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미 국내여론 심각한 내분 양상

재투표 놓고 언론들 양분 일부에선 헌법적 위기론 대두

등록 2000.11.11 18:13수정 2000.11.16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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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적인 위기 상황인가, 아닌가' 플로리다주 한 카운티의 재선여부를 놓고 미 국내 여론이 심각한 분열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헌법적 위기론까지 대두되는등 사태가 심상치않은 상태로까지 치닫고 있다.

심지어는 베트남전 이래로 외국과의 전쟁을 앞두고도 표출되지 않았던 엄청난 강도의 여론내분이 대륙을 휩쓸고 있다. 나스닥 지수는 10일(한국시간 11일)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팜 비치 카운티에서는 현지시간 10일에도 계속 시위가 이어지는 한편 이어 토요일인 다음날에는 전국에 걸쳐 최소한 92개의 시에서 시위가 벌어질 예정이다. 우려의 목소리가 여기 저기서 쏟아져 나온다. 미국은 과연 어디를 향해 치닫는 것일까.

부시측 재검표 저지 플로리다에 특사 파견, 뉴 멕시코 주에선 제 2라운드 검표 공방

현지시간 10일 심야. 조지 부시측은 다음날로 예정된 플로리다 주 4개의 카운티에 대한 두번째의 수작업 개표를 저지할 목적으로 긴급 특사를 파견했다. 법원에 수작업 재검표 중지 명령을 신청하기 위해서이다. 공화당은 이같은 자신들의 법적조치 강구가 고어측이 개인의 이해관계를 미국 국익에 앞세우면서 플로리다전에서 이기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는데 따른 것이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이런 가운데 검표를 둘러싼 제2 라운드의 법적 공방이 펼쳐지고 있다. 뉴 멕시코 주와 오레곤 주에서도 불과 수백표에서 수천표의 근소한 표차이로 박빙의 승부가 나오면서 부시진영에서 재검표에 이은 법적대응을 거론하며 맞불지르기로 나오자 불똥이 이제 전국 각지로 옮겨붙는 양상이다. 선거인단 4명이 달려있는 뉴 멕시코 주에서는 이미 지역 공화당 관계자에 의해 긴급 투표함 보전신청이 들어간 상태이다.

박빙의 표차를 보이는 뉴 멕시코 주의 두개 카운티에 대해 공화당측이 공정한 검표를 요구하며 긴급 투표함 보전신청을 제기한 것은 10일 오후. 수백표로 앞서가던 고어는 현지시간 11일 새벽 현재 불과 17표를 앞서가는 상황이다. 부시측은 여차하면 이곳 외에도 표차이가 미미한 뉴 헴프셔와 아이오와, 오레곤 주등에서도 법적 조치를 강구한다는 기세이다.

언론논조 양분, WP,NYT 사설 -"법적 공방 중단" LA 타임스-"부시는 재선 응하라"


플로리다 주의 법적 대응을 놓고 언론논조도 양분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와 뉴욕타임스는 각각 사설을 통해 두 후보에 자중할것을 촉구하는 한편 고어측의 법적대응 방침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포스트는 미국이 이번 선거에서 두 개로 양분되어 있는 마당에 법적 대응은 치유할수 없는 길로 가는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미국의 국익이 어디에 있는지를 먼저 염두에 두라고 촉구했다.


이 신문은 부시측에도 아직 개표가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승리를 선언하고 행정부 인선 운운하는 것은 책임있는 행동이 아니다고 공박했다. 예전에 없던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사설내용이다.

뉴욕타임스도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지도적 위치를 추구하는 두 정치인이 정치적인 차원에서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나섰다. 타임스는 "팜 비치 카운티의 선거에 문제는 있어보이지만 그렇다고 재투표를 한다는 것은 정치적으로도 온당치 못하고 법적으로도 의문스러운 사태"라며 법정공방의 부당성을 호소했다.

이런 반면 로스엔젤레스 타임스는 이날자 논평에서 "플로리다의 재선을 반대하는 부시가 그의 입장을 바꾸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신문은 이례적으로 두 개의 논평을 통해 "명백한 결함선거임에도 불구하고 재선거를 반대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모든 판단은 법정에 맡겨 두자"고 주장했다. 논평은 "이런 역사적인 순간을 결정하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법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언론의 사태를 보는 시각도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는 것이다.

민주 공화 당 내분 가열, "미국 지위 흔들린다. 자중하자" 한탄

정계가 양분된 것은 말할나위도 없다. 민주 공화 양당은 공방의 와중에서도 전전긍긍하는 모습들이다.

민주당은 민주당 나름대로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려나고 있다. 지명도 있는 일부 민주당의 지도자들마저도 개표가 완료되는 시점에서 그만 두어야 한다고 말한다. 공화당 내부에서는 고어의 공격적인 전술에 맞서 공격적인 대항전법으로 나가야한다는 목소리가 여기 저기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민주당 지도부에서는 고어가 실제적으로 이긴 선거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결코 쉽게 양보할 수가 없는 싸움이라는 반증이다. 민주당 전국 지도부는 각 지역 당 조직들에 대해 플로리다전에 대한 민주당 지도부의 방침에 대해 지지성명 지원을 요청하는 한편 상시동원령까지 내려놓은 상태이다.

공화당측은 고어측이 이미 돌아오지 못할 다리를 건너갔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는 입장이다. 부끄러운 정치의 치부를 드러내고야 말았다는 것이 이들의 시각이다. 양측이 법적 공방으로 끝간데 없이 치닫게되고 설사 무리해서 부시가 취임한다 하더라도 이미 빛바랜 대통령이 될수밖에 없다는데 상황의 심각성을 공유하고 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소위 말하는 '특단의 조치'가 없는 한 해결은 요원한 상태이다.

미국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이제 누가 대통령이 되는 것인가 하는 문제가 아니다. 요는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미국의 이익과 세계적인 지도력을 지켜갈 것인가 하는 것이다. 그것은 정치권은 물론 언론과 학계등 미국을 움직이는 중심 세력들이 공통적으로 제기하고있는 초미의 관심사이다. 미 정치권 전체에 대한 국민들과 세계로 부터의 불신초래는 이제 피할수 없는 시나리오이다.

언론은 시시각각 세계의 여론을 보여주며 미국의 위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고심하는 흔적이 역력하다. "미국이 세계로부터 조롱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식의 한탄을 통해 자신들의 위기관리 의지를 추스려 볼 뿐이다. 그러나 여전히 그 목소리는 플로리다에서 시작된 메가톤급 토네이도 앞에서 산산히 부셔져 날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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