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명 조교가 외칩니다. “엎드려! 하나에 ‘양심을’, 둘에 ‘속이지 말자’ 하나! 둘!”
MBC
"천정명이 실제로 보니까 별로던데, 그지?""야, 천정명이다. 천정명...""실제로 보니까 별롭니다."
서경석과 두 친구가 병영 내무반에서 쑥덕거립니다. 그러다 정말로 조교 모자를 정연히 쓴 천정명이 보무도 당당하게 등장합니다. 그들의 쑥덕거림에 찬물을 끼얹는 천정명 조교의 한 마디 말.
"방금 조교가 잘못 들은 것 같은데... '천정명'이라 한 사람 나와!"모두가 얼음이 됩니다. 서경석이 손을 들까 말까 하다 결국 들지 못합니다. 그 위세가 여간해야지요. 침을 꼴깍 넘깁니다. 천정명 조교가 다그칩니다. "다시 한 번 기회 준다. 셋 셀 동안 나와! 하나, 둘, 셋!" 결국 아무도 나오지 않습니다. 서슬 퍼런 명령이 떨어집니다.
손자 녀석의 엎드려 뻗쳐, 벌주는 거 아니랍니다"엎드려! 하나에 '양심을', 둘에 '속이지 말자' 하나! 둘!""나는 민간인 천정명이 아닌, 조교 천정명이다." 목소리가 작다고 또 엎드려뻗쳐를 시킵니다. 이어 웃었다고 또 엎드려뻗쳐를 시킵니다. MBC <진짜사나이> 병영체험 프로그램의 한 장면입니다. 엎드려뻗쳐, 학창시절과 군대시절 참 잊을 수 없는 기합입니다. 그때는 그리도 지옥 같더니 이젠 아스라한 추억이 되었습니다. 요즘처럼 '인권'이니 '체벌'이니 하는 말이 뭔지도 모르던 때였기에 엎드려뻗쳐가 가장 수위 낮은 기합이었습니다.
그런데 제 손자 녀석이 시키지도 않은 엎드려뻗쳐를 시도 때도 없이 합니다. 힘들까봐 하지 말라고 말려도 말을 듣지 않습니다. 하긴 말귀를 알아들을 연세(?)가 못되니까요. 이제 6개월을 넘겨가고 있습니다. 요새 팔과 다리에 힘이 좀 생기는 모양입니다. 힘이 남아 도니 별짓을 다합니다.
요새 사람들은 '뻘짓'이라고 하지요. 원래 '뻘짓'은 전라도 사투리로 '허튼짓'을 말하는데 어찌하다 젊은이들 사이에 통용어가 된 모양입니다. 서준이 녀석 뻘짓 중에 가장 황당한 뻘짓이 바로 '엎드려뻗쳐'입니다. 아이에게는 먹는 일, 싸는 일, 우는 일, 웃는 일, 침 흘리는 일 등이 뻘짓이 아닌 일이겠지요. 그런 아이의 주된 사무(?)를 보지 않을 때는 어김없이 엎드려뻗쳐 자세를 취하는 겸손한 손자 녀석이 참 귀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