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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소음' 제목에 조용히 웃는 사람

[제목의 이해] 이슈를 키워드 삼아 제목에 넣기

등록 2023.05.11 21:55수정 2023.05.11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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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담당 편집기자로 일하며 더 좋은 제목이 없을까 매일 고민합니다. '우리들의 삶'을 더 돋보이게 하고, 글 쓰는 사람들이 편집기자의 도움 없이도 '죽이는 제목'을 뽑을 수 있도록 사심 담아 쓰는 본격 제목 에세이. [편집자말]
 그러다 말겠지 싶은 진동 소리는 계속 이어졌다. 자료사진.
그러다 말겠지 싶은 진동 소리는 계속 이어졌다. 자료사진.픽사베이

'부르르 부르르 부르르'
'이게 무슨 소리지? 남편이 핸드폰을 두고 나갔나?'


재택근무 중이었다. 며칠 전부터 거실이 아닌 안방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나밖에 없는 집에서 울려대는 핸드폰 진동 소리에 신경이 쓰였다. '이런 진동을 낼 곳은 윗집 밖에 없는데...' 그러다 말겠지 싶은 진동 소리는 계속 이어졌다.


'아, 전화 거는 분도 대단하시네. 어쩌면 저렇게 끊임없이 전화하시냐.'
'연예인이 살았나? 전화도 진짜 많이 오네.'
'아, 이번엔 문자니? 카톡인가? 아... 미치겠네. 언제까지 듣고 있어야 하는 거야."


이사 온 지 4년, 한 번도 층간소음 문제로 직접 민원을 넣은 적이 없던 나다. 오늘은 참다못해 인터폰 수화기를 들었다. 간이 작아서 직접 윗집에 연락한 건 아니고 관리실 아저씨에 대고 하소연. 

"아저씨, 핸드폰 진동 소리가 너무 크게 들려요... 핸드폰을 두고 외출을 한 건지. 아, 너무 심하네요."

아저씨는 위층에 연락을 한번 해보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그러나 돌아온 말은 위층에 사람이 없는지 인터폰을 받지 않는다는 것. 그리하여 꼼짝없이 계속 진동 소리를 들어야 했다는 슬픈 이야기를 하려던 건 아니고, 오히려 '층간소음' 때문에 조용히 웃음 지었던 그날의 일에 대해 말하려고 한다.
   
튀는 제목은 아니지만

3월 28일에 채택된 기사가 4월 3일 기준 조회수가 수십만을 훌쩍 넘기고 있다. 어디선가에서 계속 읽히고 있다는 말인데 그 어딘가가 어딘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단, 초기 발화 지점은 알고 있다. 구글이다. 최근의 경향인데 구글에 '픽' 된 기사는 압도적으로 많이 읽힌다(물론 예외도 있다).


언론사 대부분의 기사는 홈페이지보다 모바일에서 더 많이 읽히고, 그것도 다음이나 네이버 등의 포털에 노출이 되어야 제법 읽혔다는 소리를 듣는다. 여기에 구글도 한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어떤 기사가 선택되는지는 알 수 없다. 알고리즘은 비밀에 부쳐져 있으니까.

알고리즘은 몰라도 사람들의 관심이 높은 키워드는 알 수 있다. 아니 알아야 한다. 특히 독자들의 관심을 조금이라고 받고 싶은 콘텐츠 제작자들이라면 이 촉이 좋아야 한다. 잘 발달시켜야 한다. 들어온 기사를 편집하고 필요한 기사를 기획하는 편집기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글쓴이가 쓴 처음 제목에도 '층간소음'이라는 단어가 있었다. '층간소음 극복, 따뜻한 배려가 있으면 가능합니다'라는 제목과 '이사가는 이웃에게 손편지를 받았습니다'라는 부제가 달려 있었다.

'층간소음-이사-손편지'로 이어지는 흐름이라면 구미가 당길 것 같았다. 좋은 이야기일지, 나쁜 이야길지 한마디로 어떻게든 독자들이 반응할 거라고 예측했다. 그 결과, 이 두 문장을 적절하게 섞어서 조합한 제목이 '층간소음 윗집이 이사 후 남기고 간 손편지'였다.

한눈에 봐도 튀는 제목은 아니다. 하지만 제목에 '층간소음'이 들어가면 읽힐 거라고 생각했다. 많이 읽히는 키워드라는 걸 경험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핫'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신호
 
 '층간소음'은 누구나 힘들다. 자료사진.
'층간소음'은 누구나 힘들다. 자료사진.픽사베이

이제부터 결론. 사람들의 관심이 많은, 혹은 관심을 끌 만한 아니면 지금 막 뜨고 있는 사안과 관련 있는 글의 제목을 뽑을 때는 그 내용을 키워드 삼아 제목에 밝혀주는 것이 좋다.

이슈는 매일 달라지고 매주 바뀐다. 당연히 매달 변화한다. 사람들이 관심이 있으면 있는대로, 없으면 없는대로 제목으로 더 보여주거나 더 노출시킨다(물론 너무 많이 노출된 키워드는 피하고 볼 때도 있다). 있던 관심은 증폭되고 없던 관심은 타오른다.

물론 제목만으로 이런 효과가 100%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사안의 파급력과 중요도, 글의 완성도에 따라 좌우된다. 앞서 말했지만 좋은 기사에 좋은 제목이 나오는 법이다. 공감과 공분을 불러일으키기는 소재가 특히 그렇다.

'층간소음'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층간소음의 피해를 적나라하게 담고 있는 글이라며 공분을 일으킬 것이고, 이번처럼 이웃 간에 배려 넘치는 훈훈한 이야기에 공감을 보내며 댓글을 다는 수많은 독자들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언론은 게이트 키핑의 역할을 한다. 그 역할을 하는데 제목이 중요함은 더 강조할 것도 없다. 그런데 지면에서 인터넷으로 다시 모바일로 언론 환경이 바뀌면서 언론의 역할도 조금 달라졌다. 없던 관심도 사회적 이슈로 만들어내던 이른바 어젠다 세팅(Agenda setting, 의제 설정)이라는 언론의 가장 큰 권한이 시민들에게 넘어갔다고 보는 시각도 많다.

2016년부터 중앙일보와 JTBC에서 신문과 방송 기자로 일하고 있는 송승환 기자도 자신의 책 <기레기를 피하는 53가지 방법>에서 이렇게 썼다.

"꼭 알아야 하는 내용을 알고 싶게 쓰는 게 뉴스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다. 이를 기사의 흡인력이라고 부른다. 흡인력 있는 기사를 쓴다는 것은 중요한 사안을 흥미롭게, 시민의 삶과 관련 있는 일로 인식할 수 있도록 전달하는 것이다. 기사의 흡인력은 디지털 환경에서 더 중요해졌다. 고양이 사진이나 연예인 관련 뉴스가 범람하는 속에서 시민이 꼭 알아야 할 기사가 선택받기 더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때문에 그는 '심각한 기사일수록 시민의 삶과 관련 있게 어떻게 가공하는지가 더 중요해졌다'라고 말한다. 취재기자와 편집기자의 생각이 크게 다르지 않다. 편집기자 역시 취재기자들의 이런 노력을 잘 반영할 수 있는 제목을 고민하며 일한다.

독자들에게 선택받기 위해 기사나 제목에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환경에 취재기자와 편집기자가 모두 적응하고 노력해야 하는 시대다. 물론 그렇다고 독자의 구미에 맞는 기사만 쓰고 제목을 뽑는 건 아니다. 언론의 신뢰를 조금이라도 의심받는 일이 없도록 조심하고 또 조심하며 이 길을 간다.
덧붙이는 글 제목에 대한 모든 질문을 환영합니다. 기자에게 쪽지로 궁금한 내용을 보내주시면 새로운 글에서 응답하겠습니다.
#층간소음 #제목의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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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이런 제목 어때요?>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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