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홈스에 맞먹는 탐정들, 여기 모였다

[리뷰] 코난 도일 외 <셜록 홈스의 라이벌들>

등록 2011.11.10 14:03수정 2011.11.10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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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셜록 홈스의 라이벌들> 겉표지

<셜록 홈스의 라이벌들> 겉표지 ⓒ 비채

셜록 홈스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작품집의 제목을 보고 의아해할지 모르겠다. 셜록 홈스에게 라이벌이 있었던가?

키가 크고 깡마른 체격에 파이프를 입에 문 매부리코의 남자, 셜록 홈스는 탐정의 프로토타입(원형)이 돼버린 인물이다. 어떤 사람들은 셜록 홈스가 실존 인물이라고 알고 있을 정도니…. 인류가 만들어낸 수많은 가상인물 중에서 셜록 홈스만큼 유명한 인물도 몇 되지 않을 것이다.


셜록 홈스는 이후 범죄소설에 등장하는 많은 탐정과 형사들에게 영향을 끼쳤고, 당대의 다른 작가들에게도 자극이 됐다. 셜록 홈스를 창조한 작가 코난 도일과 동시대에 살았던 추리 작가들 중에는 '나도 저런 탐정을 한 명 만들어보자!'라고 생각한 사람들도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그런 탐정들을 셜록 홈스의 '라이벌'이라기보다는 '후계자'라 부르고 싶다. 라이벌로 분류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셜록 홈스라는 절대 강자의 존재감이 너무나도 커다랗기 때문이다.

셜록 홈스와 동시대에 활약했던 탐정들

아무튼 <셜록 홈스의 라이벌들>은 바로 그런 인물들이 등장하는 단편추리집이다. 이중에서 가장 독특한 인물이 바로 브레트 하트가 창조한 '헴록 존스'라는 이름의 탐정이다. 이 이름은 셜록 홈스의 철자를 교묘하게 바꿔서 만들어낸 것이다. 추리작가 엘러리 퀸은 헴록 존스를 가리켜서 '최고의 홈스 패러디'라고 평가했다고 한다.

패러디의 산물이기 때문인지, 작품 속 헴록 존스의 모습은 약간 우스꽝스러운 면이 있다. 셜록 홈스는 진지하게 사물을 보고 사건을 상대했지만, 헴록 존스는 자신이 물건을 도난당했다고 호들갑을 떨며 엉뚱한 사람을 범인 취급한다.


반면 셜록 홈스처럼 진지하고 영리한 탐정도 있다. 대표적인 탐정이 바로 '구석의 노인'과 '생각하는 기계' 밴 듀슨 교수다. 구석의 노인의 실제 이름이 무엇인지는 작품 속에서 밝혀지지 않는다. 처음부터 끝까지 구석의 노인으로 묘사되는 그는 현재 진행 중인 사건을 추적하지 않는다.

대신 과거에 벌어졌지만 해결되지 못한 사건을 다룬다. 그는 사건현장에서 뛰어다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찾아온 여기자에게 그 사건에 대해 장황하면서도 논리적으로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과거의 일을 파헤치는 것이기 때문에 그의 추리가 맞는지의 여부는 확인할 길이 없다. 그래도 구석의 노인은 자신의 추리가 진실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밴 듀슨 교수는 구석의 노인과는 다르다. 밴 듀슨 교수는 체스를 배운지 얼마되지 않아 세계 체스 챔피언을 꺾는 괴력을 발휘한다. 그때 패배한 챔피언이 밴 듀슨 교수를 가리키며 '당신은 두뇌기계, 생각하는 기계야'라고 감탄한다. 그래서 밴 듀슨 교수에게 '생각하는 기계'라는 별명이 붙게 됐다.

별명처럼 밴 듀슨 교수는 사건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몇 가지 사실을 조사한 후에 생각만으로 범인의 정체와 사건의 진상을 밝혀낸다. 그의 사고력은 주위사람들에게 놀라움의 대상이지만 막상 자신에게는 그저 자연스러운 능력일 뿐이다. 그는 사건을 해결한 후에 '2 더하기 2는 언제나 4야'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30편의 흥미진진한 단편 추리소설

<셜록 홈스의 라이벌들>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이 모두 탐정인 것만은 아니다. 그중에는 마치 아르센 뤼팽을 연상시키는 신사 도둑 '래플스'도 있다. 그는 전문 도둑이지만 냉혹한 악당은 아니다.

래플스는 "흥분, 낭만, 위험과 함께하는 삶이 이루어질 수 있는데, 왜 평범한 직업에 정착해야 하지?"라고 친구에게 묻는다. 그 친구 역시 래플스의 꼬임에 넘어가 공범의 길을 걷게 되지만 차츰 그 일에서 매력을 느낀다. 악마가 있는 곳에 갔다면 돌아올 수 없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러고 싶지 않은 법이다.

이외에도 이 단편집에는 셜록 홈스와 동시대에 활약했던 많은 탐정과 기인들이 등장한다. 고전 추리소설, 그중에서도 단편을 선호하는 독자에게 이 작품집은 최고의 선택이 될 것이다. 장편이든 단편이든 그것을 떠나서, '범죄가 곧 모험'인 세상의 이야기를 읽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덧붙이는 글 | <셜록 홈스의 라이벌들> (코난 도일 외 지음 | 정태원 옮김 | 비채 | 2011.07 | 2만4000원)


덧붙이는 글 <셜록 홈스의 라이벌들> (코난 도일 외 지음 | 정태원 옮김 | 비채 | 2011.07 | 2만4000원)

셜록 홈스의 라이벌들

아서 코난 도일 외 지음, 정태원 옮김,
비채, 2011


#셜록 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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