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회 아시아유럽정상회의(The 3rd Asia-Europe Meeting, 이하 ASEM)기간인 20일과 21일을 비롯, 계도기간으로 정해진 18일과 19일, 서울전역에서 자동차 2부제가 실시된다.
이미 많은 언론에서 ASEM 자동차 2부제, 즉 짝홀제에 관한 안내를 하고 있지만, 시민들은 ASEM기간의 자동차 2부제가 누구를 위한 것이냐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몇 년 전 같았으면 '독재타도'를 부르짖는 스티커들이 붙어있었을 지하철 유리창 마다마다에는 ASEM 자동차 2부제에 협조를 요청하는 스티커들이 양면으로 붙어있다.
시행기간, 계도기간, 시행시간, 시행지역, 대상차량에 관한 안내와 '우리 모두의 작은 실천이 ASEM의 성공적인 개최를 지원합니다'라는 표어가 스티커 내용의 전부이다. 만약 짝홀제를 위반한다면? 과태료 5만원이 부과되며, 위반차량이 계속 운행할 경우, 2시간마다 과태료가 추가된다.
지하철 5호선에서 이 스티커를 읽고 있던 시민에게 짝홀제 위반시의 과태료가 얼마인지 알고 있냐고 묻자, "여기 스티커에는 벌금내용 없는데요"라며 황당해 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또한, "자율적으로 지키기야 하겠지만, 벌금을 내야하는지 몰랐네요. 있다면 이런 스티커에 써놓아야지, 시민들 뒤통수치는 거 아닙니까?"라며 불만을 표시했다.
몇몇 지하철역 구내에서 '자동차짝홀제 실시에 따른 안내문'을 볼 수 있었는데, 시민들은 별로 관심을 갖지 않았다. 안내문은 시민들의 시선이 별로 닿지 않는 구석의 '시민게시판'에 붙어 있었다.
안내문을 보면, 운행제한 제외차량은 ASEM 행사자동차, 보도용자동차, 외교용자동차, 긴급자동차(경찰, 소방, 우편, 의료 등), 장애인자동차, 생계유지용 및 비영리사업자동차, 그리고 임시운행허가 자동차이다.
운행허가증을 발급 받으려면 각 구청 교통행정과에 구비서류를 준비해 제출해야 한다.
비영리사업자용 운행허가증에 필요한 서류는 자동차등록원부, 사업자등록증이며, 생계유지용 운행허가증을 신청하려면 자동차등록원부, 사업자등록증 및 부가가치세 신고서 사본이 필요하다.
부가가치세 신고서 사본은 세무서에서 발급 받아야 한다.
이처럼 까다로운 절차를 통해 운행허가증을 받느니, 차라리 사업을 하루 쉬겠다는 시민들, 벌금이 너무 과하다는 시민들, 또 강남에서만 진행되는 행사 때문에 서울시 전체에 짝홀제를 실시하는 것은 무리한 행정이라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이곳, 저곳에서 새어나왔다.
ASEM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아시아와 유럽의 협력관계를 증진시키기 위한 것이다. 아시아 10개국, 유럽 16개국 정상들이 서울에 와서 이틀 간 상호외교와 상호협력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 주목적이다. 정돈되고 깨끗한 한국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부차적인 것이다.
교통체증은 어느 나라에나 있다. 뉴욕의 맨해튼부터 이집트의 카이로에 이르기까지 대도시에서 볼 수 있는 현대의 모습이다. 시민의 불편을 감내하면서 실시하는 단지 이틀 간의 인공적인 교통정리보다, ASEM이 열릴 센터주변의 교통상황을 미리 고려했어야 했다.
ASEM센터가 있는 강남구 삼성동 주변은 백화점, 호텔, 공항터미널 등 테헤란로가 연결되는 강남의 중심지이며, KOEX센터 건립으로 호텔과 쇼핑몰, 극장 등 새로운 시설들이 생겨나 많은 시민들이 몰리는 인구다밀도 지역이다.
또, ASEM이 오전에 끝나는데도 짝홀제는 밤 10시까지 실시되기 때문에 시민들의 불편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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