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라하리의 기린. 이런 환경에서 오언스 부부는 연구를 목적으로 7년 동안 지냈다. 가능한 일일까?
unsplash
둘의 연구는 연구이기 전에 삶 그 자체였다. 도시의 편리함과 안락함을 내던지고 스스로 자연으로 걸어 들어가 혹독한 날씨와 환경을 견뎌내면서도, 지속해서 인간과 동물의 공존을 고민하고 그 실상을 알리려 노력한 그들의 삶에 경의를 표한다.
책을 읽으며 스스로에게 물어보았다. 나라면 이런 연구를 할 수 있었을까. 이런 연구는 일확천금이나 대단한 명예가 주어지는 일이 결코 아니다. 사랑하는 가족들을 자주 볼 수도 없다. 이들의 사명감은 스스로 짊어진 것이었다. 그 순수한 호기심과 탐구심이 너무나 귀하게 여겨졌다. 어린이는 모두 과학자이고, 과학자는 늙지 않은 어른이라고 했던가.
책을 덮고 한동안 먹먹해 눈시울이 불거졌다. 저자의 책이 더 읽고 싶어 찾아 보니 한국에는 번역된 책이 더는 없다. 칼라하리에서 돌아온 이후 그들의 삶이 궁금해 알아 보니, 한동안 연구 자료를 정리해 책을 내는데 집중을 했다고 한다.
이후 다시 칼라하리로 돌아가려 했지만, 보츠와나 공화국에서 입국을 거절해 다른 곳으로 연구지를 옮겨야만 했단다. 그 뒤의 연구를 담은 책이 <코끼리의 눈>과 <사바나의 비밀>이다. 하루 빨리 번역이 됐으면 좋겠다. 두 책에는 어떤 모습의 대자연이 그려져 있고, 그 속에는 어떤 야생 동물들이 살아 숨쉬고 있을까.
<칼라하리의 절규>를 읽고 나니 <가재가 노래하는 곳>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 배경은 사막과 습지로 정반대지만, 왜 델리아 오언스가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는지, 주인공이 왜 문명세계를 어색하게 느꼈는지, 작가가 소설 속에 꼭 담고자 한 메시지가 무엇이었는지. 작가의 생각에 더 맞닿은 느낌이다.
소설이 많이 읽히는 만큼 생생한 한 편의 다큐와 같은 이들의 연구 이야기도 많이 읽히기를 바란다. 그래야 다른 책들도 번역이 될 테니. 그래야 동물들의 진짜 삶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게 될 테니.
이 책의 추천사를 쓴 최재천 교수가 늘 강조하는 말 "알면 사랑한다"처럼, 더 알았으면 좋겠다. 더 알려고 했으면 좋겠다. 지구상에 엄연히 존재하는 다른 동물들의 진짜 삶을. 그래야 비로소 하나뿐인 이 지구에서의 공존을 모색할 수 있지 않을까.
칼라하리의 절규
델리아 오언스, 마크 오언스 (지은이), 이경아 (옮긴이),
살림, 2022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
쓰는 사람.
『아직도 글쓰기를 망설이는 당신에게』를 펴냈습니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