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간의 수배, 5개의 휴대폰과 3시간의 인터넷

김명일 전공의 '대장'이 털어놓는 검거과정과 수배생활

등록 2000.09.06 10:23수정 2000.10.30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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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일 위원장은 약 한달간의 수배생활중 여러 인터넷 사이트에 글을 올렸다. 김 위원장은 검거날인 지난 8월 30일, 민중의료연합(이하 민의련) 홈페이지(myr.jinbo.net) 게시판에 '건이 아빠'라는 필명으로 자신의 솔직한 심정을 표현하는 글을 올렸다. '건이'는 김 위원장의 아들 이름이다.

처음부터 이번 의사폐업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던 진보적 의료단체 민의련의 홈페이지 게시판은 글쓴이의 IP가 공개되게 되어있었고 김 위원장은 "IP추적의 위험(?)을 무릅쓰고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라며 글을 올렸다.

이 글이 올라온 시간이 오후 4시20분. 김 위원장은 40여분 뒤인 5시 경 경찰에 검거된다. 그후 '김 위원장이 현재 자신과 입장이 다른 동지들에게 솔직한 심정을 밝히다가 IP추적으로 붙잡혔다'는 소문이 돌았다. 자신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그런 것은 아닌 것 같고, 핸드폰 때문에 잡힌 것 같아요. 핸드폰을 일부러 이동중인 차에서만 썼는데, 경찰이 서울에 있는 것은 알겠는데 잘 추적이 안되니까 큰 길목을 지키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교수님들 집회가 있던 곳 옆에 가까운 터미널에 있었는데, 경찰이 주차장에서 차를 보고 덮쳤어요."

김 위원장은 수배중에 전국을 돌아다니며 5개의 휴대폰과 3개의 이메일을 썼고, 하루 3시간 이상씩 인터넷을 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인터넷이 없었으면 이번 폐업이 지금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라며 인터넷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 오마이뉴스 노순택
"처음에 투쟁 방법으로 잡은 것이 잠수투쟁, 사이버투쟁, 참의료 진료 세가지 형태였습니다. 그런데 잠수투쟁과 사이버투쟁은 사실 같은 의미입니다. 잠수한 사람은 사이버투쟁을 한 것이니까요. 그러니까 진료 외에는 거의 사이버 투쟁이었던 것입니다."

김 위원장에 따르면 전국 전공의 1만 6천명 중 하루에 10% 정도가 참의료진료단에 참여하고 있다. 많이 잡아 참의료 진료단이 2000명이라고 하면 단순계산으로 나머지 1만 4천명은 인터넷에서 '사이버투쟁'을 수행한 셈이다. 그렇다면 이번 2차 폐업투쟁은 가히 인터넷을 통해 이루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 위원장은 신상진 의권쟁취투쟁위원회 위원장과는 달리 검거당일 바로 불구속 수사로 풀려났다. 신 위원장의 구속과 자신의 불구속의 차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개원의와 전공의의 조직력, 다음날 대규모 집회가 계획돼 있었다는 점, 협상을 위한 신호 등 정치적인 이유 때문으로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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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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