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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7월부터 1999년 3월까지 이스라엘을 여행하고 키부츠에서 생활한 이야기들을 <샬롬! 이스라엘>을 통해 연재하고 있습니다. - 편집자 주)
이스라엘을 찾는 여행자들은 갈릴리 호수(이스라엘인들은 바다라고도 하지만)는 꼭 방문할 것이다. 볼거리도 많고, 역사적, 종교적 의미도 많고, 무엇보다 숙박시설이 발달되어 있으니까 말이다.
일산이 러브호텔문제로 꽤나 시끄러운 것과 마찬가지로, 갈릴리 호수 주변의 조그만 호텔들도 이스라엘에서는 러브호텔로 불린다. 가끔 히치하이킹을 할 때, 능글능글한 아저씨가 갈릴리로 놀러가자고 한 적이 있었는데(물론, 그런 능글능글한 아저씨의 차에 탔을 때, 마음은 별로 타고 싶지 않지만, 돈을 아끼자니... 타고가는 동안, 이 이야기 저 이야기를 하게 된다.), 친구 솔리만에게 그 이야기를 하니까, 갈릴리 주변의 호텔들이 그렇고 그런 호텔이니 절대로 가면 안 된다고 일침을 놓는 것이었다.
하여튼, 관광객들은 갈릴리호수까지만 올라가고, 그 위의 골란고원은 여행을 하지 않는 것 같아, 꼭 가볼 것을 권하는 마음으로 '샬롬! 이스라엘'에 몇 자 적어볼까 한다.
골란고원은 말 많고, 탈 많은 지역이다. 이 곳을 방문하면, 허연 연기들이 나오는 구릉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사실 골란고원은 화산분출로 생긴 구릉지로서 사람이 살 만한 곳은 못된다. 풀이 자란다고는 하지만, 여름 사이 잠깐 반짝하는 정도이고, 이스라엘의 다른 산처럼 매우 건조한 풀들과 나무(Dry bush)들이 들어서 있다. 천연자원을 심고 거둘 만한 곳도 못되어 경제성이 없는 땅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이스라엘인들이 이 곳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골란고원은 이스라엘이 시리아로부터 빼앗아 온 땅이다. 지금도 점령지인 이스라엘이 시리아로부터 반환요구를 계속해서 받고 있는 실정으로, 두 국가 사이 진행 중인 평화협상의 주요 안건이다. 이런 상황에서 골란고원은 두 국가에게 모두 중요한 땅이 아닐 수 있다. 지리적, 정치적인 요소 때문에 골란고원 곳곳에 시리아의 통신내용을 감청하는 이스라엘 군부대도 많다.
제 1차 세계대전 이후, 골란고원은 시리아의 영토였으나, 1948년부터 근 20년 동안 이 곳에서 두 국가의 교전은 계속되었다. 시리아는 요르단 강에 폭탄세례를 퍼붓고, 요르단 강의 점령문제까지 논쟁을 삼았고, 드디어 1967년 6월 7일,'6일 전쟁'이후, 이스라엘이 이 곳을 점령하게 되었다. 7만명이 넘는 골란고원의 주민들은 대부분 시리아로 떠났으나, 아직도 남아 있는 시리아 회교도, 드루즈족이라 불리는 아랍인들은 골란고원에서 대부분 "undefined(언디파인드)"라는, 이스라엘인도 아니고, 시리아인도 아닌, '국적불확실'의 상태로 살아가고 있다.
주민증에 "undefined"라고 찍힌 사람들은 해외여행이 99% 불가능하며, 비행기나 선박 이용시, 불쾌한 몸수색이나 가방수색을 참아야 한다. 이들뿐 아니라, 이스라엘 여행을 3달 이상 하거나, 왠지 미심쩍다는 사람들에게도 공항의 짜증나는 검색이 이루어진다. 그 검색은 인권침해라 할 정도로 지독하지만, 주변 아랍국가들의 테러위험을 받고 있는 이스라엘로서는 공항이나 선착장에서 아랍인들에 대한 꼼꼼한 검색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며, "For Your Safety(당신의 안전을 위해)"라고 대답한다.
어느 정도는 수긍이 가지만, 정말 그 꼼꼼하다 못해 혐오스러울 정도의 몸수색과 가방검색은 이스라엘을 여행하는 많은 외국인들의 불만을 높이고 있는 점이다. 나도 그 검색대상의 예외는 아니었는데, 생리대까지 3~4번은 체크했을 정도였다. 그 때문일까? 출국시 공항에 2시간 전 도착해야 하는 여타의 다른 나라와는 달리, 이스라엘에서는 3~4시간 전 도착을 해야 한다는 여행책자들의 안내문이 전혀 어색하지가 않다.
다시, 골란고원 이야기로 돌아와서(죄송합니다. 한번 시작하면 계속해서 삼천포..^^;)... 시리아 드루즈족들 중, 나이가 연로해 늙은 사람들은 요르단을 통해 시리아와 이스라엘을 오갈 수가 있다. 친척과 가족들을 만날 수 있게 한 이스라엘 정부의 최소한의 배려다. 이런 것을 생각하면, 남과 북의 이산가족들도 특별한 여권을 가지고 언제라도 가족들을 방문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을 해본다.
나머지 17,000여 드루즈족들도 요르단의 수도인 암만을 통과해 시리아로 갈 수는 있지만, 국경을 통과할 때마다 심한 검색과 의심의 눈초리를 참아내야 하며, 그 경비를 마련할 경제적인 여유가 없다고 한다.
이스라엘 정부는 골란고원과 헐몬산에 자국의 군대 및 군사시설 등을 배치해 전쟁시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였으며, 이 지역의 소유권을 확실히 하기 위해 자국민들을 많이 이주시켰는데, 약 15,000천명의 이스라엘인들이 헐몬산에서 스키장과 관련된 숙박사업을 하거나, 골란고원의 키부츠 등지에서 생활하고 있다.
하여튼, 이 골란고원은 시리아의 수도인 다마스커스와 불과 40㎞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골란고원 옆의 헐몬산에 올라가 보면, 맑은 날에는 다마스커스가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시리아로서는 골란고원을 다시 탈환하는 것이 국가의 위신이 걸린 중대사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이미 골란고원 쪽에 배치한 중요병력을 철수시키고 다른 아랍국가들과의 전쟁시 요충지인 이곳을 양보한다는 것은 터무니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스라엘의 골란고원 점령을 생각하면, 미군의 한반도 주둔이 자연스럽게 연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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