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선생님을 원합니다 2

등록 2000.04.25 12:37수정 2000.04.25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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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특히 학생뿐 아니라 학부모와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선생님을 좋아한다.


그 이유는 우리 딸 1학년 때 선생님이 유난히 질문 많은 우리 아이를 귀찮아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2학년 선생님은 인터액티브한 선생님을 원한다고 적어 넣었는데 큰 효과를 보았거든.

지금 우리 딸의 담임을 맡고 있는 팁튼 선생님이 바로 내가 원했던 인터액티브한 그런 선생님이지.

그런데 내가 팁튼 선생님과 1년을 보내면서 가만히 보니까 아이들 뿐 아니라 학부모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도 신경을 많이 쓰는 선생님이야. 아이의 가정과 늘 대화하면서 하는 그이의 교육방법이 참 인간적이면서도 효과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앞으로도 계속해서 말할 생각이다. 나는 말과 생각과 마음이 잘 통하는 선생님을 원한다고. (팁튼 선생님은 내가 그동안 미국에서 만난 백인 중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다. 이 선생님 얘기는 다음 번에 자세하게 따로 해줄께.)

그리고 마지막으로 브룩에 관해서 말해야지?
브룩은 탤리의 딸인데 그녀와 나는 거의 1년 동안 서로 탐색전을 벌이다가 요 몇달 사이에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우리는(나와 딸) 사실 별로 마음에 없었는데 그 쪽에서 하도 적극적으로 나와서 지금은 그 집 딸과 우리 딸이 같은 책상에 앉아 단짝이 되었고 일주일간의 학교 생활을 마치는 금요일이면 서로 집을 오가며 함께 놀고 있지.

지난주에는 연속 3일을 함께 지냈다. 금요일엔 우리 딸이 그 집에 가서 놀았고 토요일엔 지구의 날을 맞아 '나비 날리기' 및 '공원 청소' 그리고 저녁때 열린 '블럭 파티'(Block Party, 같은 지역에 사는 이웃들이 서로 사귐을 갖기 위해 음식과 놀이를 준비해서 야외에서 함께 파티를 하는 일종의 커뮤니티 행사)에 함께 갔다.


일요일엔 역시 커뮤니티에서 마련한 부활절 '에그 헌팅'(Egg Hunting, 속에 캔디를 담은 색색의 플라스틱 계란을 숨겨놓고 보물찾기하듯 아이들에게 찾게 하는 것)에서 만나 그 집 보트를 타고 즐겁고 평화로운 오후를 보냈지.

저녁에는 그 집 딸을 우리 남편이 같이 데리고 축구연습장에 갔다오기도 했고. 이번 학기엔 우리 딸과 그 집 딸이 매주 토요일 아침마다 경기를 갖는 어린이 축구팀에 함께 가입했거든.

그런데 브룩의 엄마인 탤리가 며칠 전 축구경기장에서 갑자기 이렇게 말하는 거야.
"당신 딸과 우리 딸이 3학년에 가도 한 반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학교에 써서 보냈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라고.

그래서 나는 "한 반이 되면 좋지요. 지금 사이좋게 잘 지내고 있는데 새 학년이 되어도 같은 반이 되면 서로 외롭지 않고 좋질 않겠어요?"하고 말했고.

그리고는 "한 반에 같이 넣어 달라고 하면 그대로 해 주나요?" 라고 되물었어. 같은 반이 되고 싶은 친구의 이름을 밝혀서 넣어도 되는 줄은 몰랐었거든. 그랬더니 브룩 엄마가 그러는 거야.

"물론"이라고 그리고 "같은 반이 안 되었으면 하는 아이의 이름을 밝혀 넣어도 된다"고 하네. 그런다고 해서 꼭 요구대로 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학교측에서는 최대한 학부모들의 의견을 반영해 준다면서.

그러면서 1학년때 같은 반에 넣어달라고 했던 아이와는 2학년에 올라오면서 같은 반이 되었다는 얘기도 빼지 않고 해 주더라고.

그래서 나도 다섯 번째 사항에 그렇게 쓴 거야.
"브룩과 같은 반이 되도록 해 주세요."라고.
우리 딸이 아주 힘들게 얻은 백인 친구거든.
이란 출신의 엄마 피가 섞이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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