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박 4일동안 예루살렘 여행하기-사해편

사해에서 수영하는 비법이 있다면?

등록 2000.09.04 12:27수정 2000.09.05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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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7월부터 1999년 3월까지 이스라엘을 여행하고 키부츠에서 생활한 이야기들을 <샬롬! 이스라엘>을 통해 연재하고 있습니다. - 편집자 주)

사해에 도착한 시간은 밤 11시.
버스는 사람들을 내려놓더니 뭐가 급한지 바로 떠났다. 우리가 호흡한 사해의 첫 공기는 너무나 덥고 습한 것이었다. 우리 셋 말고 몇 명이 더 내린 것 같았는데 그들은 어디론가 사라졌다. 졸린 눈을 비비고서 파도 소리가 들려오는 곳으로 내려갔다. 사방이 어두웠다. 저 앞에서 불빛이 보이는 것도 같은데, 한참을 걸어 내려가니, 정말 암흑이었다.

사해를 밤에 도착한 이유는 나의 제안 때문이었다. 나는 불편하더라도, 라이프가드들이 일하는 관망대 위에서 잠을 청하면 하룻밤 삯을 아낄 수 있다고 제안했다. 역쉬~~ 우리는 오른쪽 해변위, 관망대를 하나 발견했고, 나무계단을 타고 올라가니 적어도 열 명은 자고도 남을 만큼 컸다. 그 위에서 파도소리를 들으면서 사해를 느낄 수 있었다.

사해는 길이 77㎞ 폭 16㎞ 표면적 약 950 평방 ㎞ 인 사해는 그 수면이 지중해보다 398m나 더 낮다. 즉 지구 표면 중에서 가장 움푹 들어간 곳이다. 사해에서는 수영을 못하는 사람도 둥둥 뜰 수가 있다. 영어로는 DEAD SEA, 즉 사해라고 불리는 이유는 염분의 농도가 높아 물고기들이 서식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샘물이 분출하는 해안변은 생물이 전혀 살 수 없을 정도로 염분 농도가 높지는 않다고 한다. 사해의 염분농도가 높은 이유는 요르단 강에서 흘러 들어오는 물이 흘러나갈 출구가 없는 데다가 강렬한 태양광선이 바닷물을 계속 증발시켜서 물 속의 염분이 농축되기 때문이란다.

사해가 좀 길쭉하다 보니 위로는 쿰란, 아래로는 마사다를 가도 사해지만(삼척의 동해나 강릉의 동해가 모두 동해인것처럼..), 내가 찾아간 곳은 에인 게디. 사람들이 사해를 보려면 에이 게디가 가장 좋다고 추천을 해주었기 때문이다.

제리와 신, 나 모두 침낭을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자는데 상당히 불편했다. 관망대의 바닥은 딱딱한 나무라서 청바지에 티셔츠를 입고 누워있자니 뼈가 나무에 바로 부딪치는 부분이라든가, 청바지의 벨트 들어가는, 고리가 두꺼운 부분이 정말 아팠다.

신기한 것은 전혀 춥지가 않았다는 것이다. 관망대는 적어도 3미터 위에 위치하는데, 불어오는 바람은 거의 미풍수준이고, 바다냄새도 심하지 않았다. 모기도 없었다. 그저 달고 고소한 바람냄새가 코를 간지럽히고, 잔잔한 파도소리는 귀에 잠시 머물렀다 사라졌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우리와 함께 버스를 타고 온 덴마크 남녀커플이 자신들도 관망대에서 잘 수 있겠냐며 위로 올라왔다. 우리는 그들과의 동침(?)을 기꺼이 반겼다. 제리와 신이 나에게 관망대에서의 하룻밤은 정말 멋진 아이디어라며 칭찬을 해주었다. 한동안 잠이 오지 않아 하늘 위에서 점점 아래로 내려오는 별들을 바라보았다. 돈은 하나도 들지 않았지만, 별과 바람, 파도소리, 사해공기와 함께 잠들 수 있었던 가장 값진 추억이었던 것 같다.

새벽 5시 30분. 일출의 뜨거운 빛이 내 얼굴위로 쏟아져내렸다. 90도로 일어나 앞쪽을 바라보니 태양이 떠오르고 있었고, 완전히 일어나 반대쪽 바위절벽을 바라다보니, 태양빛이 부서지고 있었다. 정말 새벽의 장관이었다.

나는 얼른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사해에 들어가고 싶었지만, 아침이면 찾아오는 자연의 볼일 때문에 급하게 관망대를 내려가 먼저 화장실로 향했다. 이런! 화장실은 돈을 내야한다. 돈을 안 가지고 가서 다시 관망대로 돌아갔다. 돈만 꺼내려는데, 아무래도 관망대에 더 머무르다간 라이프가드들에게 혼날 것 같아 아예 가방을 모두 들고 내려왔다.

화장실을 가고 싶어도 못 가는 이 마음. 아직 오픈 시간이 안 되었단다. 오픈 시간은 8시인데, 아직 6시도 되지 않았으니... 나는 청소하는 여자에게 사정이 급하다며 동전을 쥐어주고 먼저 화장실, 그 다음 샤워실, 그 후에 유유히 수영복을 갈아입고 나왔다.

제리와 신은 이미 물에서 둥둥 떠 있었다. 나는 금목걸이를 하고 있었는데 그래도 혹시나, 풀어서 가방에 넣었다. 순도가 높은 금이나 백금은 괜찮지만, 은으로 만든 액세서리는 사해에 포함되어 있는 유황성분 때문에 새까맣게 변색이 되기 때문이다. 사해에 나의 두 무(종아리)를 담그는 순간... "어 뜨뜻해..." 이상한 기분이었다. 꼭 누군가 쉬~~~를 한 듯한 그런 뜨뜻함 말이다.

사해에서는 수영을 하는 사람이 오히려 촌스럽다. 그냥 가만히 둥둥 떠서 신문이나 책을 읽는 사람이 그럴듯해 보이지, 수영을 한다고 팔 다리를 휘두르거나, 머리를 물 속에 넣으면 무지 위험하다. 사해의 염분 때문에 눈에 소금물이 들어가면 따가워서 난리가 날 것이다.
또 바닥이 돌멩이들로 가득한 데, 미끄럽기 때문에 미끄러져서 다칠 수가 있다. 그러니 꼭 슬리퍼를 신고 들어가야 한다.

시간은 아직 6시 30분 정도 밖에 되지 않았는데 너무나 덥다. 정말 물 속에 들어가지 않은 어깨에서는 땀이 날 정도다. 사해의 태양은 너무 강렬해서 피부에서도 수분이 쉽게 증발된다. 그리고 굉장히 습하다. 몇 분을 둥둥 떠 있자니 재미도 없어졌다.

제리와 나는 진흙을 찾아 떠났다. 일명 머드팩을 하기 위해서다. 한참을 가서 진흙을 발견했다. 여기저기 발라보았지만, 턱없이 모자랐다. 제리는 더 찾아보겠다고 돌아다녔지만, 나는 그냥 샤워대에 가서 샤워를 했다.

에인 게디의 샤워시설은 화장실 옆에 잘 갖추어져 있지만, 해변 여기저기에 한 10대 정도의 샤워시설이 따로 마련되어있다. 우리나라의 재래식 화장실 물 내리는 것처럼 내려온 줄을 잡아당기면, 한 20초 정도 물이 찔금찔금 나오다 멈춘다. 그럼 또 줄을 잡아당겨야 하니 번거롭기는 하지만, 공짜다. 잘만 고르면, 물이 펑펑 나오는 줄을 잡아당기게 된다. 그럼 봉 잡은 거다. 사해에서 수영을 한 후에는 꼭!꼭! 잘 씻어내야 한다.

7시가 넘어서 우리는 완전한 일상복 차림으로 돌아왔다. 사해 해변에는 피크닉 돌 테이블이 마련되어져 있다. 우리는 그늘진 테이블을 하나 차지하고, 어제 챙겨둔 빵을 아침으로 대강 먹었다. 오른쪽으로는 기념품을 함께 파는 레스토랑이 있는데 9시는 되어야 문을 연다.
한참을 기다리다가, 앞의 공중전화에서 집으로 콜렉트 콜을 걸었다. 몇몇 친구들에게 콜렉트 콜을 더 걸었다. 짜식들.... 그냥 받아주지만, 나중에 전화요금 고지서 날아오면 욕하겠지..

레스토랑이 문을 열어서, 우리는 드디어 에어컨이 나오는 문명공간속으로 합류할 수 있었다.
음식도 먹고, 음료수도 마시고, 거기서는 사해의 기념품인 머드팩을 팔고 있었다. 머드팩 뿐이 아닌 사해성분이 들어간 여성전용 화장품들인데, 꽤 인기가 있는 듯 했다. 비싸기도 하고. 우리는 버스개념의 봉고택시에 올라탔다. 다시 예루살렘으로 돌아가기 위해.

사해에는 키리앗 시모나로 직접 가는 버스가 없어서 다시 예루살렘에 가야한다. 이렇게 3박4일의 첫 이스라엘 여행이 끝이 났다. 키부츠에 머무는 동안 휴가를 또 받아서 여행을 다녀올 수 있겠지만, 참 아쉬운 점이 많았다. 돈을 최소한으로 들여서 여행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혹시 좋은 곳을, 혹은 좋은 것을 놓치지는 않았나, 생각도 해보았다. 남자 둘이 간다는 여행에 여자인 내가 껴서 간 것이어서 그런지 불편한 것도 많았다. 담에는 여자랑 가면 편할 것 같다. 뭐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 나에게 졸음은 또 한번 나를 강타했.....zzz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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