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워 하지 말아라... 넌 혼자가 아니야

동화 속 꼬마, 현실에서 만나다

등록 2009.11.15 11:17수정 2009.11.15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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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을 시작하려는데 민지(가명)가 보이지 않았다. "민지 어딨지? 민지 왜 안 왔어?"라고 묻자 아이들은 아침 독서시간에 분명 있었다고 하였다. 그 때 뒷문을 빼꼼히 열며 민지의 모습이 보였다. "민지야 얼른 들어와! 왜 들어오지 않고 거기 있어?"라고 했는데 들어올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뒷문으로 가서 들어오라고 손을 뻗자 이내 우는 것이다. 그것도 펑펑, 무엇이 서러워 그렇게 우는 것일까? 자리에 앉아서는 이내 책상에 엎드려 울었다. 옆에서 누가 위로해 줄 때 더욱 울고 싶듯이 민지는 더욱 세차게 서럽게 울었다. 민지를 달래며 왜 우느냐고 물었더니 두 번이나 준비물을 안 가져와서 선생님이 빌려주셨는데 이번에 또 안 가져와서 선생님 보기 죄송해서 우는 것이라고 한다. 말은 그렇게 해도 민지의 속마음이 읽혔다. 관심을 받고 싶어하는.

 

민지는 작년 부모님의 이혼으로 아버지, 언니와 산다. 아버지는 회사일로 바빠 민지의 언니와 민지를 잘 챙겨주지 못하는 거 같았다. 일주일에 한번 고모가 와서 먹을거리를 챙겨주고 간다고 한다. 아침을 주로 먹지 못하는지 민지는 배가 고파 보건실에 자주 간단다. 보건 선생님께서 아침에 빵이나 우유를 데워 민지에게 여러 차례 주었던 모양이다. 민지의 언니는 참 씩씩하고 발표도 잘하는 데 반해 민지는 외로움을 많이 느끼는 거 같았다.

 

"앞으로는 좀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어요"라는 말을 하고, 한 번씩 창 밖 풍경을 관조(?)하는 눈빛으로 바라다보는 모습은 10살짜리 또래 아이들에게는 흔히 볼 수 없는 모습이다. 아직은 엄마의 손길을 많이 느낄 나이에 언니와 둘이 지내는 시간이 많았다.

 

담임선생님께도 민지는 조금 특별한 아이라고 알려주셨다. 자신은 다른 친구들보다 더 철이 들어야 한다는 강박(?) 같은 것도 보인다 라고. 어리광을 부리고 떼를 쓰는 것이 더 어울리는 나이에 철이 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다니…….

 

예전 퇴근길 골목에서 어떤 꼬마아이가 쭈그리고 앉아 무언가 골똘히 보고 있었다. 그 꼬마 바로 밑에는 하수도가 있어 역한 냄새가 올라올 거 같아 꼬마 뒤통수에 대고 소리쳤다"얘야, 거기 냄새 나고 몸에 해로울 수 있어. 어서 나와" 라고. 그래도 꿈쩍 않고 있어 가까이 가보니 꼬마는 민들레를 바라보고 있었다. "선생님! 민들레가 너무 예뻐요." 나도 옆에 잠시 앉아 민들레를 보며 꼬마도 민들레처럼 예쁘다는 생각을 했었다.

 

길가에 핀 작은 꽃을 보며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아이. 꼬마가 참 사랑스러웠다. 같은 길이라 동행하는데 내 손을 꼭 잡으며 어찌나 재잘거리는지.

 

"선생님! 우리 아빠가 요즘 너무 바빠요. "

"선생님! 저기가 바로 우리 집이에요."

 "선생님! 다음에 또 뵈요."

 

민지 특유의 억양이 있다. 꼭 동화 속에서 나오는 목소리와 억양으로. 

 

내가 몸살로 몹시 아픈 날. 민지는 내 손을 꼭 잡고 여러 차례 "선생님! 몸 따뜻하게 하고 얼른 건강해 지세요"라며 정을 주었다.

 

민지는 주로 긴머리를 풀고 다닌다. 언젠가 민지의 머리를 곱게 빗어 높이 묶어 주고 싶었는데 오늘 우는 민지를 달래며 예쁘게 빗어 묶어주고 안아 주었다. 마치, 동화 속에서 걸어나온 것 같은 민지가 티없이 밝게 자라 주었으면 한다.

 

민지야 사랑해!

덧붙이는 글 | 글에 나오는 인물은 가명입니다. 

2009.11.15 11:17ⓒ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글에 나오는 인물은 가명입니다. 
#결핍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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