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임도 확대' 외치는 산림청, 이 수치들부터 고쳐야

비교 적절치 않은 타국 사례 홈페이지에 게시... 지난해 지적 받았지만 그대로

등록 2024.08.20 13:05수정 2024.08.20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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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충북 제천시 산림의 임도조성사업 모습. 산림 내 도로조성을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벌목과 산림사면 상부의 절토 및 하부의 성토가 수반된다. 이러한 벌목과 지형의 변형은 자연스레 산사태 급증으로 이어진다. (사진: 최병성 기후재난연구소 상임대표)

충북 제천시 산림의 임도조성사업 모습. 산림 내 도로조성을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벌목과 산림사면 상부의 절토 및 하부의 성토가 수반된다. 이러한 벌목과 지형의 변형은 자연스레 산사태 급증으로 이어진다. (사진: 최병성 기후재난연구소 상임대표) ⓒ 최병성 기후재난연구소 상임대표


기후위기에 의한 자연재해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잦은 폭우로 인한 산사태, 건조화와 온난화에 따른 산불의 증가 및 대형화는 매년 막대한 인명과 재산피해를 동반하고 있다. 그러나, 과연 이 현상을 단지 자연재해로 볼 수 있는가는 논란의 여지가 많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더욱 그렇다.

산림청은 산불 예방과 신속한 산불진화를 위해 임도의 확대를 주장한다. 산사태 예방을 위해서도 숲가꾸기 등 산림사업의 확대를 위해 임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에 매년 임도조성을 위한 예산 또한 급증하고 있다. 산림청은 다른 나라들과의 임도밀도를 비교하여 우리나라 임도밀도가 현저히 낮다고 주장한다.

과연 임도는 얼마나 부족할까? 산림청이 주장하는 임도밀도의 사실관계는 어떠하며, 임도의 확대는 기후위기시대 급격히 확대되고 있는 기후재난 예방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검증해 보았다.

임도는 차량이 원활하게 통행할 수 있도록 평평하게 만들어야 한다. 벌목은 필수이며 이후 한쪽 사면을 깎아내고, 다른 쪽 사면은 깎아낸 토양을 쌓아 올려야만 한다. 산사태 위험이 크게 증가함은 상식이다.

a  2023년 경북 예천에서 발생한 산사태. 양쪽 가장자리 대규모 산사태는 임도에서 시작되었으며, 중간 작은 산사태지역은 벌목지와 간벌지에서 시작되었다. (사진: 최병성 기후재난연구소 상임대표)

2023년 경북 예천에서 발생한 산사태. 양쪽 가장자리 대규모 산사태는 임도에서 시작되었으며, 중간 작은 산사태지역은 벌목지와 간벌지에서 시작되었다. (사진: 최병성 기후재난연구소 상임대표) ⓒ 최병성 기후재난연구소 상임대표


2020년 폭우로 산사태가 집중적으로 발생한 충주시 산척면 상산마을의 사례를 살펴보자. 당시 마을주변 임도 8.5km 구간에서 발생한 산사태는 무려 39개소나 된다.(김형신 등, 2022). 39개소의 산사태 중 36개소가 임도에서 발생했고, 3개소는 자연사면에서 발생했다. 그런데 이 자연사면 3개소는 모두 벌목지였다. 결국 39건의 산사태는 모두 산림청의 산림사업지역에서 발생했다.

a  2020년 충주시 상산마을 일대에서 발생한 산사태 위치도. 산사태는 임도를 따라 집중적으로 발생했는데, 39개소의 산사태 중 단 3개소만이 임도 외 자연사면에서 발생했고, 이 3개소는 모두 벌목지에서 시작되었다. (자료: 김형신 등. 2022. 충주시 상산마을 주변 임도 산사태의 발생 원인 분석. 지질공학회지)

2020년 충주시 상산마을 일대에서 발생한 산사태 위치도. 산사태는 임도를 따라 집중적으로 발생했는데, 39개소의 산사태 중 단 3개소만이 임도 외 자연사면에서 발생했고, 이 3개소는 모두 벌목지에서 시작되었다. (자료: 김형신 등. 2022. 충주시 상산마을 주변 임도 산사태의 발생 원인 분석. 지질공학회지) ⓒ 김형신 등


해외에서는 벌목지와 임도가 숲을 유지하는 지역에 비해 산사태 발생량을 급증시킨다는 많은 연구 결과들이 발표되고 있다. 우리나라 또한 관련 연구에서 임도와 벌목지에서 발생하는 산사태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산림청의 산사태 원인조사에서는 지금까지 단 한 건도 벌목이나 임도조성, 숲가꾸기 등의 산림청 사업이 산사태 발생 원인으로 지목된 적이 없다. 모든 산사태가 자연재해로 결론났을 뿐이다. 산사태 원인조사는 현재 산림청산하 특수법인인 한국치산기술협회가 맡고 있는데, 이 문제는 추후 집중적으로 재검증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a  2020년 충주시 상산마을 일대에서 발생한 산사태이후 임도를 따라 대규모 사방사업이 진행된 모습. 사방사업에 투입되는 비용은 임도조성비용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증가한다. 산사태 원인이 임도가 아니라 결론이 나지만, 사방사업은 임도에 집중된다. (사진: 최병성 기후재난연구소 상임대표)

2020년 충주시 상산마을 일대에서 발생한 산사태이후 임도를 따라 대규모 사방사업이 진행된 모습. 사방사업에 투입되는 비용은 임도조성비용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증가한다. 산사태 원인이 임도가 아니라 결론이 나지만, 사방사업은 임도에 집중된다. (사진: 최병성 기후재난연구소 상임대표) ⓒ 최병성 기후재난연구소 상임대표

a  2020년 충주시 상산마을 일대에서 발생한 산사태이후 임도를 따라 대규모 사방사업이 진행된 모습. 사방사업에 투입되는 비용은 임도조성비용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증가한다. 2023년 비로 인해 산사태 복구지역에 또다시 산사태가 발생했다.

2020년 충주시 상산마을 일대에서 발생한 산사태이후 임도를 따라 대규모 사방사업이 진행된 모습. 사방사업에 투입되는 비용은 임도조성비용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증가한다. 2023년 비로 인해 산사태 복구지역에 또다시 산사태가 발생했다. ⓒ 최병성 기후재난연구소 상임대표


산림청은 우리나라의 임도밀도가 4.1m/ha로 다른 임업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낮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예산을 대폭 증액시켜 임도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산림청 홈페이지에는 일본과 미국, 오스트리아, 독일 등 다른 나라의 임도밀도를 우리나라와 비교해 놓았다.

그런데 해당 자료의 출처를 자세히 보면, 문제가 있다. 먼저 정부 자료의 인용은 일본 단 한 나라밖에 없다. 캐나다는 특정 주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고, 미국은 우리나라의 한 저널에 소개된 내용이다. 오스트리아 또한 한 학술지에 쓰여진 수치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고, 독일과 핀란드는 해당 국가가 아닌, 일본에서 발간된 보고서를 인용하였다. 결국, 일본을 제외하면 검증되지 않은 수치라고 본다.


a  산림청 홈페이지에 게시되어있는 우리나라와 세계 여러 나라의 임도밀도 비교자료

산림청 홈페이지에 게시되어있는 우리나라와 세계 여러 나라의 임도밀도 비교자료 ⓒ 산림청 홈페이지


산림청은 국가의 산림관리를 책임지는 정부 기관이다. 만약 자료를 찾을 수 없다면 해당 국가에 공식적으로 문의하면 간단히 해결된다. 왜 해당 국가의 정부 자료를 인용하지 않았을까?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인용한 자료의 정확성 확인을 위해 산림청이 안내한 출처를 바탕으로 각 국가의 임도밀도 수치를 살펴봤다. 먼저 정부의 공식자료를 인용한 일본이다. 산림청은 2023년 임야청의 산림・임업백서를 인용하여 일본의 임도밀도는 24.1m/ha라고 하였다.

해당 보고서에는 2021년 말을 기준하여 일본 산림 내 노망밀도는 24.1m/ha라 적혀있다. 그런데, 이 보고서에는 '임도'가 아니라, '산림노망'이라는 단어를 쓰고 있으며, 어떤 도로들이 산림노망에 포함되는지는 기술하지 않고 있다. 산림노망에는 어떤 도로가 포함되는지 추가적인 확인이 필요했다.

일본 임야청이 공식적으로 발표한 또 다른 보고서에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해당 보고서에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친절히 밀도 계산 방식도 안내하고 있다.

"임내도로망은 국도, 도도부현도 등의 공도(우리나라의 지방도), 농도, 그리고 임도, 삼림작업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일본)의 2021년도 말 기준 임내 노망의 밀도는 24.1m/ha입니다."

"주: 임내노망밀도는 공도, 농도, 임도, 삼림작업도의 현황연장을 삼림면적으로 나눈 것"

a  일본 임야청 보고서 중 한 부분. 일본 산림 내 도로밀도는 2021년 기준 24.1m/ha인데, 이 도로의 구성은 국도와 도도부현도(지방도)를 포함하는 공도, 농업용 도로, 임도, 삼림작업도로를 모두 포함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이 중 임도만을 포함하여 계산한 후 마치 일본과 같은 기준인 것처럼 정부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있다.

일본 임야청 보고서 중 한 부분. 일본 산림 내 도로밀도는 2021년 기준 24.1m/ha인데, 이 도로의 구성은 국도와 도도부현도(지방도)를 포함하는 공도, 농업용 도로, 임도, 삼림작업도로를 모두 포함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이 중 임도만을 포함하여 계산한 후 마치 일본과 같은 기준인 것처럼 정부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있다. ⓒ 일본 임야청


산림청이 홈페이지에 제시한 일본 임도밀도의 수치인 24.1m/ha를 일본 보고서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이 수치는 우리나라의 임도밀도 산정방법과는 확연하게 다름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는 임도밀도 산정을 위해 오직 산림청이 '임도'라 정한 도로만을 대상으로 한다. 여기에는 산림을 통과하는 국도나 지방도, 농도는 포함되지 않는다. 심지어 산림 내 작업도로는 파악조차 하지 않고 있다. 산촌마을에는 어김없이 마을로 접근하는 도로가 조성되어 있고, 마을과 마을을 연결하는 수많은 지방도가 산림에 조성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도로들은 임도밀도 계산에서 모두 제외된다. 그러나 일본은 이런 도로들을 모두 포함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결국, 산림청은 일본과는 절대적으로 비교할 수 없는 수치를 마치 동일한 기준으로 비교한 것처럼 하여, 왜곡된 자료를 정부 홈페이지에 게시했다고 본다. 이 정보는 일본어를 잘 모르는 개인조차 일본정부 홈페이지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산림청은 오스트리아 임도 밀도가 무려 50.5m/ha로 매우 높게 조성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에 비해 10배 이상이 높은 수치이다. 그러나 정부의 공식자료가 아닌, 특정 논문을 인용하고 있다. 이 논문 역시 숫자만으로 절대 비교해서는 안 되는 자료임이 확인된다.

먼저 산림청이 적시한 논문에는 오스트리아의 임도밀도가 50.5m/ha라는 내용 자체 없다. 다만, 500ha 이상 임업용 산림을 소유한, 기업소유 산림의 도로 밀도가 50.5m/ha라고 서술되어 있을 뿐이다. 그리고 전체 상업림의 평균 도로밀도는 44.9m/ha라 추가적으로 기술하고 있었다.

결국, 산림청이 인용하고 있는 50.5m/ha라는 숫자는 국가산림의 임도밀도가 아니라, 규모가 큰 임업기업이 소유하고 있는 상업용 임지의 도로밀도를 의미한다. 이런 도로는 국민 세금이 아니라 기업이 스스로 상업적 목적을 위해 조성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a  산림청이 오스트리아의 임도밀도가 50.5m/ha라고 주장하는 근거가 되는 논문의 원문. 원문에는 500ha 이상의 임업기업 소유의 도로밀도가 50.5m/ha이고, 전체 상업용 산림의 도로밀도는 44.9m/ha라고 되어 있다. 그리고, 해당 자료는 임의의 자료가 아닌, 오스트리아 연방산림연구센터의 자료를 인용한 것이라 친절히 알려주고 있다.

산림청이 오스트리아의 임도밀도가 50.5m/ha라고 주장하는 근거가 되는 논문의 원문. 원문에는 500ha 이상의 임업기업 소유의 도로밀도가 50.5m/ha이고, 전체 상업용 산림의 도로밀도는 44.9m/ha라고 되어 있다. 그리고, 해당 자료는 임의의 자료가 아닌, 오스트리아 연방산림연구센터의 자료를 인용한 것이라 친절히 알려주고 있다. ⓒ Toscani et al


그렇다면 오스트리아의 임도밀도는 과연 어떻게 될까? 다행히도 해당 논문에는 자료의 출처를 밝히고 있는데, 우리나라 국립산림과학원 격인 오스트리아 연방산림연구센터(BFW)의 보고서를 인용하고 있었다. 만약 산림청이 오스트리아의 임도밀도를 정확히 인용하고자 했다면, 논문이 아닌, 논문에도 명시된 오스트리아 정부의 공식 보고서를 인용했어야 했다.

해당 보고서를 살펴보면, 오스트리아의 산림도로밀도는 전체 산림을 대상으로 하지 않으며, 임목수확을 목적으로 하는 목재생산을 위한 상업림만을 대상으로 함이 확인된다. 또한 밀도 산정방식을 3가지로 구분하여 각각 산정하고 있었다. 산정방식은 아래와 같다.

첫 번째는 숲 내부에 조성된 모든 도로(작업로 포함)의 길이를, 두 번째는 숲 경계부에 조성된 도로를 포함한다. 마지막으로 셋째는 숲의 경계로부터 75m 이내 인접도로를 모두 포함한다. 숲 경계로부터 75m 이내 도로라면 산림사업을 효율적으로 진행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의미이다.

이렇게 계산된 도로길이를 바탕으로 상업용 산림의 도로밀도를 계산한 결과 첫 번째가 28.5m/ha이다. 가장자리 도로까지 합한 밀도는 35.4m/ha로 늘어나며, 산림경계로부터 75m까지 떨어진 도로를 포함하는 세 번째 방법이 논문에 기술된 44.9m/ha인 것이다.

결국, 산림청이 오스트리아 임도밀도라고 제시한 수치는 국가 전체 산림의 밀도가 아닌, 민간소유 대규모 상업용 산림의 밀도인 것이다. 그것도 산림 경계로부터 75m이내에 조성된 모든 도로를 합산해서 산정한 결과이다.

산림청이 비교하고 있는 국가 중 임도밀도를 국가의 공식자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나라는 일본과 오스트리아 두 나라밖에 없다. 그리고 이들 두 나라는 우리나라의 임도밀도 산정방식과는 전혀 다른 방법으로 임도밀도를 산출한다. 그 외 산림청에서 제시하고 있는 다른 나라들은 국가 공식자료가 아닐뿐더러, 해당 국가의 공식 정보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런데 산림청은 정부의 공식자료를 외면한 채, 마치 우리나라가 이들 나라와 같은 기준으로 임도밀도를 계산한 것처럼 홈페이지에 게시해 놓았다. 그리고 이 비교자료를 바탕으로 임도조성비용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비록 객관적인 비교가 가능하지 않더라도, 우리나라의 임도밀도가 현저히 낮은 것은 사실 아닌가'라고 반문할 수 있다. 왜냐하면 산림청이 오랫동안 우리나라 임도밀도가 다른 나라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낮다고 홍보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말은 과연 맞을까?

밀도의 산정방식이 주는 차이가 어떻게 나타나는지 비교할 수 있는 자료를 하나 확인해보자.

2023년 4월 강릉에서 발생한 산불은 우리나라 산불 역사상 가장 큰 재산 피해를 입힌 산불 중 하나이다. 산불 피해 지역 내부로 도로가 그물망처럼 발달해 있었고, 이 도로를 따라 산림 가장자리에 건물이 산재해 있었기에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산불 피해가 컸던 강릉의 임도밀도는 산림청 기준으로 계산하면 0.0m/ha이다. 즉, 임도가 전혀 조성되어 있지 않은 곳이다. 산림청의 주장에 따른다면, 임도가 없어 산불지역으로의 접근이 용이하지 않아 조기에 진화하지 못하는 그런 곳이 된다.

그런데, 오스트리아의 두 번째 기준(산림과 접한 도로를 포함하는 것으로, 산불진화 측면에서 절대적인 지역이라 할 수 있다)을 적용하면 극적 반전이 일어난다. 이 기준을 적용한 도로밀도는 무려 168.9m/ha가 된다. 이들 도로는 모두 산불진화를 위해 차량이 신속하게 접근 가능하다.

산림청이 홈페이지에 인용하고 있는 세 번째 방법을 적용하면 250m/ha이상이 될 것이다. 오스트리아 상업용 산림보다 무려 7배나 밀도가 높다. 일본 보다는 10배나 높은 것이다. 단지 산정방식의 차이만으로 이렇게 큰 수치적 차이를 불러온다는 것이 확인된다. 우리나라 기준 0.0이 오스트리아나 일본 기준으로는 168.9가 된다. 전체 산림을 대상으로 하는 4.1은 과연 오스트리아 기준으로는 얼마가 될까?

a  2023년 4월 발생한 강릉산불지역 피해현황(노란색은 피해강도가 약한 지역을, 보라색은 피해강도가 강한 지역을 표시한 것이다). 검은색 선이 산불피해지역에 분포하는 도로인데, 산불이 발생한 지점에서 도로를 지나면 지날수록 산불이 꺼지기는커녕 피해강도가 더욱 강해지는 경향이 뚜렷하게 관측되었다.

2023년 4월 발생한 강릉산불지역 피해현황(노란색은 피해강도가 약한 지역을, 보라색은 피해강도가 강한 지역을 표시한 것이다). 검은색 선이 산불피해지역에 분포하는 도로인데, 산불이 발생한 지점에서 도로를 지나면 지날수록 산불이 꺼지기는커녕 피해강도가 더욱 강해지는 경향이 뚜렷하게 관측되었다. ⓒ 홍석환 기후재난연구소 공동대표


앞서 언급했 듯이, 임도는 필연적으로 막대한 산사태 유발 요인으로 작용한다. 또한 아무리 많은 도로가 산림에 조성되어 있다 하더라도 산불을 진화하지 못함이 강릉산불에 의해 확인되었다.

a  2023년 4월 발생한 강릉산불지역. 도로에 의해 신속한 접근이 가능하고, 산불예방의 유일한 방법이라는 숲가꾸기사업이 집중적으로 진행된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산림은 물론 주변 건물까지 모두 불태웠다.

2023년 4월 발생한 강릉산불지역. 도로에 의해 신속한 접근이 가능하고, 산불예방의 유일한 방법이라는 숲가꾸기사업이 집중적으로 진행된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산림은 물론 주변 건물까지 모두 불태웠다. ⓒ 홍석환 기후재난연구소 공동대표


그렇다면 산사태를 이렇게 증가시키고, 산불 조기진화에 효과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임도를 긴급하게 더 많이 건설해야만 할까? 과연 기후위기시대 발생하는 대규모 피해를 상충할 만큼의 상업적 이익이 발생하는지 살펴볼 일이다.

상업적 관점에서 임도는 얼마의 경제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 살펴보았다. 경제적 효과는 산림청 직원이 함께 참여하여 작성한 두 편의 논문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조림 및 숲가꾸기에는 임도 1km당 연간 57만 6천원을 절감할 수 있었으며, 목재수확에는 연간 30만 8천원의 절감효과가 있었다. 결국 산림사업 과정에서 임도를 통해 절감할 수 있는 비용은 1km당 연간 90만 원이 채 안 된다.

a  임도 시설에 따른 산림작업비용 절감효과를 검증한 연구결과. 임도 1km당 연간 약 90만 원의 산림사업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데, 임도조성비용은 1km당 약 2억 원의 세금이 투입된다.

임도 시설에 따른 산림작업비용 절감효과를 검증한 연구결과. 임도 1km당 연간 약 90만 원의 산림사업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데, 임도조성비용은 1km당 약 2억 원의 세금이 투입된다. ⓒ 한국임학회


현재 1km의 임도를 개설하는 데 드는 비용은 약 2억 원이다. 이 비용은 신규개설 비용이며 이후 유지보수와 산사태 급증에 따른 사방사업 비용은 전혀 책정되지 않은 것이다. 산사태로 인해 사방사업이 급증하게 되니, 실제 임도로 인해 지출되는 비용은 막대하다. 2020년 충주시 임도변 산사태로 인해 집행된 복구비는 무려 250억 원이나 된다. 8km 남짓의 임도구간에 들인 비용이다.

그런데도 또다시 작년 집중호우에 다수의 산사태가 발생했다. 이 임도를 통해 국민이 얻을 수 있는 기회비용은 잘 되었을 때라야 연간 약 700만 원이다. 그런데, 이미 조성비용과 산사태로 인한 복구비용은 300억 원 가까이 투입되었다. 모두 우리가 낸 세금이다. 너무나 명확하게 답이 나오지 않는가?

기후위기시대 재난을 억제하고 예산을 절감하기 위해서는 임도는 건설하면 안 되는 것이다. 임업선진국인 미국과 같이 개설되어 있는 임도를 빠르게 복원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고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는 방법이다. 이것이 UN의 자연기반해법, Nature Based Solutions인 것이다.

산림청이 임업선진국이라 주장하는 나라인 미국은 이미 오래전 임도의 사회경제적 효과를 다방면에서 과학적으로 검증한 바 있다. 과연 임도를 계속적으로 유지하고 신설하는 것이 유리한가에 대한 객관적 검증이었다. 몇 년에 걸친 검증 끝에 미국은 임도 신설을 중단하고, 현재는 기존 임도를 폐쇄‧복원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산림청의 올해 임도예산은 무려 2800억 원이 넘는다. 임업선진국이라 하는 미국의 산림면적은 우리나라의 48배이지만 올해 임도 관련 예산은 우리나라보다 적다. 우리나라가 임도에 막대한 세금을 쏟아부어 국민이 얻는 이익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기후위기시대에 더욱 가중되는 재난에 손해만 급증할 뿐이다.

산림청은 왜 홈페이지에 이런 자료를 계속 게시하고 있을까? 자료에 오류가 있음이 그간 전혀 지적된 바 없으며, 직원들 또한 오류 확인을 못해 고치지 않고 있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이 내용의 오류는 처음 제기되는 것이 아니다. 이미 작년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가 적나라하게 지적되었다.

산림청은 지난 2023년 10월 국감 때 <경향신문>이 윤미향 당시 의원이 공개한 자료를 바탕으로 '국내 산림 임도 태부족?... 기준 통일해 계산하니 미국보다 2배 촘촘'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하자, 반박 보도자료를 내고 "우리나라의 임도밀도(3.97m/ha)는 임업 선진국(미국 등)에 비해 매우 낮"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당시 산림청은 "산림청이 인용한 미국의 임도밀도는 산림 내 국도, 지방도, 사유 도로 등을 포함하지 않고, 미국 국유림 내 시설된 임도 거리(60만㎞)를 국유림 면적(6300만㏊)으로 나눈 값인 9.5m/㏊를 사용했"고, "일본은 임도를 임도, 임업 전용도, 산림 작업로로 구분하고 있으며, 임도밀도는 임야청이 산림·임업백서에 발표한 23.5m/ha('22년)를 인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오스트리아의 임도밀도는 국도, 지방도, 사유 도로가 포함되지 않은 수치이며, SCIE에 등재된 학술지 Forests의 수치를 인용"했다고 밝혔다.

이어 "윤미향 의원실에서 산출한 미국의 임도밀도 1.9m/ha는 국유림에 시설된 임도 거리(60만km)를 국유림 면적만이 아닌 미국 전체 산림면적(3억1천ha)으로 나눈 값으로, 이는 미국의 정확한 임도밀도를 산출한 수치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결론적으로, 우리나라의 임도밀도는 3.97m/ha로, 미국 9.5m/ha, 일본 23.5m/ha, 오스트리아 50.5m/ha 등 임업 선진국에 비해 매우 낮은 실정"이라고 말하며 "임도를 확대해 나가"겠다는 계획을 다시 한번 밝혔다.

산림청은 앞서 지적한 문제의 내용들 대부분을 지금도 홈페이지에 그대로 게재하고 있다. 일본, 우리나라의 임도밀도 수치 등만 미세하게 바뀌었다. 지적을 받고도 정부 홈페이지를 바꾸지 않는 채, 사업의 확장만을 주장하는 것이다. 국회는 반드시 이 문제를 산림청에 물어야 하며, 모든 산사태에 대한 전면 재조사를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산림청 #임도 #산사태 #임도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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