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먼저인가 외국정상이 먼저인가

아셈준비로 파헤쳐지는 도로를 보면 짜증만...

등록 2000.10.11 19:34수정 2000.10.11 21:17
0
원고료로 응원
오는 10월 20 ~ 21일 양일에 걸쳐 ASEM(아시아 유럽 정상회담)이 서울에서 개회된다. 얼마전부터인가 우리는 거리 곳곳을 새롭게 포장하고 정돈하는 차량들과 인부들의 분주한 모습들을 어렵지 않게 보아왔고 그 덕분에 교통체증은 우릴 더욱 괴롭히고 있다.

또한 무슨 이유에서인지 도로가 꽉 막힌 상태에서도 보기 힘들던 수많은 경찰들이 기초질서 위반 사범을 검거한다며 수없이 도로에서 위반 스티커를 발부하며 대규모 단속을 해오는 것을 보았다.

유럽, 아시아 정상회담시 도로 체증을 우려해 차량 2부제까지 강제로 시행할 예정이다. 이러한 정부의 여러 준비들을 보면서 과연 우리 정부가 누구를 위한 정치를 하는지 의문이 가지지 않을 수 없다.

한 보고에 의하면 이번 정상회담을 위해 도로포장에만 배정된 돈이 무려 250 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오늘 아침 강남대로로 지나던 필자 깜짝 놀랐다. 항상 깨끗하던 도로가 유난히 더 깨끗했기 때문이다. 불과 몇 달전 도로 덧씌우기를 해 깔끔한 도로를 다시한번 덧씌우기를 한 것이다.

강남대로 뿐만 아니라 회의가 열리는 코엑스 몰 주변은 물론 각국 수반들이 내릴 서울공항까지의 모든 길은 새길과 같이 덧씌워지고 차선을 새로 그리는 작업이 한창이다. 불과 지난달에 새로 칠한 차선까지 없애면서 말이다. 그 낭비는 이루 말할 수 없다. 반면 정부의 입장은 국빈에 대한 예의라고 한다. 그러나 과연 우리가 그렇게 외국 수반들을 위해 호사스럽게 치장을 할 만한 여유가 있는 국가인가? 현재 결식 아동이 수십만에 이르고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해 병원이나 약국에도 가지 못하는 극빈자가 60만에 이른다.

한 의료보험 특별대상자에 따르면 정부가 발급하는 의료보험 특별대상자라고 하는 종이를 약국에 가지고 가봐야 약국에서는 약을 지급해 주지 않는다고 했다. 이유는 약국이 그 약값을 정부로 부터 받아야 하는데 약값을 청구해도 예산 부족이란 이유로 적게는 6개월에서 최고 1년까지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약국운영상 약 지급이 불가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국민 최소 복지를 위한 정부 예산은 불과 100억에 불과하다. 정상회의를 위한 도로포장 예산의 반도 되지 않는 액수이다.

차량 2부제 또한 그렇다. 과연 우리 국민이 외국정상들 때문에 자신의 재산권을 포기해야 할 의무가 있는가? 자가용 운전자들은 차치하고라도 자동차로 하루 하루 살아가는 영세민들은 무엇을 해서 생계를 이어가는가? 정부가 보상비라도 지급해 줄 것인가? 또 지방에서 급한 용무로 올라오는 차들은 어디에 차를 주차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는가? 아무런 대책도 없이 무엇을 어찌하란 말인가? 음식점들에 대한 위생단속이 있을 것이라고 하는데 외국 수반들이 올때만 중요하고 평소 국민들은 상한고 더러운 음식을 먹어도 된다는 말인가? 국민의 정부라고 하지만 과거 전두환, 노태우 군사독재 시절의 획일적이고도 단순,강압적인 정책과 무엇이 다른가?


온갖 대중매체에서 매일 홍수처럼 나오는 정상회담에 관한 정책성 홍보를 보면서 과연 이 정상회담이 국민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국가수반들을 위한 커다란 모임인지 묻고싶다. 단 3,000여 명의 외국 수반들 때문에 수백만의 어려운 국민들이 고통당하는 것을 정부 및 정책 입안자들은 알고 있는지 알고 싶다. 국제적인 겉치레에만 신경쓰기 보다는 국가와 국민들의 어려움을 먼저 쓰다듬고 해결해 주는 그런 일에 훨씬 더 신경을 쓰는 나라가 어서 빨리 되길 기원해 본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아버지 금목걸이 실수로 버렸는데..." 청소업체 직원들이 한 일 "아버지 금목걸이 실수로 버렸는데..." 청소업체 직원들이 한 일
  2. 2 "부영, 통 큰 기부로 이미지 마케팅... 뒤에선 서민 등쳐먹나" "부영, 통 큰 기부로 이미지 마케팅... 뒤에선 서민 등쳐먹나"
  3. 3 깜짝 등장한 김성태 측근, '대북송금' 위증 논란 깜짝 등장한 김성태 측근, '대북송금' 위증 논란
  4. 4 탐욕스러운 기업이 만든 비극... 괴물을 낳은 엄마 탐욕스러운 기업이 만든 비극... 괴물을 낳은 엄마
  5. 5 윤석열 정부에 저항하는 공직자들 윤석열 정부에 저항하는 공직자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