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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7월부터 1999년 3월까지 이스라엘을 여행하고 키부츠에서 생활한 이야기들을 <샬롬! 이스라엘>을 통해 연재하고 있습니다. - 편집자 주)
일요일, 드디어 다른 나라의 월요일같은 일요일이 시작되었다. 관공서도 문을 열고, 버스도 다니고, 박물관도 하는 일요일... 정말 아침에 눈을 뜨니 그것만으로도 감격의 눈물이 눈에 달라붙었다. 제리는 그건 눈물이 아니라 눈곱이라고 빈정대지만 말이다. 아침을 간단히 먹고, 우리는 시온의 언덕 쪽으로 향했다.
시온의 언덕은 구 시가지쪽 시온산이라고 불리는 언덕이다. 성벽을 몇 번 째 돌아보는 것인지. 구 시가지를 둘러싸고 있는 이 성벽은 길이가 4㎞로서, 1537년에서 1541년 사이에 이 지역을 지배하던 오스만 왕조의 술레이만 1세에 의해 재건된 건축물이다. 성벽의 높이는 보통 10~12m 이며, 두께는 5m이다. 성벽의 돌들은 고고학적 자료로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왜냐하면, 성벽에 쓰인 돌들이 모두 그때 그때의 시대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그 기둥의 색과 높이, 두께 등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거칠고 큰, 모서리가 둥근 돌은 제 1신전시대의 돌이며, 굉장히 잘게 다듬어진 돌은 터키 지배 시대의 돌이라고 한다.
시온의 언덕에서 제일 처음 방문한 곳은 다비드 왕의 무덤이다. 시나고그로 되어 있는 홀을 빠져나가 오른쪽으로 가면 철책에 둘러싸여 있는 무덤이 그 모습을 나타낸다. 화려한 자수가 있는 푸른색의 벨벳 천 같은 것으로 무덤이 덮여져 있으며, 그 앞에는 비석이 놓여져 있었다. 무덤이야 무덤이라지만, 옆으로 보이는 좁은 계단을 타고 올라가면 시가지를 둘러볼 수 있는 옥상이 나온다. 올라가는 길이 이 계단, 저 계단이라서 꼭 내가 영화 속의 주인공들처럼 누군가에게 쫓겨 도망 다니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다비드 왕의 무덤이 있는 건물을 나와서 뒤쪽의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올라가면 예수가 처형되기 전날 밤에 제자들을 모아놓고 최후의 만찬을 벌였던 방이 나타나는데, 방안은 굉장히 삭막하다. 우리 일행은 도저히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린 '최후의 만찬'을 떠올릴 수 없었다.
가는 길에는 마리아의 죽음을 추모하기 위해 1910년에 세워진 마리아 영면교회와 계명교회가 있다. 홀로코스트 박물관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에 의해 대량 학살된 유태인들과 관련된 자료를 모아놓은 곳이다.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전쟁 당시의 끔직한 참상을 잊지 말고 기억하자는 의지가 매섭게 서려 있는 곳이다.
강제수용소에서 발견해 낸 유대교 경전, 기록사진,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는 것을 찬찬히 바라보니, 왠지 추워지는 것 같기도 하고, 섬뜩하기도 하고... 그 중에서도 가장 무시무시한 것은 인간 몸에서 나온 기름으로 만든 비누이다. 사람을 죽여 그 기름으로 만든 비누로, 나의 기름기를 제거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을 생각하니 정말 너무도 끔찍했다. 전쟁이 참혹한 것인지, 나치가 가혹한 것인지, 어쨌든 정말 무시무시한 곳이었지만, 이 곳은 강력히 추천하는 싶은 곳이다. 예루살렘을 여행한다면 꼭 가보아야 할 곳이다. '황금 돔'과 '통곡의 벽'과 함께...
황금 돔은 바위 돔이라고도 불린다. 지붕이 황금이니 황금 돔이겠지만, 왜 바위 돔인지는, 글쎄, 이것도 만들 때 바위를 깎아서 만들었는지, 괜한 상상을 해본다.
황금 돔은 예루살렘의 상징이다. 팔각형의 독특한 건물과 아름다운 타일 장식은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더욱 그 빛을 발산하고 있다. 모리야 언덕 위에 있는 바위 돔은 천사와 함께 승천했다고 알려진 마호메트가 바위를 끌어안고 있는 듯한 모습으로 서 있다. 신전으로 들어가면 그 바위의 상부가 노출되어 있으며 마호메트의 발자국과 천사 가브리엘의 손자국이라고 일컬어지는 흔적이 남아 있다. 쥬이시 경전에는 아브라함이 사랑하던 아들 이삭을 신에게 바치려고 한 곳이 바로 이 장소라고 나와 있다고 한다.
돔의 내부, 북쪽 문 정면 바닥에 깔려 있는 녹색 돌은 천국의 타일이라고 한단다. 한참동안 그 타일을 밟아 보았다. 내가 언제 천국에 가서 타일을 밟아보리? 내가 여태껏 밟아본 타일도 우리집 화장실 타일과 목욕탕 타일이 전부인 것 같다. 전설에 의하면 마호메트가 이 돌에 19개의 금침을 박았는데 그 금침들이 모두 없어질 때, 지구는 원래의 카오스 상태로 되돌아간다고 한다. 지금은 3개의 금침이 남아 있다. 말이 카오스지 혹시 지구가 멸망하는 것은 아닌가? 걱정 아닌 걱정을 해본다.
벽이 있는 위치가 서쪽이어서 서쪽 벽이라고도 불린다는 통곡의 벽으로 이동했다. 21m나 되는 벽도 벽이지만, 모두들 벽을 향해 기도를 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에 놀랐다. 한 천명은 몰려 있는 것 같았다. 쥬이시들도 있고 이슬람들도 있고, 우리 같은 관광객을 비롯, 크리스챤들도 모두 벽만 보고 있었다. 군대 영창에 가면 벽만 보고 있는 다는데, 거의 그 수준이었다.
벽의 돌 틈 사이사이에는 기도를 하러 온 사람들이 각자 자신들의 소원이 적힌 종이 조각들을 꽂아 놓아 꼭 물이 새는 구멍을 막아 놓은 것처럼 참 재미있는 광경이었다. 밤이 되면 벽돌에 맺혀 있던 밤이슬이 돌 틈 사이로 삐죽이 꽂혀 있는 종이 조각 위로 떨어져 내리는데, 그 모습이 눈물을 흘리는 쥬이시들의 모습과 닮았다고 하여 언제부터인지 이 벽이 통곡의 벽이 되었다고 한다. 이 곳은 남녀가 분리되어 기도를 드리는데, 남자들은 종교를 막론하고 키파를 써야 한다.(키파에 관한 것은 예전 기사를 검색하시면 나옵니다. ^^;;)
우리는 통곡의 벽을 벗어나 그 반대편에 있는 다비드 탑으로 내려왔다. 야포문으로 들어가면 바로 보이는 이 탑은 기원전 20년에 헤롯왕이 예루살렘을 방어할 목적으로 이곳에 요새를 세웠다고 한다. 영어로는 데이비드인 다비드는 또한 다윗으로도 불린다. 다비드 탑의 내부에는 역사박물관이 있고, 이스라엘의 역사를 이야기하는 소리와 빛의 쇼가 상영된다. 또 여름에는 야외콘서트도 열린다.
짧은 바지나 스커트, 소매가 없는 옷을 입으면 입장이 안 되는 성분묘교회. 성분묘교회는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 채찍을 맞던 골고다언덕이라고 추정되는 곳에 세워진 교회이다.
이 교회 안에는 예수와 관련된 이름의 예배당이 여러 개 있는데, 각각 로마 카톨릭, 아르메니아, 콥트, 그리스정교의 각 종파에 의해 관리되고 있다고 한다. 유서 깊은 장소일 뿐 아니라, 이렇게 여러 종교의 모습을 한꺼번에 볼 수 있으니,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것은 어쩜 당연한 일일 게다. 이 곳에는 예수의 무덤도 있는데, 이 또한 각 종교들이 공동관리하고 있다. 옛날에는 동굴이었지만, 지금은 촛불이 대리석조각과 벨벳천을 은은하게 비추는 신비한 곳이 되었다.
이 밖에도 예루살렘에는 볼 것들이 너무나 많다. 하지만 어찌하리? 주어진 시간은 너무나 짧았다. 우리는 저녁을 대충 먹고 사해로 떠나기 위해 처음 도착했었던 버스터미널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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