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의 범죄소설을 세계에 알린 작가

[장르소설의 작가들 17] 에를렌두르 시리즈의 아날두르 인드리다손

등록 2016.04.06 09:15수정 2016.04.06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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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어디에나 범죄는 있고 살인도 있다. 그래서인지 각국의 범죄소설을 읽다보면 여러 나라의 풍경과 사람들을 간접적으로 접하게 된다. 조금 과장해서 표현하자면 범죄소설을 통해서 여러 나라들을 여행하는 셈이다.

범죄소설이 시작된 영국과 미국의 작품들은 기본이고, 최근에는 범죄소설의 변방으로 알려졌던 북유럽을 포함해서 많은 나라의 작품들이 국내에 소개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호주(<브로큰 쇼어>), 프랑스(<트라이던트>), 스웨덴(<밀레니엄>), 아일랜드(<양치기 살해사건>), 노르웨이(<스노우맨>) 등이다.


왠지 평화로워 보일 것 같은 북유럽에서도 잔인한 살인사건들은 발생하기 마련이다. 아이슬란드도 예외는 아니다. 인구 30만에 면적은 한반도의 절반 수준인 작은 섬나라 아이슬란드. 한반도 절반 크기의 땅에, 살고 있는 사람은 30만 명에 불과하니 이걸 불행이라고 봐야할까 다행이라고 봐야 할까.

북유럽 섬나라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들

a <저주 받은 피> 에를렌두르 시리즈 세번째 편

<저주 받은 피> 에를렌두르 시리즈 세번째 편 ⓒ 영림카디널

아이슬란드의 수도 레이캬비크 출신의 작가 아날두르 인드리다손(1961 ~ )은 '에를렌두르 시리즈'를 통해서 아이슬란드가 배경인 범죄소설을 1997년부터 꾸준히 발표해오고 있다.

인드리다손은 대학에서 역사를 전공했고 이후에는 언론사에서 근무했다. 인드리다손은 처음부터 아이슬란드를 배경으로 한 작품을 쓰겠다고 작정하고 있었다.

자신이 아이슬란드에서 나고 자랐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범죄소설을 쓰려면 자신이 잘 아는 곳을 배경으로 하는 것이 좋을 테니까. 그런 만큼 아이슬란드는 작가가 묘사하기에 적절한 곳이었던 셈이다.


반면에 어려운 점도 있었을 것이다. 아이슬란드에서 일어나는 살인사건들이 과연 범죄소설의 소재가 되기에 적당할지, 자신이 만들어낸 인물이 외국의 유명 형사나 탐정들과 비교되는 것은 아닐지 생각하게 된 것이다.

작가는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고 고민한 후에 아이슬란드 역시 범죄소설의 배경이 되기에 적합한 곳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LA에서처럼 갱단이 총을 들고 거리를 휩쓸고 다니지는 않겠지만, 어찌되었건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니 만큼 여러 가지 사건들이 발생할 것이다. 절도부터 시작해서 마약과 살인까지.


아이슬란드는 문학적 전통이 깊은 나라지만, 범죄소설에 관해서라면 변방 중의 변방이었다. 이런 곳에서 아날두르 인드리다손은 자신의 작품을 통해서 아이슬란드의 범죄소설을 전세계에 알리고 있는 셈이다. 인드리다손은 '에를렌두르 시리즈'를 통해서 영국 추리작가협회 황금단도상, 스칸디나비아 추리작가협회 유리열쇠상, 프랑스 추리문학대상 등을 수상했다.

혼자 살며 사건을 추적하는 50대 형사

a <목소리> 에를렌두르 시리즈 다섯번째 편

<목소리> 에를렌두르 시리즈 다섯번째 편 ⓒ 영림카디널

시리즈의 주인공은 '에를렌두르'라는 인물이다. 그는 레이캬비크 경찰청에서 수사반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50대에 접어들었고 아내와는 이혼했다. 아들과 딸이 있지만 아들과는 오래도록 연락을 하지 않았다. 20대의 딸 에바는 마약중독 상태로 걸핏하면 집으로 쳐들어와서 에를렌두르에게 돈을 요구한다.

그러면서 '내가 이렇게 된 건 전부 아빠 때문이야!'라고 소리친다. 에를렌두르는 사건수사도 감당하면서 동시에 스스로를 파괴하고 있는 딸에게도 관심을 갖고 돌보아야 하는 처지인 것이다.

에를렌두르가 처음으로 등장하는 작품은 1997년에 발표된 <Synir duftsins>(국내 미발표)이지만, 국내의 독자들에게 제대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시리즈의 세 번째 편인 <저주 받은 피>(2000)다. 한 지하방에서 변사체가 발견되고 그의 몸 위에는 '내가 바로 그다'라는 알 수 없는 쪽지가 놓여 있다.

시리즈의 네 번째 편인 <무덤의 침묵>(2001)에서는 레이캬비크 외곽에서 어느날 땅 속에 묻힌 유골이 발견된다. 다섯 번째 편인 <목소리>(2002)에서는 한 호텔의 지하방에서 혼자 살던 남자가 빨간 산타 옷을 입고 살해된 채 발견된다.

가족 문제로 골치가 아픈 에를렌두르는 사건이 터질 때마다 현장으로 출동하고 끈질긴 추적 끝에 사건을 해결하지만 그 진상은 마음 아픈 것이다. 아이슬란드가 가지고 있는 슬픈 역사를 포함해서 가정폭력과 아동학대 등 현대사회의 여러 문제들이 그 사건 안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 시리즈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궁금하다. 인드리다손은 자신이 에를렌두르에 대해서 좀 더 알고 싶다고 말한다. 에를렌두르는 여전히 수수께끼 같은 인물이기 때문에, 그에 관한 이야기를 마칠 때까지는 작품이 좀 더 나올 것이란다. 사실 그때가 언제가 될지는 작가 자신도 잘 모를 가능성이 많다.

독자들도 이 시리즈와 에를렌두르의 미래에 대해 호기심을 느낄 것 같다. 에를렌두르와 딸 에바의 사이가 어떻게 좋아질지, 아니면 더 나빠질지 (더 나빠지기도 힘들겠지만). 에바는 과연 마약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그리고 아이슬란드에서는 또 어떤 사건들이 발생할지.

저주받은 피

아날두르 인드리다손 지음, 전주현 옮김,
영림카디널, 2007


#아날두르 인드리다손 #에를렌두르 #아이슬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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