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학생들의 반 세계화 운동

김민웅의 뉴욕리포트-워싱턴 시위의 본질

등록 2000.04.27 12:01수정 2000.04.27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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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시애틀과 올해의 워싱턴을 휩쓸었던 반 WTO 시위와 IMF, 세계은행에 대한 항의집회를 주도한 것은 20대 미국 대학생들이었다. 이번 여름 캘리포니아 로스엔젤로스에서 열리게 되는 민주당의 전당대회도 비상이 걸렸다.

이들 학생들이 세계화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제기하는 집회와 시위를 민주당 전당대회와 동시에 계획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세계화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미국사회의 대중적 인식은 이 두 번의 집회와 시위를 통해 상당한 변화를 보였다고 하겠다.

그리고 초국적 대자본은 제3세계 내부의 저항과는 달리, 이러한 미국사회 내부의 움직임에 초연할 수 없는 형편에 처하게 되었다. 제3세계 내부의 저항은 언론들이 제대로 주목하지 않는 반면에, 미국내의 저항시위는 언론의 집중적인 주목을 받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최근 미국 대학생들의 사회참여와 문제제기는 반전운동과 민권운동으로 열기를 모았던 지난 1960년대 이후 탈정치적이고 개인주의화되어왔던 이들 20대 연령층들의 경향과는 매우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어 주시되고 있다.

더욱이 이들 학생들이 미국사회의 도덕성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지난 몇 년간 꾸준히 제기함으로써 오늘날, 노동자들의 권리, 환경문제, 빈부격차의 심화 등에 대한 논의를 정치권이나 경제계가 더 이상 외면할 수 없게 된 상황이 벌어진 것은 중대한 변화라고 하겠다.

6-70년대의 진보적 경향을 압도하면서 대세를 쥐었던 1980년대 레이건으로 대표되는 보수화의 경향이 이제 2000년대로 접어들면서 그 기세가 꺾이기 시작하고, 이러한 보수화가 낳은 여러 가지 모순에 대한 저항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미국사회 내부의 매우 중요한 변화가 발생하고 있음을 의미하며, 향후 미국사회의 진로와 관련해서도 깊이 주목해야 할 사태라고 할 수 있다.

현재 미국 내 10대 대학 가운데 6개 대학인 콜럼비아, 브라운, 조지타운등을 비롯하여 위스콘신, 듀크, 퍼듀, 펜실베니아, 오레곤, UC 버클리를 비롯한 각 지역의 캘리포니아 대학 등 미국 전역의 175개 이상의 대학 학생회가 이 운동에 참여함으로써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단계에 이르고 있다.


이 운동은 애초에 미국의 캐티 리 지포드 패션이 경영하는 온두라스의 한 봉제공장의 열악한 노동조건과 철조망을 둘러친 환경에 대한 사실을 파악한 대학생들 두 명이 이에 대한 문제제기를 인터넷트를 통해 시작하면서 비롯되었다.

나이키 신발의 경우에도 제3세계의 여성들을 착취하면서 신발을 제작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나이키 제품의 최대 고객이라고 할 수 있는 이들 연령층의 대학생들의 반발이 시작되었고 이것은 나이키 사에 중대한 도전이 되었다.

학생들은 이러한 문제제기와 시위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노동자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콘소시움을 전국적으로 만들어 초국적 자본이나 기업들의 행태를 감시하고 비판하는 작업을 벌여나갔다.

그리고 이 조직을 움직이는 재원은 각 대학이 의류제품을 판 수익 1퍼센트로 충당하는 협상을 벌였으며 이에 응하지 않는 대학당국은 학생들의 시위사태에 시달리는 상황이 되었다.

이렇게 해서 영향력을 성장시켜나간 학생들의 초국적 자본에 대한 저항운동은 이제 시애틀과 워싱턴을 거쳐 세계적인 주목을 받게 되는 수준에 이르렀으며 학생들의 이러한 움직임은 노동자와 환경운동가들의 연대를 통해 보다 강력한 조직적 영향력을 발휘하게 된 것이다.

20대인 이들 미국 대학생들 세대들은 이제 미국 하나만이 아니라, 지구촌 전체의 생활과 운명에 대하여 폭넓고 깊은 관심을 가지고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은 새로운 가치관을 가지고 인간의 권리와 자연의 생명을 지켜나가기 위한 사회를 꿈꾸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20대들은 지금 어떤 자리에 있는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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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웅 기자는 경희대 교수를 역임, 현재 조선학, 생태문명, 정치윤리, 세계문명사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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