제고
  5. 5 '입틀막' 카이스트 졸업생 "석유에 관대한 대통령, 과학자에게도..."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