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도 무심하지.. 날만 잡으면 비가 오네

친구들과 함께 한 최악의 휴가 ‘다리 밑 여행기’

등록 2007.07.14 13:16수정 2007.07.14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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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도 무심하지, 어떻게 날만 잡으면 비가 오는겨?"
"더 이상 미루지 말고, 기냥 무조건 가자! 다 같이 시간 맞추기도 어려운데..."
"근데 어쩌냐? 이번에도 또 비 온다고 하던디..."


누가 참석하고, 어디로 가고는 중요하지 않았다. 일단 떠나는 게 중요했는데, 결정적으로 날씨가 도와주지 않았다. 이상하리만큼 친구들끼리 뭐만 한다면 항상 그랬다. 그래도 이번에는 무조건 떠나기로 했다.

때는 바야흐로 2006년 8월, 작년 여름휴가 때였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휴가 때 날짜만 잡으면 비가 퍼부어댔다. 특별히 종교가 있는 것도 아닌데 날을 잡고 난 후에는 항상 '이번에는 비가 내리지 않게 해주세요' 하며 매번 기도도 해봤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자연의 이치인 천재지변을 인간의 힘으로 어찌 막을 수 있으랴!

이번에도 어김없이 우리의 바람과는 상관없이 비는 내렸다. 장소는 이미 충북 옥천에 있는 장용산 휴양림으로 정한 터였다. 날씨를 따지다보면 여름휴가 기간이 다 끝날 것 같아 더 이상 연기할 수 없어 일단 출발했다. 대전을 거쳐 옥천 IC로 나와 휴양림을 향해 차를 몰았다.

드디어 휴양림에 도착했지만, 이 일을 어쩌나! 비가 오는 와중에서도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휴양림 곳곳에는 이미 다른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한 시간여를 자리를 찾아 헤맸는데도 도저히 마땅한 자리를 찾지 못해 급히 다른 곳으로 장소를 옮기기 위해 선발대를 보냈다.

한참이 지난 후, 장소를 물색하러 갔던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무리 찾아봐도 괜찮은 곳은 없구 추부방향으로 오다 보면 다리가 있는데, 그 밑에는 비도 안 들고 놀기에도 딱 좋은 것 같은데, 일루 다 이동해라"


a 작년 8월 친구들과 함께 떠난 여름휴가는 역대 최악의 휴가가 되었다. 본래 여행지로 잡았던 휴양림은 고사하고 친구들은 결국 어느 한적한 시골마을의 다리밑에서 평생 잊지못할 최악의 휴가를 보냈다.

작년 8월 친구들과 함께 떠난 여름휴가는 역대 최악의 휴가가 되었다. 본래 여행지로 잡았던 휴양림은 고사하고 친구들은 결국 어느 한적한 시골마을의 다리밑에서 평생 잊지못할 최악의 휴가를 보냈다. ⓒ 김동이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장소에 도착한 일행들은 실망하고 말았다. 그곳은 시골 동네이면서 그 동네와 딱 어울리는 초라한 다리였고, 우리가 자리 잡은 곳은 그 다리 바로 아래였기 때문이다. 옆에 흐르는 물이 있는 냇가가 있다고는 하지만 따뜻한(?) 물이 흐르고 있었고, 게다가 더럽기까지 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어린 아이들도 같이 있던 터라 더 이상 장소를 옮길 수도 없는 처지였다. 이제는 어차피 자리 잡고 앉았으니 재미있게 노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노는 일이라고는 삼겹살 구워먹고, 술 한잔 하면서 이야기를 하거나 게임을 하는 것 밖에 없었다. 물이 더러워 수영도 할 수 없었고, 더군다나 냇가가 수영할 만큼 깊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하여 일단 자리를 잡고 한 편에서는 삼겹살 구워먹을 준비를, 다른 한 편에서는 어쨌거나 이곳에서 1박을 해야 했기 때문에 텐트를 설치하고 있었다.


a 한 친구가 그래도 남는건 사진이라며 담배연기를 내뿜으며 나름대로 예술사진을 찍었다.

한 친구가 그래도 남는건 사진이라며 담배연기를 내뿜으며 나름대로 예술사진을 찍었다. ⓒ 김동이

삼겹살을 구워먹고 술을 한 잔씩 나누며 어린 시절과 학창시절의 잊지 못할 추억들을 하나둘씩 꺼내며 이야기꽃을 피우는 사이 어느덧 날은 지고 있었다.(이것은 어디까지나 시간상 날이 저물고 있음을 직감한 표현일 뿐 낮부터 이미 비가 오고 하늘이 흐려 있어 어두컴컴한 상태였다)

술이 어느 정도 오른 친구들이 하나둘씩 텐트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고, 술에 강하고 얘기할 거리가 더 남아있는 몇 명만이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었다. 물론 이야기하기 좋아하고 술에 있어서도 웬만한 사람보다 세다고 자부하는 필자도 남아 있었다.

자정이 조금 지났을까? 텐트 안에서 자던 친구들이 잠에서 깨어 밖으로 나왔다.

"왜? 더 자지 않구서..."
"모기 때문에 잠을 잘 수가 있어야지..."

이번엔 또 모기가 말썽이었다. 최악의 장소에, 최악의 날씨에, 이제는 모기까지...정말 최악의 여름 휴가였다.

거의 날밤을 새다시피 1박을 무사히(?) 보낸 친구들은 다음날 일어나자마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짐을 챙겼다. 날씨는 또 우리를 비웃기라도 하듯 철수하려니까 날이 개고 금방이라도 해가 뜰 기세였다.

"해 뜰 것 같은데 다른 데로 옮겨서 더 놀다 갈까?"
"됐다, 됐어! 얼른 집에 가서 시원한 물에 샤워하고 발 뻗고 잠이나 자자구"
"그래, 그게 좋겠다. 가다가 아점(아침겸 점심, 보통 10시경)이나 먹고 각자 집으로 가자고"
"이번 휴가는 역대 최악이야! 내년에는 정말 괜찮은 데로 잡아서 가자! 비가와도 별로 영향을 받지 않는 곳으로..."

그렇게 친구들의 2006년 8월의 여름휴가는 좋지 않은 추억만 간직한 채 지나갔다. 2007년 여름휴가를 기약하며...올해 휴가계획을 아직은 잡지 못했지만 올해는 정말 친구들이나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 줄 장소를 물색해서 지난해에 망친 친구들의 휴가를 보상해 줄 계획이다.

영원히 잊지 못할 2007년 여름휴가가 되길 기원하며...

덧붙이는 글 | <나의 여름휴가 실패기> 응모글

덧붙이는 글 <나의 여름휴가 실패기> 응모글
#여름휴가 #비 #천재지변 #충북 옥천 #장용산휴양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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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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