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다른 사람의 혼이 존재한다면? (1)

하루로 본 기(氣) 수련원

등록 2000.08.11 10:59수정 2000.08.11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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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메, 氣죽어라.." "氣세 등등하시군요" "어머, 氣가 차서, 정말..."
우리나라에 살면서, 이런 말 한 마디쯤은 예사롭지 않게 들으며 산다.
그리고,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이런 말을 듣기도 한다. "당신, 여자가 氣가 너무 세..."
그럼, 남자는 기가 세야 좋은 걸까? (아니면, 남자는 뭐든 세야 할까?) 여자가 기가 좀 세면 안되나? 아니면 흔히 말하는 기지배가 氣지배인가?(계집아이가 맞는 말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이렇게 '기' 운운하는 사람들이 정말 '기'가 무엇인지 알고 있을까?


아침 일찍 서둘러 나온 내가 향한 곳은 논현동에 위치한 <영진운기수련원>
새로 개통한 7호선 지하철 '학동'역에서 내려 2분 정도를 걸어가니, 경사가 높게 진 조그만 골목이 나왔다. 이 골목이 논고갯길이라 불리우고, 오른쪽으로 4번째 집이 수련원이다.
무언가 특별한 곳 일 거라 생각했는데, 그저 흙 냄새나고 꽃, 나무가 심어진 보통의 주택이다. 현관문도 열려져 있다.

"실례합니다." 무대답... 내 목소리에 기(氣)가 빠졌나? 하는 수 없이 신발을 벗고 2층으로 올라갔다. 상담실에 어떤 한 사람이 컴퓨터로 인터넷을 하고 있다.
"안녕하세요?" 서로 인사를 했다. 내 눈앞의 40대 미인이 바로 영진운기수련원의 원장 성영주 씨. 개량한복을 입고 있는 그가, 언뜻 보기엔 '기'하고는 전혀 상관없는 사람으로 보인다. 그녀는 <누구나 아름다운 영혼을 지니고 있다>(오늘의 책). <氣 몸의 숨결, 영혼의 자유>(다우), 2권의 책을 저술한, 대단히 센 기를 가지고 있는 무속인이 아닌 도인이다.

고향은 진주, 그녀가 다섯 살 무렵. 아버지가 위암으로 돌아가시자 어머니는 49재도 치르지 않은 아버지의 빈소에서 자결하였다. 21살 어린 나이에 결혼, 10년 후에 남편과 이혼하고 남은 것은 두 딸뿐이었다. 세 번 자살기도를 했고, 후에 서울에서 성문수 선생을 만나게 된다. 그에게서 기를 공부하게 되고, 앓던 위장병은 사라졌다. 그 후, 기에 더더욱 심취하게 되었다.

오전 10시. 우리는 말 그대로 기(氣)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기(氣)가 무엇일까?
"기(氣)란 바로 이처럼 모든 것을 살아 움직이게 하는 힘을 말합니다. 인간은 물론이고 모든 생물과 무생물, 이 우주까지도 질서 정연하게 움직이게 하는 힘, 그 섭리를 지칭하는 단어지요. 따라서 기를 수련한다는 것은 이 천체를 움직이는 힘과 자기 자신의 영적 에너지를 공명(共鳴)시켜서 태초의 자신의 모습(신성을 지니고 있었던 본연의 나)을 찾아가는 행위를 말하는 겁니다. 그러므로 기의 수련은 자신의 건강이나 돌보고 마음의 평안이나 유지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 아니라 이 우주의 질서를 온몸으로 느끼면서 자신을 그것에 합일시켜 나가는 것이며 잃어버린 자신의 신성을 찾는 엄숙한 행위지요."

오전 11시. 거의 가족이나 다름없다는 오은미 씨가 왔다. 과천에 사는 그는 옥수수를 한아름 가지고 왔는데, 과천의 텃밭에서 따온 옥수수라며, 따자마자 바로 먹어야, 당분이 녹말로 변하지 않는다나? 사카린을 넣고 찌지 않아도 달짝한 옥수수를 먹게 될 거라며 조금 기다리란다. 여기 '기'수련원 맞나? 무언가 으스스할 것 같았는데, 꼭 시골 친척집에 온 것만 같다.
성영주 원장이 나를 베란다로 데리고 나갔다. 그 곳은 박꽃, 깻잎, 고추, 로즈마린 향기로 가득했다. 갑자기 베란다로 쌀을 던진다. 내 점(占)을 봐주려고 쌀을 던지나 했는데, 참새한테 모이로 주는 거란다.

오전 12시. 기 수련을 14개월했다는 대학생 박성진 씨가 옥수수먹기에 동참했다. 그는 퇴마승 성안스님으로부터 빙의('憑依), 즉 귀신이 씌었다는 말을 듣고 기 수련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너무 힘들었어요. 빙의되었다는 사실도 믿을 수가 없었죠. 하지만 기 수련을 통해서 빙의상태에서 벗어나게 되었어요. 이제는 웬만한 사람들에게 기를 전수할 만큼 강한 기를 가지고 있답니다. 정신집중도 잘 되어서 공부도 잘 되고, 마음이 편안해요. 방학이라 많은 시간을 수련원에서 기도를 하면서 보내요. 마음으로부터 출발해 삶이 다 행복하답니다."


오은미 씨는 "맞아요. 매사가 긍정적이 되니까 정말 너무 행복해요"라면서 자신의 보따리를 풀기 시작했다.
"제 남편과 저는 용하다는 점(占)집에 궁합을 보러 갔어요. 근데 거기 점쟁이가 궁합이 너무 안 좋다는 거예요. 결혼을 하면 안 된다나? 이렇게 나쁜 궁합은 처음 본다나? 그리고선 저보고 다음날 혼자 오라고 하더군요. '궁합을 보러오면서 같이 오면 어떡해'라고 하면서요. 하지만 우리는 지금 아이 둘을 키우면서 너무 행복하게 잘 살고 있고요. 궁합 같은 것, 사랑한다면 보지 마세요. 차라리 기 수련을 하면서 자기 자신의 에너지를 키우면, 모든 것이 평화롭게 되고, 특히 마음이 평화로우면, 어떤 것도 두렵지가 않거든요. 인생은 자기가 개척하는 거잖아요." 기 수련원에 와서 진짜 사랑이 무엇인지까지 알게 되는 것 같다. 사랑한다면 궁합.... 안 본다.

오후 1시 30분. 옥수수로 이미 배가 부르지만, 성 원장이 직접 끓인 '김치국밥'을 점심으로 먹고, 좀 더 진지한 소재로 대화를 이어갔다. '빙의(憑依)'가 무엇인지 사실 나는 궁금했다. 브루스 윌리스가 주연한 영화 '식스센스'를 본 사람이라면, 내가 갖고 있는 호기심을 어느 정도 품고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나라 공포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정말 귀신들이 머리를 풀어헤치고, 하이얀 소복을 입고 입가에 피를 흘리고 있을까?


도대체 빙의(憑依)가 뭘까?
죽은 사람의 영혼이 살아 있는 다른 사람의 몸 속으로 들어가는 것. 쉬운 말로 귀신이 붙었다, 혹은 귀신이 씌었다고 한다. 이 귀신 들림은 거의 모든 종교에서 인정을 하고 있는 현상이지만, 빙의된 사람을 때리거나 폭력을 사용해 귀신을 내쫓으려 하거나, 미치거나, 무섭고 으스스한 사람으로 취급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한다.

"흔히 사람들은 귀신들이 무섭다고 생각하지요. 하지만 그들은 정말로 나약한 존재입니다.
갑작스런 죽음, 혹은 억울한 죽음을 당해 이승을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죠. 혹은,원한에 사무쳐 특정인에게 빙의되는 경우도 있어요. 쉽게 영화 '식스센스'처럼 생각하세요. 그들은 생전의 억울함을 풀고싶어해요. '기 수련'은 사실 기를 통해서 내면의 에너지를 갖는 것이지만, 그런 식으로 충분한 공력이나 기를 갖게 되면, 귀신들이 먼저 찾아옵니다. 그들의 억울함을 풀어줄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찾아오지요. 그런 그들을 저승으로 보내게 하고, 다른 사람에게 또 다시 빙의되지 않게 하는 것을 천도(薦度)라고 하지요. 이런 것은 웬만한 공력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할 수가 없어요."

그가 강조하는 것은 귀신들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무섭게 피 흘리며 사람을 잡아먹는 존재가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는 보통 밤에 귀신이 나올 거라 무서워하지만, 낮이나 밤이나 귀신에게는 상관이 없단다. 어떻게 생각하면 조금 우습기도 한 이야기들이 우리가 나눈 전부이다.

오후 4시가 되자 직접 기를 체험할 시간이 주어졌다.
나는 책상다리를 하고 방석에 앉았다. 두 손바닥을 쫙 펴서 머리 위로 올렸다.
"자, 이제는 내가 내 몸을 움직였지만, 이제는 내 몸이 움직이는 대로 내가 움직입니다."
"호흡을 깊게 내쉬어서 입을 통해 탁한 기운을 모두 빼내자고요. 눈감고, 자 깊게, 깊게..."
나는 계속해서 숨을 깊게 내쉬었다. 한참을 내쉬자, 입을 닫을 수가 없었다. 정신이 있을 때는 '아이, 침 삼키고 싶은데, 침이 흐르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왠지 침을 삼키느라 입을 꾹 닫고 한번이라도 숨을 깊게 안 쉬면 안될 것 같아, 나는 그냥 그대로 깊게 숨을 내쉬었다. (이어진 기사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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