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삼 모래실마을 노인들 삶의 이야기가 한권의 책으로

북카페 생각을담는집 이길형·임후남 부부 주인공 초대 출판기념회

등록 2024.09.13 14:22수정 2024.09.13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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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처인구 원삼면 모래실마을 노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쓴 임후남 씨.

처인구 원삼면 모래실마을 노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쓴 임후남 씨. ⓒ 용인시민신문


아름드리 소나무가 군락지를 이루고, 수백년 된 느티나무 두 그루가 보호수로 지정돼 있는 마을. 높이 솟은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농민들의 젖줄과 같은 저수지를 낀 처인구 원삼면 사암리 모래실마을.

북카페를 운영하는 로컬크리에이터 이길형씨와 임후남 시인이 원삼면 사암리 모래실마을 노인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엮었다. 용인문화재단 지원을 받아 펴낸 '고마워요, 눈부신 오늘'이다.


'고마워요,~'는 구십이 넘어서까지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1928년생 최고령 박정만 할아버지부터 결혼과 함께 용인 원삼면 사암리에 정착한 68세 신순자씨까지 14명의 '희노애락'을 담은 책이다. 주인공은 이길형·임후남 부부가 사는 모래실 마을에서 나고 자랐거나, 이주해 와 사는 노인들의 생애를 약식으로 엮은 구술집이자 자서전이기도 하다.

이길형·임후남 부부는 책 출간을 기념해 최근 주인공과 가족을 초대해 부부가 운영하는 북카페에서 출판기념회를 열고, 책과 함께 전문가가 촬영한 사진을 선물로 전했다. 누군가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것을 책으로 펴내 축하 자리를 마련해줘 주인공들에겐 이야깃거리가 하나 더 생긴 셈이다.

"책을 낸 경험이 없으셔서 출판기념회가 그분들에겐 낯선 단어잖아요.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 이야기가 책으로 나온 경험이 없으셔서 정말 고마워하셨어요.

인터뷰는 듣는 작업인데, 또 그 얘기냐며 누구도 나이 많은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잖아요. 여성분들은 인터뷰하면서 거의 다 우셨는데, '내 이야기를 들어줘서 고맙다'는 말씀이 기억에 많이 남았어요. 지금도 몇 분을 생각하면 눈물이 나고 짠해요."

'고마워요, 눈부신 오늘'이라는 책 제목은 질곡의 현대사를 살아온 평범한 노인들 삶의 이야기인 동시에 임 시인이 스스로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젊었을 땐 사는 것이 별일이 아닌 것 같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사는 게 그냥 기적 같고 오늘이 제일인 것 같은 거예요. 이분들은 나이가 들어 언제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잖아요. 그래서 오늘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고맙고, 제일 눈부시게 지내자는 의미로 정했어요."

하루하루 살아가는 세상의 모든 이들에게 던지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임 시인이 노인을 주인공으로 책을 기획한 이유는 잊히거나 사라져가는 문화나 장소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됐다. 노인들 한 명 한 명 삶의 이야기이면서 나고 자라거나, 현재 살아가는 동네에 대한 기록이기 때문이다.

"책방이 있는 자리가 고추밭이었다고 하더라고요. 바로 옆이 농도원 목장인데, 옛날에는 학교였고 예배당이 있던 자리라고 해요. 용담저수지는 과거에 주로 논이었다는 사실도 알게 됐어요. 남편이 동네 취재를 많이 했는데, 마을 역사가 궁금해졌어요. 동네 역사는 문헌을 찾는 게 아니라 오래 사신 분들의 이야기에 있거든요.

마을이 바뀌는데, 마을 어르신들이 돌아가시면 역사도 사라지기 마련이에요. 그걸 이곳 모래실마을에서 느껴요. 그래서 개인사를 통해서 자연스럽게 모래실마을의 역사를 담게 됐어요."

오랫동안 살아온 사람은 그 마을의 역사이기도 하다. 그래서 흔히 '동네 어르신이 돌아가시면 그 마을의 역사가 사라진다'는 말을 한다. 이길형·임후남 부부가 쓴 이 책은 노인 14명의 개인사이지만, 사라졌거나 사라질지 모를 모래실마을의 과거와 오늘이 담긴 마을지이기도 하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용인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용인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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