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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0억 들인 진주대첩광장 공개, 시설물-조경수 논란

관람석 시설물, 나무 식재 등에 진주성 경관 가린다 등 지적 ... 진주시 "관점에 따라 다르다"

등록 2024.08.08 10:53수정 2024.08.08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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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8월 8일 인근 건물 옥상에서 본 진주대첩광장.

8월 8일 인근 건물 옥상에서 본 진주대첩광장. ⓒ 윤성효

 
17년간 940억 원을 들여 조성해 곧 문을 여는 진주성 앞 진주대첩광장이 콘크리트 시설물과 조경수로 광장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경관을 훼손한다는 지적을 받아 논란이다.

준공을 앞둔 진주대첩광장은 그동안 가리워져 있는 가림막(펜스)이 최근 치워지며서 시민들이 쉽게 볼 수 없었던 내부 모습을 드러내자 말들이 많다.

진주성 촉석문 앞에 있는 진주대첩광장은 이전 장어거리와 옛 진주문화원 건물, 극장, 개인주택 등 건물을 철거해 대지면적 1만 9870㎡에 연면적 7081㎡ 규모로 추진되었다.

광장은 10년 동안 대규모 보상과 철거작업에다 3년간 문화유산 발굴이 있었고, 2017년 기본계획 수립이 있었으며, 2022년 2월 착공했다.

광장 지하에 149면의 주차장이 들어섰고, 지상에 시설이 들어섰으며 나무가 심어져 있다. 지상에는 행사 때 400~600명 정도 관객을 수용할 수 있는 콘크리트 구조물의 관람석인 공원지원시설이 지어졌고, 조경수로 느티나무와 팽나무, 소나무, 은행나무가 심어져 있다.

당초 진주시는 광장을 통해 임진왜란 3대첩 중 하나인 진주대첩의 역사성을 높이고 인근 구도심 활성화에 도움을 삼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관람석 시설물, 없애야 할 흉물"
 
a  진주대첩광장 조성 공사.

진주대첩광장 조성 공사. ⓒ 윤성효

 
그런데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광장을 두고 말이 많다. 콘크리트 시설과 조경수가 진주성 경관을 가린다는 지적이다. 심인경 진주참여연대 지방자치위원장은 전화통화에서 "진주성 경관을 훼손하지 않게 광장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했다.


관람석 시설물에 대해, 심 위원장은 "없애야 할 흉물"이라고 했다. 그는 "진주시는 국가유산청과 전문가들 핑계를 대고 있다. 광장 조성의 핵심적 목표가 진주성을 랜드마크로 더 도드라지게 할 것이냐? 아니면 새로운 흉물콘크리트 랜드마크를 만들 것이냐는 문제이다"라며 "제가 보기엔 진주의 랜드마크인 진주성을 침범하는 흉물 콘크리트를 만들어 진주의 정신을 망쳐버렸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진주시는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건축사들과 역사학자들의 자문을 받았다라고 하는데, 누구에게 어떤 자문을 받았고 자문료를 언제 얼마나 줬는지 정확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학자들이 자문을 어떻게 했든 결정은 진주시에서 하는 것이다"라며 "진주시의 누가 누구의 자문을 받아들여서 언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 정확히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지금 말씀하시는 것처럼 얼렁뚱땅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조경수에 대해 그는 "현재 만들어지고 있는 진주대첩광장은 광장이 아니라 나무들이 잘 식재된 공원으로 보인다. 공원의 나무로는 멋있어 보일 수도 있겠지만, 공원에 식재된 그 나무들은 진주성 경관을 시내 방향에서 보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라고 했다.

심 위원장은 "가서 보신 시민들은 알 것이다. 시내 방향에서 진주성을 보면 줄기의 끝부분 잎사귀가 무성한 부분 사이에 성벽의 끝이 오도록 식재했다"라며 "진주성벽은 나무줄기만 있어서 보이긴 하지만 성벽 위에 잎사귀가 있어서 진주성과 진주성의 스카이라인을 제대로 볼 수 없도록 해놨다"라고 설명했다.

조감도와 현재 모습이 다르다는 것이다. 심 위원장은 "지난 5월 시청 홈페이지에 올라온 진주종합홍보 영상 속의 진주대첩광장 조감도는 착공할 때 보고된 것을 그대로 올렸다. 현재의 광장 모습과는 전혀 다르다. 이전 조감도에 나와 있던 관람석 시설과 조경수 식재 등 형태가 다르다"라고 했다.

심 위원장은 "진주성의 경관을 훼손하지 않게 진주대첩광장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우선 현재 진행 중인 공사를 중단하고 진주성 경관을 훼손하는 철근콘크리트 구조물들을 모두 철거해야 한다"라며 "시민들과 함께 의견을 나눠야 하고, 진주성을 더욱 돋보이게 하고 잘 이용할 수 있도록 어떻게 광장을 구성할 것인지 공개적인 논의를 통해서 결정을 해야 한다"라고 했다.
 
a  진주대첩광장 조성 공사.

진주대첩광장 조성 공사. ⓒ 윤성효

 
이창희 전 시장 "왜군과 싸워 승전한 장소, 다른 건축물 필요 없다"

2010년∼2018년(제7, 8대) 진주시정을 맡았던 이창희 전 시장은 7일 저녁 전화통화에서 "제가 시장으로 있을 때 진주대첩광장은 완전히 평지 형태로 만드는 것이었다. 나무를 심더라로 한 두 그루 정도 였다"라며 "시설물이라면 논개동상이나 김시민장군 동상이 들어설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다. 광장 자리에 있던 형평운동기념탑도 옮겼다"라고 말했다.

이 전 시장은 "광장인데 무슨 건물이 필요하냐. 제가 있을 때는 시설물이 일절 없는 것으로 되었다. 그런데 콘크리트 관람석이 왜 있어야 되는 것이냐. 거기가 공설운동장이냐"라며 "문화공연이나 행사를 하면 이동용 시설을 활용하면 되지, 콘크리트 시설물을 두지 않아도 된다"라고 했다.

이어 "세계 어느 유명 도시를 다고 광장에는 시설물이 별로 없다. 워싱턴에도 축제나 행사를 할 때 이동식 시설을 가져와서 하고 난 뒤에 치운다"라며 "공연장이나 상영관, 전시실이 필요하면 지하에 두어야 한다. 땅 위에는 일체 건물을 두지 말라고 했는데, 지금 만들어진 형태는 그때 생각했던 것과 완전히 다르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창희 전 시장은 "진주대첩광장은 진주성과 촉석루가 하나로 되어야 한다. 광장에 들어선 시설물과 조경수가 진주성과 촉석루를 가려서는 안된다"라며 "진주대첩광장은 임진왜란 당시 7만 민관군이 왜군과 싸워 승전했던 장소인데 다른 기념물이나 콘크리트 시설물이 들어오면 안된다"라고 했다.

그는 "광장에는 동상이든 시설물이든 아무 것도 두지 않아야 하고, 그 결정을 후대에서 하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라며 "진주대첩광장에는 아무 것도 없어야 그곳을 찾아온 사람들이 나름대로 상상을 할 수 있고, 진주성싸움 때 우리 선조들이 어떻게 왜군들과 싸웠는지를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상상을 할 수 없게 만들어 놓았다"라고 지적했다.
 
a  진주대첩광장 조성 공사.

진주대첩광장 조성 공사. ⓒ 윤성효

 
진주시 "보는 관점에 따라... 국가유산청 등 협의과정 거쳐"

진주시는 다른 입장이다. 진주시 공공시설추진단 관계자는 "보는 시각이나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광장은 텅 비어 있어야 한다기 보다 그늘도 있어야 한다"라며 "전문가와 국가유산청(문화재청) 등 협의 과정을 거쳤다"라고 밝혔다.

관람석 시설물에 대해 그는 "처음 설계 때는 지상에 단순하게 화장실과 전시관만 들어가 있었다. 인근에 있는 진주시청소년수련관 등과 연계가 되어 여러 문화공연 행사가 열릴 경우 사람들이 많이 모으게 될 것이기에 규모가 작다고 해서 건축가 자문을 받아서 만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임의대로 할 수 없다. 문화재 형상변경 과정을 거쳤고, 문화재위원이나 건축가 자문을 받아서 진행했던 것"이라며 "진주성을 가린다는 지적이 있어 위치를 북쪽으로 옮겼다"라고 했다.

조경수 관련해 그는 "나무가 일부 경관을 가릴 수 있지만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다"라며 "나무는 활엽수를 심어서 여름에는 그늘이 생기고 겨울에는 바람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도록 했다. 전문가 자문을 받아서 진행했다"라고 밝혔다.

그는 조감도와 바뀌었다는 지적에 "관람석 시설물이 처음에는 반달형 건물이었는데 계단식으로 바뀐 거 뿐이다"라고 했다. 그는 "이창희 전 시장 때는 광장에 대한 단순 그림 형태로 나왔고, 설계도는 이후에 나왔다"라고 밝혔다.

진주시는 9월 12일(잠정) 진주대첩광장 준공식을 열고 남강유등축제와 개천예술제 등 10월 축제 때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a  진주대첩광장 조성 공사.

진주대첩광장 조성 공사. ⓒ 윤성효

   
a  진주대첩광장 조성 공사.

진주대첩광장 조성 공사. ⓒ 윤성효

 
#진주대첩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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