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면접 마친 유승민 의원유승민 의원(대구 동구을)이 26일 오전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열린 제20대 총선 공천신청자 면접을 마친 뒤,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권우성
제 기억엔 그런 정치인이 분명 있었는데 말이지요. 대통령님의 기준에 '진실한 사람'은 진박일지 몰라도, 대구 시민들이나 국민들 눈에 '진실한 사람'은 따로 있었거든요. 왜 대통령님과도 한때는 아주 가까운 사이였잖아요. 대구 동구을의 3선 의원이자 새누리당 전 원내대표인 유승민 의원 말이에요.
그런데 너무 하셨어요. 원래 싫어하는 사람과는 눈도 마주치지 않는 대통령님 스타일은 잘 알고 있지만, 10일 경북 안동·예천 신청사 개청식에서 '진박 후보'인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하고만 악수를 하셨다면서요? 에이, '중2병 사춘기'도 아니고 좀 더 대범하게 정치를 하셔야지 그렇게 네 편 내 편 가르면 쓰나요. 가식이라도 대구의 핵심 정치인으로 꼽히는 유승민 의원을 비롯해 현역 의원들도 좀 챙겨주시지 그러셨어요.
아, '배신의 정치'를 하는 정치인은 내치는 게 당연하다고요? 대통령님이 용인하지 않는 '개혁'을 부르짖은 죗값을 아직 덜 치렀다고요? 아니 그럼, 공천 여부라도 좀 빨리 결정해 주시지 그러셨어요. 오늘(16일)까지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가 공천심사 결과를 7번이나 발표하는 와중에 자신의 이름만 쏙 빠져있는 유승민 의원이 얼마나 노심초사하겠어요.
또 '진박 물갈이' 소식에 벌벌 떨어야 하는 대구 지역 현역과 예비 후보들은 뭐가 되나요. 아무래도 걱정이 많으셨나 봐요. '진박' 예비후보들이 친유승민계 의원들에게 고전하고 있다는 예측이 나돌아서요. 솔직하기도 하셔라. 그래서 대통령님이 저를 방문하고 난 직후인 지난 13일,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가 대구 지역 여론조사를 다시 했나 봐요. 이른바 '박근혜 마케팅' 효과를 기대한 노림수였겠지요.
그런데, '선거의 여왕'이신 대통령님의 방문 효과가 그리 큰 것 같진 않더라고요. 어쨌거나 고심 중이시라고요? 여당의 공천은 대통령님이 직접 관장하는 게 아니라고요? 에이, 왜 그러세요. 대통령님을 '누님'으로 부르던 윤상현 의원이 '막말 파동'으로 공천에서 탈락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국민들이 뭐라고 생각하는 줄은 아세요? 이건 다름 아닌 TV조선 보도 제목이랍니다.
'비박 '피의 화요일'... 윤상현 날려 진박 5명 구했다'이 정도면, 정말 남는 장사 아니었을까요. 이재오 등 친이계 의원들도 우수수 탈락했으니까요. 그래서인지 혹자들은 윤상현 의원의 '자작극' 의혹까지 제기하더라고요. 그 윤 의원은 또 누구와 교감을 나눴겠어요. '청와대의 복심'이라는 관측이 괜히 나도는 게 아니랍니다. 그래서 말인데요. 대통령님께, 딱 하나만이라도 부탁하고 싶어요. 대구, 이제 그만 놔 주시라고요.
저요, 정말 심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