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가 화를 낼 때 부모는 기뻐해야 한다

등록 2000.07.29 15:01수정 2000.07.29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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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는 지도받는 사람이 화를 내면 왜 화를 내는가 물어보고 그 이유가 들어줄 수 없는 부당한 것이면 설명을 잘 해주어야 한다면서 부모는 자녀가 화를 내면 기뻐해야 한다라는 말을 우리나라 정신의학 지도자가 말한 적이 있다.


화를 억압하지 않고 내면에서 잘 처리할 수 있어야 병이 되지 않는 것인데 정신이 미숙한 사람은 그것이 안되니 병이 되지 않도록 우선 화를 내게 하지만 주위 사람들이 화를 부채질해서는 안된다는 말도 그 지도자는 덧붙였다.

나는 그 지도자가 자신의 책에서 정신과 의사는 우울증 환자가 의사에게 화를 내게 함으로써 환자의 자살기도를 막는다고 해 감명받은 적이 있는데 부모가 자녀의 화냄을 기뻐해야 하는 이유는 그 화가 쌓이면 우울하게 되고 급기야 자살까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 나는 보건소에서 화냄의 중요성을 자살을 기도한 환자와 보호자에게 알려주었는데 그 이야기는 아래와 같다.

20세의 꽃다운 여성이 수면제 27개를 먹고 보건소에 왔다. 약국에서 수면제로 산 약이며 2-3시간 전에 복용했는데 졸립고 팔다리가 떨린다며 치료해달라고 했다.

보통 보건소엔 이런 응급환자가 오지 않는데 그 여성은 그 사실을 모르고 온 것 같았다. 20여 년 전에 응급실 근무를 할 때 수면제를 많이 먹고 자살 기도를 한 사람들이 대부분 적절한 처치를 받고 후유증 없이 살아난 것을 보았지만 일단 정신과 전문의에게 전화해 어떻게 응급 처치를 해주어야할 것인가를 물어보았다.


그 전문의는 요즈음 약사가 약국에서 파는 수면제는 진짜 수면제가 아닌 졸음이 오는 항히스타민제일뿐이며 27개 정도로는 생명에 지장이 없지만 자살기도를 했다는 사실이 위중한 상태이기 때문에 큰 병원으로 보내 위세척과 정신과 진료를 포함한 입원치료를 받게 해야한다고 했다.

생명에 지장이 없다는 말을 듣자 우선 마음이 놓였다. 환자에게 그 사실을 알려주고 왜 자살기도를 했는가 물어보니 어머니가 미워서 그랬다 했다. 곧 환자에게 침대에 누워있으라 하고 어머니에게 전화했더니 그 어머니는 죽으려고 약을 먹었으면 집에 있어야지 왜 보건소에 갔느냐는 엉뚱한 말을 했다.


딸의 상태에 대한 정신과 의사의 말을 전해주며 딸이 어머니와 대화가 통하지 않아 그런 것이니 빨리 보건소로 와 딸을 데리고 큰 병원으로 가라 했더니 조금 후에 그 어머니가 왔다.

아이가 어려서 사랑을 잘 받지 못했거나 과잉보호를 받았을 경우에 부모를 미워하게 되는데 화를 낼 수 없을 때 자신을 공격해 자살 기도를 하게 된다는 정신의학 지식을 간략하게 알려주면서 딸이 화를 낼 때 그 화를 받아주라고 했다.

그 어머니는 딸이 속을 많이 썩이고 화를 잘 낸다면서 이 사실을 남편에게 알리면 딸이 혼나게 될 것이라 하고 대화 중에 웃을 상황이 아닌데 약간 웃기까지 했다. 나는 곧 그 어머니가 정신적으로 심각하게 어리다고 느끼고 그 여성의 손을 잡으며 딸을 혼내지 말고 자살 기도를 도와달라는 호소로 받아들이라고 부탁했다.

우리나라 정신의학 지도자가 쓴 책이라며 <현대인의 정신건강>이라는 이동식 박사의 책 이름을 메모지에 써주며 그 여성이 먼저 읽고 나중에 딸에게도 보여주라 했더니 그 여성은 메모지를 소중하게 지갑에 넣었다.

나의 자녀양육에 대한 질문을 하기에 자식을 잘 키우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며 나도 그 책을 읽고 내 잘못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고 그 잘못을 고치자 자녀들도 더 좋아지더라는 말을 해주었다. (잘못이란 자신의 유아성인데 그것을 깨닫는 것이다)

다른 방의 침대에 누워있는 딸에게 가서 어머니에게 화를 내지 못하면 마음이 어린 사람은 자살기도를 하게 되니 딸의 화를 받아주라는 말을 했으니 앞으로는 화가 나면 어머니에게 화를 내고 자살 기도같은 행동을 하지 말고 말로써 감정을 표현하라 했다.

그러자 딸은 화를 내면 부모가 혼만 낸다면서도 내 말이 위로가 된 듯 금방 눈물을 흘리며 울었다.

보건소 차량을 이용할 수 없냐는 어머니의 질문을 받고 택시를 타고 가도 되겠다고 생각되었지만 그 어머니 말을 들어주고 싶어서 앰블런스를 부르는 사이에 모녀가 만나게 되었는데 딸을 맞을 때 어머니도 눈물을 흘려 나는 마음이 놓였다. 마땅히 슬퍼해야 할 때에 그 어머니는 불평하고 웃었는데 이제 제대로 돌아와 상황에 적절한 감정을
나타냈던 것이다.

모녀가 만났을 때 그 딸은 어머니를 보자 화가 난 눈으로 어머니를 잠시 노려보았는데 어머니는 그렇지 않아 어머니가 더 낫다라는 생각을 했다.

그 어머니와 얘기할 때 자녀는 어머니도 그 부모에게 사랑을 잘 못 받았으면 사람을 잘 사랑할 줄 모르게 되는데 자신이 어머니보다 더 성숙하게 되기 전엔 그 사실을 도저히 깨달을 수가 없으니 어머니가 먼저 이해하고 받아들이라고 했는데 그 어머니는 먼저 이해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그 후 모녀가 앰뷸론스 안에서 서로 부둥켜 안고 울면서 떠났다는 반가운 소식을 간호사로부터 전해듣고 모녀 관계가 앞으로 그런대로 풀려나갈 것이란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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