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전문 CEO시대 열리나?

등록 2001.07.12 20:23수정 2001.07.12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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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한국전기초자라는 회사의 주가가 곤두박질했다. 최근 주식시장의 침체도 영향이 있었지만 주된 원인은 서두칠 사장의 퇴임이 결정타였다.

미 주식시장에서는 대기업 CEO가 누가 되는냐에 따라 그 회사의 주식도 덩달아 오르락내리락거리는게 다반사이지만, 사실 한국주식시장에서 CEO의 행보에 따라 주가가 움직인다는 것이 전무한 상태였기 때문에 조금은 이채로운 현상이라 하겠다.

아니 한국기업에서 제대로 된(?) 전문 CEO를 찾아보기가 힘들었다는 것이 맞는 말인지 모르겠다. 그동안 한국기업 대부분이 족벌경영체제로 운영되었으니까 말이다.

각설하고 원래 대우그룹 계열사였던 한국전기초자라는 회사를 들여다보면 IMF사태 직전인 1997년까지 만년적자에 시달리는, 사업성에 비해 경영능력이 떨어지는 회사였다.

하지만 서두칠이라는 전문 CEO가 부임하면서 강력한 구조조정을 성공시키며 2000년에는 1700억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였고, 1114%에 달하던 부채비율을 37%로 낮추는데 성공하였다. 주가도 5000원대로 떨어졌다가 한때 최고 10만원대로 급등하는등 초우량기업으로 탈바꿈하였다.

하지만 아쉽게도 현재 한국전기초자의 경영권은 대주주인 아사히 글래스라는 일본회사가 가지고 있다. IMF사태에 따른 대우그룹 부도로 헐값에 매각된 것이다. 이번 서두칠 사장의 퇴임배경은 바로 이 아사히 글래스社와의 갈등때문이었다.

일본 아사히 글래스의 북미와 중국 현지 생산법인의 수지를 맞추기 위해 한국전기초자가 감산을 통한 가격 유지 정책에 보조를 맞출 것에 대한 요구를 서두칠 사장이 직원감원과 수출감소라는 위험을 안을수 없다는 이유로 거절하다 끝내 사임이라는 강경책을 택한 것이다.

아무튼 서두칠 사장 같은 탁월한 CEO의 행보에 따라 회사의 주가가 변동을 보인다는 것 자체가 한국에서도 서서히 전문 CEO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되어진다.

지난 6월 전문경영인협회를 만들기 위한 준비작업의 한 일환으로 '한국CEO포럼'출범식도 있었지만, 서서히 한국 기업 전반에 전문 CEO들의 활약이 부각되어지고 있고 그에 대한 기대도 한 몸에 받고 있다.

어느 한 중견기업의 CEO는 "한국에 준비된 CEO가 10명만 있으면 우리경제는 세계최고가 될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했지만, 곰곰이 되짚어보면 전혀 틀린 말은 아닌 듯싶다.

현재 한국이 안고 있는 경제적 위기는 세계적인 경기침체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지만, 1960년대부터 시작된 재벌위주의 경제정책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단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권 국가들이 공통적으로 겪었거나, 아직까지 진행중인 재벌독점경제체재는 어느순간까지의 부는 보장하였다.

그러나, 선진국으로 진입하려는 시기부터는 발목을 잡는 걸림돌이 될 뿐이라는 사실을 최근 한국의 경제위기 상황을 보면 잘 알 수가 있다.

만약 한국정부와 경제인들이 재벌위주의 경제정책에서 좀더 빨리 탈피하고 전문 CEO의 기용과 양성에 많은 노력과 관심을 기울였더라면 IMF사태도 겪고 않았을 것이고, 현재의 경제위기도 초래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위에서 언급한 한 CEO의 말은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닌 셈이다.

한 사이트에서 실시한 간단한 설문조사를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한다. 그 설문 조사에 따르면 21세기형 CEO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으로 손꼽은 것은 국제적감각, 위기대처능력, 정보와 마인드였고, CEO평가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는 경영의 투명성이라는 대답이 가장 많았다.

이 자료의 수치가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다음에서 언급하는 구조조정에 성공한 기업들 면면을 살펴보면 CEO의 역할과 전략적 판단에서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많다는 것을 알수 있다.

서두에서 언급한 한국전기초자의 서두칠사장이 취임할 당시의 회사는 1997년 IMF사태로 대량해고를 두려워한 근로자들이 장기파업에 돌입한 상태였다. 그는 노사분쟁이 해결되지 않는 한 구조조정이 성공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근로자들에게 한명의 해고인력도 없음을 약속하면서 기대했던 구조정정에 성공, 지금의 초우량기업으로 환골탈퇴 시켰다. 한국전기초자는 이로써 사업 매각이나 인력감축 없는 새로운 구조조정의 모델로 남았다

최근 그의 사임이 그 시절 의리(?)의 연장선인 점을 감안한다면, 어쩌면 이 시대 최고의 CEO가 아닌가 생각되어진다.

코스닥에 등록된 휴맥스라는 회사의 변대규사장의 경우는 정보와 마인드, 그리고 위기대처능력을 갖춘 케이스로 볼 수 있다.

휴맥스라는 회사의 출발은 CD반주기에서부터 시작되었다. 하지만 한때의 붐이 사라지자 회사는 적자위기에 빠져들었고 회사는 존폐위기로까지 몰리게 되었다. 이때 변대규사장은 사양산업을 버려야 한다고 판단해 생산을 중단한 후 디지털 셋톱박스 개발에 총력을 기울였다.

전체 인력의 절반 가량을 연구 인력으로 충당했으며, 철저한 경비절감 정책을 고수해 인사까지 외부 업체에 아웃소싱했다. 변사장은 4년 사이 주가를 1백배 이상 끌어올렸다.

이 밖에도 여느 대기업보다 앞선 구조조정시도와 성공을 거둔 태평양과 외형위주에서 수익 중심으로 바꿔 성공한 신한생명 모두 구조조정에 성공했다는 공통점외에도 뛰어난 CEO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맺음말

최근 국제사회에서 아르헨티나가 제2의 소련이 되지 않을까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만약 아르헨티나가 모라토리움을 선언한다고손치더라도 한국에 직간접적인 영향이야 그리 크지 않겠지만, 세계경기회복에 또 한번 발목을 잡을 공산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한국은 아르헨티나가 겪고 있는 위기를 강건너 불구경하는 심정으로 봐라만 볼 수 없는 입장이고보면 구조조정의 노력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시점으로 보여진다. 아울러 전문 CEO들의 활약에 더욱 기대가 모아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재밌는 사실은 세계적 인사 컨설팅회사인 타워스 패린社의 세계 주요 25개국의 상장회사를 대상으로 한 (2000년 기준) CEO연봉조사에서 한국은 23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미국의 CEO 평균연봉이 140만불인것에 비해 한국은 20만불이 채 안되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물론 연봉을 기준으로 CEO의 능력이나 성과를 판단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겠지만, 한국에서도 고액 연봉의 CEO가 많이 탄생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즉 고액연봉을 받는 CEO들이라면 뛰어난 능력을 갖췄고 그만큼의 성과를 올렸다는 얘기일테니 까 말이다. 해당 기업뿐 아니라 국가경제에도 그만큼 일조했으니 고액 연봉이 아까울게 뭐 있겠는가...

'세계는 넓고 할일은 많다'던 한 재벌께서 해외로 도피하여 해당기업의 근로자로 구성된 체포단(?)에 쫓기며 또 인터폴 수배명단에 올라있는 현실을 잊을 만한 뛰어난 CEO탄생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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