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DS사건 무혐의 처리한 검사는 못믿는다"

[열린인터뷰 27번째] '스탑 삼성 캠페인'을 벌이는 곽노현 교수

등록 2000.07.18 17:00수정 2000.07.18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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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수들의 주장에 대해 삼성에서는 어떻게 이야기하고 있는가

"적법하게 처리했다고 말하고 있다. 유일한 논거는 이재용 씨에게 주식을 발행할 때 세법이 정한 규정에 따라 발행가액을 산정했기 때문에 공정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그런가 보자.

삼성생명의 주식을 예로 보자. 삼성생명의 주식은 비상장주식이다. 이 주식은 세법상 98년 현재 6800원 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데 이 주식에 대해 삼성의 이건희 회장은 자동차 빚 청산을 위해 99년 6월 400만주를 사재 출현했다. 그 때 이 회장이 무슨 말을 했는지 아느냐. 삼성증권에 평가한 것에 따르면 삼성생명 주가가 주장 70만원이 적당하다 말했다.

굳이 이회장 말을 빌지 않더라도 며칠전 채권은행단과 금융감독원이 삼성생명 주식의 적정가는 54만3000원이라고 발표한 적이 있다. 그렇다면 세법이 정한 6800원과의 차액은 무엇을 의미하느냐. 삼성은 이재용 씨에게 회장의 아들이라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입으로 '70만원이 적당하다'고 한 주식을 6800원에 넘긴 셈이다. 그것이 바로 배임이다. 비상장주식인 에버랜드도 그렇고 삼성SDS도 마찬가지다."

- 스탑 삼성 운동을 시작한 지 20일 정도가 지났다. 그 동안 꽤 바빴을 것 같은데….

"7월 5일 불법세습공대위가 첫번째 한 일이 박재윤 부장판사 대법관 임용 반대 기자회견이다. 박재윤 부장판사는 삼성SDS 사건에서 삼성 손을 들어준 사람이다.

그후 검찰에서 7월 12일 고발인 진술을 하라고 해서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담당검사가 삼성SDS 사건에 대해 무혐의 불기소 처분한 서울지검의 조정환 검사라는 사실을 알았다. 우리는 진술에 의미가 없다고 판단, 담당검사 교체를 정식으로 요청했다.


내일(19일) 오전 11시에는 명동성당 앞에서 스탑 삼성 운동과 관련 최초의 대규모 집회를 계획하고 있다."

- 조정환 검사가 담당검사가 된 것에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아마 검찰 수뇌부에서 조정환 검사에게 이 사건을 배정한 것은 '철 없는 법학교수들이 삼성 총수를 고발한 모양인데 적당히 불기소 처분 하시오'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 만약 담당검사 교체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어쩔 수 없이 검찰과의 싸움을 시작할 수밖에 없다. 검찰이 그렇게 막무가내라고 생각지는 않는다. 어쨌든 두고 볼 생각이다."

- 기자회견문을 보면 이제까지 많이 쓰던 '편법'이나 '변칙'이라는 용어가 아닌 '불법' 증여라는 용어를 썼는데….

"편법이나 변칙은 합법을 가정했다는 의미가 있다. 겉으로는 합법인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번 이재용 씨 사건의 경우 엄밀한 의미에서 탈법행위다. 탈법이 반사회성이 높으면 형법상 범죄행위가 되는 것이다."

- 『미디어 오늘』에 언론의 보도 태도에 대해 비판한 글을 보았다. 이 문제를 대하는 언론의 보도 태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만약 미국 법대교수 43명이 빌게이츠에게 독점금지 소송을 냈다면 국내언론들은 아마 특파원까지 파견해 대서특필을 했을 것이다. 미국에서 법대 교수 43명은 전체의 0.5%도 안된다. 하지만 우리나라 법대 교수 5%가 한국의 대표적인 재벌 총수인 삼성 이건희 회장을 형법으로 고발했다. 그런데 언론의 관심도가 어떤가.

한국 사회는 여전히 재벌의 밖에 서 있으면 춥고 배고픈 사회다. 법학교수들이 치기로 이런 일을 한다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근본적으로 법학교수는 국가권력이 정한 실정법을 중심에 두고 사고하기 때문에 급진적일 수 없다.

이 사안이 단순히 세습한 자금에 대한 탈세라면 이렇게 분개하지도 않는다. 이것은 삼성 내에서 일어난 친위쿠데타다. 정상적인 방법으로 이재용 씨는 절대 총수가 될 수 없다. 1%의 지분도 갖기 힘들다. 하지만 현재 이재용 씨는 3년만에 에버랜드 지분의 62.5% 삼성SDS의 32.8 %, 삼성전자의 0.9 % e-삼성의 60% 지분을 가지게 됐다.

이 사안은 법치주의와 경제정의의 생사가 걸린 일이다. 한국을 재벌공화국으로 놔둘 것인지 아니면 재벌세습이 불가능한 정상적인 사회로 갈 것인지를 가늠하는 중대한 사안이 것이다. 그런 생각으로 법학 교수들이 궐기한 것인데 언론이 이런 사실을 묻어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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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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