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해야..." 희망연대의 고민

이중규 '희망연대' 임시 대변인 인터뷰 2

등록 2000.09.07 10:45수정 2000.09.07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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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연대의 출범에 대해 한 개원의는 이런 요지의 비판을 했다. "지금 파업을 하고 있는 의사들의 심정은 본심은 그게 아닌데 여기 가서 뺨맞고 저기 가서 뺨맞고 결국은 할 수 없어서 이렇게 저항하는 사람의 심정과 같다, 그런 의사들을 보듬어주지는 못할망정 또다시 뺨을 때리는 행동이 아니냐" 이런 비판을 희망연대가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런 비판에 대해서는 할말이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잘못된 상황에 대해서 적어도 누군가는 욕을 먹더라도 '이것은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말을 해야한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지금 그런 사람이 아무도 없기 때문입니다."

의사내부에서 '이것은 아니다'라고 아무도 말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1차 의사폐업이 시작될 당시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이하 인의협)에서 거의 유일하게 그런 말을 했다. 하지만 소위 '씨알이 먹히지 않았'고, 이후 의사사회에서 "너, 인의협이지?"하는 것이 욕 비슷한 것이 됐다. 희망연대가 인의협의 길을 밟지는 않을 것인가.

"… 사실, 그부분은 잘 모르겠습니다."

이 대변인은 솔직하게 답답함을 피력했다. 이미 욕을 먹을 것을 각오하고 있는 그들이지만 욕을 먹는 것보다 그들의 주장이 '들을 가치도 없는 분열주의자의 주장'으로 낙인 찍히는 것은 그들이 바라는 것이 아니다.

현실적으로 학생·전공의·전임의·교수 등의 느슨한 연대모임인 희망연대는 전체 의사사회에서 '극소수파'인 것이 사실이다. '단결'을 유난히 강조하는 요즘의 의사사회의 분위기 속에서 그들의 입지가 그리 크지는 않다. 그래서인지 출범할 때부터 요청했던 인터뷰에 대해 희망연대는 무척 조심스러웠고 일주일이 넘어서야 성사됐다.

희망연대 안을 들여다보면 그렇게 '희망'적인 것만은 아니다. 몇가지 사례가 현재 희망연대의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희망연대는 다섯 개의 팀이 구성돼 있다. 정책팀, 조직팀, 편집팀, 웹진팀, 사이버팀이다. 그외 운영위원회와 대표, 대변인 등이 있다. 하지만 현재 희망연대는 대표자와 대변인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사실 그 두 자리는 조직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을 정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의사들에게서 날아올 따가운 비난의 화살 때문이다. 비공개인 다른 회원에 비해 그들이 너무 부담을 받는 것이다.

"희망연대가 인의협처럼 되지는 않을까요?"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권우성
이중규 대변인은 고대병원 수련의, 즉 인턴으로서 원래 희망연대 웹진팀장이다. 삼수한 나이 이기는 하지만 다분히 서열적인 의사사회 내부 문화로 볼 때 의사들에게 호소하기에 인턴은 좀 힘들다. 따라서 '임시'의 성격이 강하다.


희망연대는 9월 2일 발간된 소식지 'RAPPORT' 창간준비호에 <의사파업과 의료개혁에 대한 우리의 입장>이라는 희망연대 출범 선언문을 실었다. 하지만 이 글은 처음 8월 27일 배포된 원고에서 약간 수정된 것이다.

'4. 전공의들은 자신들의 의료개혁이라는 슬로건과 자신의 구체적 요구조건 및 투쟁방법이 의료개혁적이지 못하며 국민적 설득력이 없음을 깨닫고 파업을 철회하고 진정한 의료개혁에 동참하라'

이 문장에서 '파업을 철회하고'가 빠졌다. 파업을 적극 지지하는 의사들의 정서를 고려해서다.

- 희망연대의 목표는 무엇입니까.

"내 개인적으로는 이제 희망연대의 목표 자체가 '파업을 끝내자'가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슨 말이냐면 우리가 의사파업이라는 거대한 파도를 막을 수 있는 영향력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다만 이번 파업이 어떻게 가든, 어떻게 끝나든, 적어도 의료계 안에서 의료개혁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이 더 이상 무너지지 않고 묶어서 조직해야 한다는 절박감에서 희망연대가 만들어졌다고 생각합니다."

- 파업 이후를 생각한 의료개혁 세력의 결집이다?

"그렇죠. 내부적으로는 파업의 소프트랜딩을 논의해야겠지만, 좀더 생각한다면 적어도 앞으로 의료에 희망을 꿈꾸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지금은 우리의 힘이 너무 미약하지만, 우리가 뭐 한다고 이 파업이 멈춰지겠냐는 질문이 나오면 너무 비관적이지만, 그 비관 속에서 뭉쳐서 다시 희망을 이야기하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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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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