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간의 싸움, 누군가 보스를 죽이려 한다

[리뷰] 데니스 루헤인 <무너진 세상에서>

등록 2016.04.04 11:50수정 2016.04.04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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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무너진 세상에서> 겉표지

<무너진 세상에서> 겉표지 ⓒ 황금가지

갱스터(Gangster) 영화 또는 갱스터 소설하면 오래전에 보았던 <대부>와 <스카페이스>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각각 1940년대와 1980년대의 미국을 배경으로 조직간의 세력다툼과 주도권 싸움을 소재로 하고 있다.

거기에는 당연히 폭력과 살인이 등장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조직원들은 거침없이 주먹을 휘두르고 백주대낮에도 총을 쏴댄다. 어찌보면 탐정이 용의자나 깡패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거리를 뛰어다니는 하드보일드(Hard-Boiled)하고 비슷하달까.


차이가 있다면 일반적인 하드보일드가 탐정 대 조직이라면, 갱스터 소설은 조직 대 조직이라는 점. 너무 단순화시킨 구도일 수 있지만, 일단 이렇게 놓고 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조직 대 조직이 맞붙으면 당연히 폭력의 수위가 한층 높아진다.

갱들은 승용차를 타고 달리면서 열린 창문을 통해서 반대세력의 조직원들에게 총을 난사하고, 반대세력의 조직원을 붙잡아서 달리는 차 앞으로 집어던지기도 한다. 이들의 목적은 오로지 조직의 이익, 그 이익은 바로 금전적인 것을 의미한다. 그것을 가로막는 자들과는 총격전도 불사한다.

양복에 중절모를 쓰고 폭력을 휘두르는 갱들

이들은 자신들의 범죄를 사업이라고 부른다. 사실상의 범죄(마약거래, 성매매, 불법도박, 보호세 갈취 등)와 정당한 사업을 구분짓는 경계는 언제든지 변할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수입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이 소득을 어떻게 '세탁'하고 재투자 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된다.

그래서 이들은 합법적인 영역으로 나아간다. 정상적인 경제활동(생산, 운송, 유통, 건축 등)에 참가해서 정상적으로 현금을 돌아가게 만들어야 자신들의 사업을 합법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셔터 아일랜드>의 작가 데니스 루헤인이 2015년에 발표한 <무너진 세상에서>의 주인공인 조 커글린도 이런 영역에서 고민한다. 작품의 배경은 1943년 미국 플로리다 주 탬파. 조 커글린은 조직 활동을 통해서 많은 재산을 모았고 이제 그 재산을 분산해서 여러 가지 사회 사업을 벌이고 있다. 병원, 무료급식시설, 도서관, 노숙자보호소 등에 열심히 기부 및 투자를 하고 있다.

조 커글린은 은퇴했다고 하지만 아직까지는 그가 몸담고 있던 바르톨로 패밀리에서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리고 살인을 포함한 각종 불법적인 일부터 시작해서, 남미에서 메인 주에 이르는 방대한 마약루트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날, 누군가가 조 커글린을 암살하려 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왜 조를 죽이려고 할까. 조는 돈을 번다. 합법적인 방식이건 불법적인 방식이건, 돈을 벌어서 사람들에게 나누어 준다. 자신은 그동안 많은 사람들을 죽였다. 그래서 자신의 죄를 씻을 수 없다고 생각해서 그는 여기저기에 기부하는 방식으로 빚갚음을 하려고 한다. 이런 자신의 목숨을 누군가가 노린다고?

범죄조직의 핵심인물을 노리는 암살범

1940년대 초반은 어쩌면 조직들에게 안 좋은 시기였을 것이다. 대공황의 여파는 지나갔지만 대신 전쟁이 한창이다. 작품 속에서도 한 인물은 '거칠고 쓸 만한 애들은 전부 징집돼서 떠나갔어'라고 투덜거린다.

이런 상황이기에 조직간의 싸움은 더욱 심해졌을지도 모른다. 점점 줄어드는 조직원으로 기존의 판매망이나 조달루트 등을 관리하기도 힘든 데다가, 세력이 약해진 조직은 다른 조직의 먹잇감으로 전락해 버리기 쉽다. 조직간의 싸움이 끝나고 나면 도대체 몇 명이나 살아 남을까.

작가 데니스 루헤인은 당시 탬파의 모습도 함께 묘사하고 있다. 사람들은 누구나 기도를 한다. 성당의 신도석에는 사람들이 동전 뭉치보다 빽빽하게 앉아 있다. 어머니는 파병나간 아들을 위해서 기도하고,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온 영혼을 위해서 기도한다.

아버지는 아들이 집에 돌아오기를 기도하고, 돌아오기 힘들다면 전장에서나마 무사하게 지낼 수 있기를 바란다. 조직 간의 전쟁과 국가 간의 전쟁이 함께 벌어지던 시절의 모습이다. 흔히 전쟁은 모든 것을 바꾸어 놓는다고 말한다. 조직 간의 전쟁도 많은 것들을 바꾸어 놓는다.
덧붙이는 글 <무너진 세상에서> 데니스 루헤인 지음 / 조영학 옮김. 황금가지 펴냄.

무너진 세상에서

데니스 루헤인 지음, 조영학 옮김,
황금가지, 2016


#무너진 세상에서 #데니스 루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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