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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투쟁 끝에 정규직으로 출근한 아사히글라스 노동자들

노조 만들었단 이유로 '문자 해고', 법원 '직접 고용' 판결 확정... "우리가 만든 승리"

등록 2024.08.01 11:11수정 2024.08.02 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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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외투기업인 구미 아사히글라스에서 해고된 노동자들이 대법원 판결을 받고 9년 만인 1일 동료들의 박수를 받으며 출근길에 올랐다.

외투기업인 구미 아사히글라스에서 해고된 노동자들이 대법원 판결을 받고 9년 만인 1일 동료들의 박수를 받으며 출근길에 올랐다. ⓒ 조정훈

 
노동조합을 만들었다는 이유만으로 문자 한 통으로 해고돼 거리로 내쫓겨야만 했던 경북 구미 아사히글라스 노동자들이 해고 9년 만에 첫 출근길에 오르며 감격에 눈물을 흘렸다.

아사히글라스 해고노동자 21명은 1일 오전 아사히글라스 정문 앞에서 경북을 비롯해 서울과 부산, 울산, 창원 등지에서 온 100여 명의 노동자들의 박수를 받으며 출근길에 올랐다. 당초 22명의 조합원이 출근해야 했지만 조아무개 조합원은 지난 4월 뇌출혈로 쓰러져 병원에 입원 중이어서 함께 하지 못했다.

차헌호 아사히글라스 지회장은 "행복하다"며 "가슴이 두근거리고 정말 기쁘다. 오늘 이 순간을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 지회장은 "길거리에서 오늘처럼 푹푹 찌는 여름을 10번이나 보냈다"며 "이 긴 시간을 이기고 견뎌낸 우리 동지들이 자랑스럽다"고 감격스러워했다.

그러면서 "법원이 이 승리를 만들어준 것이 아니라 법적 처벌을 수없이 받으면서 우리가 직접 만든 승리"라며 "비정규직이었던 우리가 정규직이 되어 민주노조의 깃발을 들고 출근한다"고 외쳤다.

차 지회장은 "회사는 노조를 깨려다 실패하고 수백억을 날려도 변한 것이 단 하나도 없다"면서 "우리는 지난 9년의 경험으로 단결과 투쟁으로 현장에서 더 열심히 싸우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a  노동조합을 결성했다는 이유로 해고된 구미 아사히글라스 해고노동자들이 1일 9년 만에 출근하며 회사 정문 앞에서 만세를 불렀다.

노동조합을 결성했다는 이유로 해고된 구미 아사히글라스 해고노동자들이 1일 9년 만에 출근하며 회사 정문 앞에서 만세를 불렀다. ⓒ 조정훈

 
이들의 출근을 축하하기 위해 달려온 김태영 민주노총 경북본부장은 "회사 안에서 비정규직들이 조금만 잘못해도 '징벌 조끼'를 입혀서 마치 벌을 세우듯이 근무를 시켰다는 이야기가 지금도 생각난다"며 "오늘 출근하는 마음이 민주노조를 다시 세워야 되는 마음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엄상진 금속노조 사무처장은 "노동자들이 바라는 노동해방은 웃으면서 현장으로 출근하는 것, 출근해서 동료들과 손 맞잡고 열심히 일하는 것"이라며 "끝까지 버텨줘서 고맙다"고 인사했다.


이들은 아사히글라스 노동자들이 출근할 수 있도록 길 양쪽에 줄지어 서서 박수를 보내고 환호했다. 아사히글라스 노동자들은 노조 깃발을 들고 정문 앞으로 성큼 발을 내딛었다.

민변 대구지부 "아사히지회 9년은 노동자 권리가 판결로 인정되는 역사"
  
a  외투기업인 구미 아사히글라스에서 노조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해고된 노동자들이 9년 만인 1일 첫 출근하자 전국에서 달려온 노동자들이 환영하고 있다.

외투기업인 구미 아사히글라스에서 노조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해고된 노동자들이 9년 만인 1일 첫 출근하자 전국에서 달려온 노동자들이 환영하고 있다. ⓒ 조정훈

 
아사히글라스 노동자들이 9년 만에 대법원 판결을 받고 출근할 수 있게 되자 이들의 소송을 도왔던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대구지부는 성명을 통해 "비정규직, 불법파견, 회사의 손해배상 청구까지 우리가 지켜본 금속노조 아사히글라스 지회 9년의 투쟁은 노동자의 권리가 판결로 인정되는 역사였다"고 평가했다.


이어 "법원이 일관되기 인정하는 법리를, 그들이 돌아오지 않을 9년을 보내며 피워온 꽃을 이제는 법이라는 열매로 만들 차례"라며 "들꽃은 공단에 피었지만 아직 피지 못한 꽃이 더 많다. 아직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자 한 통으로 해고되는 세상, 일하다가 병들면 해고되는 세상, 일하던 곳에 불이 나도 해고되는 세상은 우리가 후손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미래가 아니다"라며 "우리는 지금보다 조금 더 살만한 세상을 선물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사히글라스는 하청업체인 GTS에서 지난 2015년 5월 29일 사내하청노동조합을 설립하자 다음날인 6월 30일자로 징계해고 통보를 하고 GTS에 대해서는 도급 계약 해지 통보를 했다.

노조는 그해 7월 파견법 위반, 부당해고, 부당노동행위 등으로 노동청에 진정을 냈으나 2년이 지나도 기소 여부가 나오지 않자 2017년 8월 대구지검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결국 2019년 2월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가 기소를 권고하면서 법정으로 넘어갔고 대법원은 지난 7월 11일 아사히글라스가 파견법을 위반했고 22명의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라는 판결을 확정했다.
 
a  외투기업인 구미 아사히글라스에서 해고된 노동자들이 대법원 판결을 받고 9년 만인 1일 동료들의 박수를 받으며 출근길에 올랐다.

외투기업인 구미 아사히글라스에서 해고된 노동자들이 대법원 판결을 받고 9년 만인 1일 동료들의 박수를 받으며 출근길에 올랐다. ⓒ 조정훈

 
#아사히글라스 #해고노동자 #출근 #민변대구지부 #차헌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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