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는 외나무다리서 만나는 빚쟁이와도 같아서

백사장의 악몽이 준 교훈

등록 2007.06.21 10:10수정 2007.06.21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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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이 사는 서민은 겨울보다 여름이 낫다고들 한다. 왜냐면 겨울엔 우선 난방비가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반면 여름엔 팬티만 하나 걸치고 잠을 자도 되는 때문으로 경제적으로 훨씬 이득(?)이라는 논지다.

일견 맞는 것도 같지만 그러나 이는 여름의 어떤 무서운 불청객인 모기를 간과한 얘기라고 생각한다. 그 불청객은 무시로, 또한 부지불식간에 찾아와 흡혈귀로서 우리네 인간들을 무차별로 공격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본능적으로 모기를 피하고자 하는 거개의 사람들은 우선 밤이 되면 문을 죄 걸어 잠그기 마련이다. 그리곤 에어컨을 시원하게 가동해놓고 편안한 잠을 청하기 십상이다.

물론 그렇지 아니한 사람들은 진작 모기를 소탕해 놓고는 방충망이 달린 창문을 열어 제킨 뒤 선풍기로 더위를 식히는 이들도 적지 않겠지만 말이다.

모기에 물린 뒤의 사람들 반응은 십인십색처럼 각양각색이다. 그런데 필자는 피가 달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하여간 모기에 물리면 가려워서 견딜 재간이 없다.

금세 퉁퉁 붓기까지 하는 모기가 물린 흔적은 물파스를 발라도 소용이 없다. 그저 '의지의 한국인'처럼 꾹 참고 일정시간이 지나야만 자연스레 소멸이 될 따름이다. 지금이야 가정을 갖고 있고 처, 자식하고 먹고살기에도 바빠서 여름이 되어도 시원한 계곡 한 번을 찾기가 힘들다. 하지만 과거 총각 때는 친구들과 어울려 산과 바다로까지도 피서를 가곤 했다.

한 번 배운 '도둑질'은 좀처럼 씻어내기가 어려운 법임은 불문가지다. 그 도둑질의 범주는 바로 술이다. 예나 지금이나 술을 좋아하는 필자는 총각 때는 지금보다 두 배 이상은 마실 정도의 폭주가였다. 군 입대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폭염 즈음에 고향친구들과 충남의 안면도를 찾아 어떤 해수욕장을 갔댔다.

본디 도시서 사는 사람들은 바다를 보면 본능적으로 홀딱 미치는 법이다. 그러한 패러다임은 우리라고 해서 예외일 순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바다에 몸을 담그기보다는 백사장에 앉아 술에 몸을 담그는 작태에 더 충실했던 우리들이었는데...

하지만 그같이 고주망태가 되어 하나 둘 썩은 볏짚처럼 쓰러져 백사장에 고꾸라져 잠이 든 것이 그만 사단이었다. 이튿날 아침 해가 중천에 훤히 뜬 백사장에서 겨우 눈을 뜨고 보니 하지만 친구들 모두가 화상도 그런 화상들이 따로 없었다.

그건 바로 모두들 만취하여 잠이 든 때문으로, 더군다나 술기운에 덥다고 죄 팬티 한 장만을 걸치고 잠을 잔 귀결로서 그 날 모기들은 사상 유례가 없는 그들만의 성대한 잔치를 즐겼던 것이었다. 그 날 서해안의 모기들은 긴급연락망을 취해 사돈의 팔촌들까지 모두 끌어들여 우리들의 얼굴과 전신 모두에서 가차 없이 흡혈을 하는 융단폭격을 퍼부었다.

그같은 모기들의 준동으로 말미암아 보기만 해도 그로테스크한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우린 그저 미친놈들처럼 공허하게 웃을 수밖엔 딱히 방도가 없었다.

이후 여름만 되면 모기들의 발호가 두려워 더욱 철저하게 모기의 공습에 대비한 습관이 형성된 것은 하여간 안면도 백사장의 악몽이 준 교훈이었다.

모기는 인간과 동물의 피를 흡혈해야만 살 수 있는 존재이다. 그런 고로 모기엔 안 물리는 게 상책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물리는 경우가 다반사이므로 누구라도 모기에 대한 예방책을 가지고 대처하는 것이 현명한 것임은 물론이다.

모두가 아는 상식이겠으되 모기는 고온다습하고 더러운 환경을 좋아한다고 한다. 그래서 모기의 발생처가 주로 썩은 냄새가 진동하는 시궁창 같은 곳임은 그 같은 상식의 반증일 터이다. 또한 모기는 냄새에 아주 민감해서 땀이나 향수 등의 냄새가 많이 나면 물릴 확률이 더 높아진다고 하니 밤에 샤워를 하고 잘 적에 가급적이면 아무 것도 바르지 않는 편이 낫다는 얘기도 있다.

모기의 퇴치법으론 모기장과 뿌리는 모기약으로 박멸하는 방법이 고전적이면서도 여전히 통용되고 있는 방법이다.

그런데 과연 모기는 어찌 해서 우리네 인간들의 영원한 공공의 적으로 여전히 고착화되고 있는 것일까? 유추하건대 그건 아마도 모기가 인간보다 이 지구상에서 더 오래 산 고참이기 때문은 아닌가 싶다.

즉 모기들이 우리네 인간들을 보기론 "푸하하핫~ 당신네 인간들이 아무리 만물의 영장이라며 우쭐거리고 또한 모기장도 모자라 모기약 등으로 칭칭 무장을 한다손쳐도 우린 아무 상관없어! 우린 고작 2mm 가량의 구멍만 있어도 아무 데나 통과하여 전천후 요격기가 되는 그런 무시무시한 존재들이니까 말야!"라고 주장한다는 논지다.

그러면서 그들은 우리 인간들에게 여전히 가당찮은 텃새를 부린다는 것이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은 지은 지가 20년도 더 된 구옥(舊屋)이다. 당연히 단열재를 사용치 않았기에 여름엔 덥고 겨울엔 반대로 추워서 살 수가 없을 정도다. 작년 여름에도 어찌나 더웠던지 밤에 잠을 잘 때는 아예 수건을 물에 흠뻑 적셔서 나신(裸身)을 덮고 자곤 했는데 이튿날 아침에 눈을 뜨면 그 물수건이 어느새 바짝 말라 있곤 하였다.

그런 고충과 고생의 기억이 생생하므로 필자는 벌써부터 올 여름의 폭염, 그리고 모기라는 이중의 악재와 싸울 일이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여유가 된다면 에어컨을 한 대 설치하면 간단하겠으나 빈궁하기에 그건 방법이 못 된다.

하여 요즘 생각하는 건데 아예 옥상에 헐한 텐트를 하나 사다 설치해놓고 폭염 때면 거기로 피서를 가는 방법은 어떨 지를 고민중이다. 실제로 아이들이 어렸을 적에 살았던 한옥의 옥상에 텐트를 설치한 적이 있었다.

저녁을 먹은 다음 땅거미가 지고 모기들이 떼를 지어 몰려올 시각이 되면 우리 가족은 모두 그 텐트 안으로 달아났다. 그리곤 미리 비축해 둔 얼음이 채워진 수박을 깨 놓고 정담을 나누며 가족이 모두 그 안에서 도란도란 잠을 자는 아름다운 풍경까지를 덤으로 연출하였던 것이다.

물론 지금도 과거처럼 그리한다면 필자로서야 흔쾌히 박수까지 치겠으나 문제는 아내와 아들이다. 예전처럼 필자의 말을 고분고분 듣는 처지가 아님에 "그럼 당신(아빠)이나 올라가서 혼자 자세요"라고 할 것만 같다는 것이다.

텐트까지 사서 임시 피서장과 모기 대피소를 만든다손 쳐도 정작 가족이 따라와 주질 않는다면 이는 바로 필자 혼자만의 '금의야행'(錦衣夜行)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필자가 어렸을 적엔 할머니와 살았다. 근데 할머니께선 여름밤이 되면 준비해 둔 마른 쑥을 태워 모기를 쫓으셨다. 헌데 그 마른 쑥이 타는 냄새가 나면 모기들은 감히 근접할 엄두조차도 내질 못 했다.

그렇게 쑥이 타면서 나는 냄새는 하지만 우리네 사람들이 맡기엔 기분 좋은 향기에 다름 아니었음은 물론이다. 그런 걸 보자면 옛날의 어르신들께선 비록 가난하게는 사셨을망정 인체에 해가 없는 마른 쑥과 같은 천연의 모기 퇴치제를 어찌 아셨을까란 생각에 새삼 그 지혜가 감탄스럽다.

또한 거기에 할머니가 부쳐주시는 부채 바람까지 가세하게 되면 여름밤의 잠은 어느새 달콤함으로 변모하기 일쑤였다. 그러나 그같은 동화와도 같은 정경은 이제 사라지고 그야말로 책에서나 볼 수 있는 전설이 되고야 말았다.

아무튼 여름이 되면 모기와의 전쟁은 누구라도 치러야만 하는 숙제다. 헌데 모기를 보고 칼을 빼 드는 견문발검(見蚊拔劍)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고 면벽수도 하는 스님처럼 모기에게 무작정 헌혈을 할 수도 없음은 당연지사이다.

그럼 어찌해야 올 여름엔 모기와의 전쟁에서 완승을 거뒀다고 자신 있게 동네방네 자랑할 수 있을까? 그런 바로 잠시 전 인용했던 모기를 보고 칼을 빼들며 조그만 일에도 버럭 성을 내는 좁은 소견의 안절부절함인 '견문발검'을 버리고 차라리 그 지독한 흡혈귀들을 애시당초 안 만나는 방책을 세우는 것이 가장 타당하지 싶다. 왜냐면 모기는 마치 외나무다리서 만나는 각다귀 빚쟁이와도 같아서 안 만나는 게 상책인 때문이니 말이다.

하여 그같이 원수와도 같은 모기들을 안 만나는 방법을 필자 나름대로 연구(?)한 것을 밝히면서 본 '여름의 불청객 모기를 말한다' 응모작의 마무리를 짓고자 한다.

암컷 모기가 알을 낳기 위해 동물의 피를 필요로 하는 건 우리 모두의 상식이므로 그 모기들과 만나지 않으려면 우선 당연적 기본과제로서 창문에 설치한 방충망에 작은 구멍은 없는지까지를 철저히 점검하는 것이다. 그래서 불과 2mm 정도의 구멍만 보여도 모기는 자기 몸을 절반 정도로 축소시켜 최대한 움츠려 비집고 들어오니까 그 구멍을 원천적으로 차단하자는 것이다.

요즘도 절감하는 것이지만 아침에 기상하여 화장실에 앉아 있자면 밤새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던 모기(들)이 반드시 나타나 내 살을 물고 빠느라 정신이 없다. 그런 걸 보자면 대체 어느 구멍으로 들어왔는지 모기의 그 신통방통한 침입술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고로 방충망과 창문 틈새까지를 강력테이프와 실리콘 등으로 철저히 막는 방법과 더불어 모기가 싫어하는 성분으로 만든 이른바 모기 기피제를 바르거나 살충제를 수시로 뿌려주는 것도 해법이 될 수 있다 하겠다.

모기는 우리네 인간들로서는 여전히 천하에 못 된 백해무익의 악당(들)이다. 올 여름엔 모두들 모기에 물리지 않는 건강한 나날 보내시기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 '여름의 불청객 모기를 말한다' 응모작입니다

덧붙이는 글 오마이뉴스 '여름의 불청객 모기를 말한다' 응모작입니다
#모기 #방충망 #살충제 #여름 #불청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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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서: [초경서반]&[사자성어는 인생 플랫폼]&[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 대전자원봉사센터 기자단 단장 ▣ 月刊 [청풍] 편집위원 ▣ 대전시청 명예기자 ▣ [중도일보] 칼럼니스트 ▣ 한국해외문화협회 감사 / ▣ 한남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CEO) 수강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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