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사흘 만에...고개 숙인 이상민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이태원 압사 참사 발생 사흘 만인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공식 사과했다.
남소연
세 번째, 큰일 터질 때마다 정치인이 뽑아드는 그 '유감'이라는 클리셰(진부한 표현)를 제발 자제하라는 제언이다. 내부자들끼리야, 유감 표현까지 했으니 정리가 될 것이라 최면을 걸 수도 있겠지만, 다수의 대중에게 '유감'이란 표현은 '잘못은 했지만 사과하기 싫으니 이 정도로 퉁 치자'는 억지로만 들릴 뿐이다.
그냥 담백하게 '죄송합니다'라고 말하면 되는데, 그걸 하기 싫어 버티다 자신은 물론 조직에도 해를 끼치는 경우를 우리는 그동안 숱하게 봐온 터다. 이번에도 "민심을 헤아리지 못한 발언으로 심려를 끼쳐 유감"이라는 말은 이상민 장관을 비롯한 당사자들에 의해 여지 없이 애용됐다. 깔끔한 사과에 토를 다는 대중은 웬만해선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 꼭 기억하기 바란다.
네 번째, 재난 기간 중엔 아무리 정치인이라도 발언으로 정치할 생각은 말라는 제언이다. 재난을 이용해서 입지를 다지려는 뉘앙스가 보이면, 대중은 바로 인상을 찌푸리기 마련이다. 윤리적으로도 옳지 못하고, 전략적으로도 전혀 효과적이지 않다. 재난 직후 다짜고짜 정치적 메시지로 세게 몰아붙일 경우, 대중은 역으로 발언의 주체에게 어이없어 하는 것이 보통이다. 공동의 난리를 마주한 상황에서, 대중은 본질에서 벗어난 싸움을 먼저 거는 쪽에 마음을 줄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최근 반복해서 주목받고 있는 남영희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발언이 전형적인 사례다. 당 내에서 자제를 요청해도 멈추지 않고 격한 발언이 이어졌다. 관련 기사의 댓글을 읽어보면, "정부와 여당이 밉지만, 이래서 민주당을 응원하기도 어렵다!"는 등의 의견이 보인다. 그가 대중 소통의 원리를 깨우치시길 바란다.
재난을 '대참사'로 만들지 않으려면
마지막으로, 대중을 향한 어줍잖은 프레이밍을 자제하라는 제언이다. 프레이밍 작업에 대한 의도는 스마트한 대중에게 생각보다 아주 쉽게 들킬 수 있다. 특히 재난에 대한 면피 욕망으로 프레이밍을 시도할 경우, 대중은 재빨리 알아채고 분노하기 시작한다.
최근 정부는 내부 지침을 통해 '참사'와 '희생자'라는 표현을 지양하고, '사고'와 '사망자'를 쓰라는 주문을 했다고 전해졌다. 통상적으로 패용하는 검은 리본에 '사람의 죽음에 대해 삼가 슬픈 마음을 나타냄'이란 뜻의 근조라는 말을 빼라는 지시도 있었다. 내부용이겠지만, 공무원이 공식적으로 활용하는 용어에 대한 참견은 결국 대중을 향한 프레임의 욕구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증거라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