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정당 후보들의 현수막이 걸려있는 용현시장 입구.
조혜지
인천에서 나고 자란 임씨는 정 의원의 발언에 씁쓸함을 감추지 않으면서도 "사실이 그렇다"고 자조했다. 임씨는 "중구·남구가 구도심인데 (지역 정치는) 연수구처럼 사람 없고 논밭만 있는 지역만 싹 밀어 발전시켜왔다"라면서 "틀린 이야기는 아닌데, 지금 우리처럼 옆에 앉아서 이야기 했다면 아무 상관없겠지만... 정치에 희망을 걸면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임씨의 말을 옆에서 듣고 있던 동갑내기 과일가게 사장 김아무개씨는 "그래도 (정태옥 의원의 말이) 표로 연결될 거라고 본다"라고 잘라 말했다. 막말을 둘러싼 선거 막판 공방에 피로감도 호소했다. 김씨는 "말이 심했다. 타 당에서는 또 그걸 갖고 씹어대니 피곤하고. 망해서 인천 갔다 쳐도, 정치인이라는 사람이 입으로 그걸 이야기하니까 기분이 나쁜 거다. 남구 사람들만 해도 어마어마하게 화가 나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부망천의 원죄, 인물이냐 당이냐그럼에도 임씨는 유정복 한국당 인천시장 후보에 마음이 쏠려 있었다. "유 시장이 역대 시장보다 일을 더 많이 했다"라는 주장이었다. "송영길 전 시장이 유 시장이 어쩌고저쩌고 하는데 다 헛소리다. 정치인은 일만 잘 하면 된다"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국회의원도 다 사람이야. 말실수 할 수 있지. 꼬투리 잡는 게 꼴 보기 싫어. 민주당 너무 하잖아. 나는 2번을 지지하고 싶어. 아는 사람들한테 다 2번 찍으라고 해."인천 제물포역 지하상가 식당에서 만난 김아무개씨(여성, 67)는 정 의원을 감싸며 인천 남구을 지역구 의원인 윤상현 의원과 박근혜 전 대통령 이야기를 했다. 한국당에 불리한 선거 지형이 못마땅하다는 불만이었다. 김씨는 "피가 없다 뿐이지 (박 전 대통령을 구속한 것은) 숙청이다. 북한이나 매한가지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천 부평구에 사는 33세 고아무개씨는 조금 다른 시각에서 유 후보를 두둔했다. 부평 토박이라는 고씨는 "이부망천을 유정복이 말한 것도 아니고, 안상수와 송영길 등 전 시장이 만든 빚을 해결했다면 어느 정도 능력이 있다고 본다"라면서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당을 따지나"라고 말했다.
"이번에 빨간색 '폭망'이야.""왜?""이부망천! 몰라?""에이, 사람들 잘 몰라.""인천 사람들은 다 알지. 사석에서 할 걸 방송에서... 아무튼 이번에 빨간색은 망했어."인천 중구청 앞 한 중화요리 식당. 박남춘 민주당 인천시장 후보가 탄 유세차량이 지나가자 짬뽕을 먹던 20대 연인이 '빨간당'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11일 중구와 남구 등지에서 만난 시민 중에는 한국당 후보인 유 시장을 여전히 지지하는 시민도 있었지만, 다수는 투표 여부를 떠나 한국당을 향한 비토를 쏟아냈다.
인천 남구의 한 한국당 구의원 후보 사무실에서 만난 후보의 자녀(25)는 "정 의원의 발언은 경솔했다"라면서 "(다음 지자체장들은) 그런 말이 나오지 않도록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용정초등학교 앞에서 만난 학부모 김아무개씨(39)는 "나는 인천 토박이인데, 인천 사는 것을 밖에 나가서 이야기하기가 싫어졌다"라고 말했다.
유정복 캠프도 '폭탄'을 맞은 셈이었다. 나흘째 '철야 유세'라는 이름으로 민심 달래기에 나선 까닭도 그와 맞닿아 있었다. 캠프 관계자는 같은 날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평탄하게 갈 수 있는 것을 마음 고생하면서 가고 있다"라면서 "후보가 인천 자존심을 그간 많이 신경 썼는데, 본인도 괘씸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인스턴트 망언? 인천 시민은 불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