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수 노래의 밤'의 무대 뒤

자원봉사자 권용보 씨, 노래패 '아우성' 인터뷰

등록 2000.12.08 15:02수정 2000.12.08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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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테마신문 1호 중계----오마이뉴스는 12월 7일 부정기부정형간행물인 게릴라테마신문 1호를 발행했습니다.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의 특별호외 형식으로 발행된 이 테마신문은 오는 12월 9일 있을 민가협주최 콘서트 <양심수를 위한 시와 노래의 밤>을 집중조명하고 있습니다. 이 신문은 타블로이드 16면으로 10만부를 발행했으며 아래 서정민갑, 노경진 기자의 글은 그곳에도 실려 있습니다)

민가협 자원봉사자 권용보 교사(27)- 인터뷰: 서정민갑 기자(bandostar@hanmail.net)


제가 무슨 대단한 회원이라고 인터뷰까지, 참 민망하네요.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이하 민가협)에서 저를 추천했다니까 하긴 하는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학교 다닐 때는 연극동아리 활동을 했어요. 그런데 제대하고 우연히 민가협에서 여는 시민가요제에 참가신청을 하러 민가협에 갔어요. 그때 사람들이 너무 바쁘게 일하는 것을 보고 자연스럽게 돕게 된 거죠. 가요제에서 상은 못 탔지만, 그 이후로 계속 민가협 일을 돕게 되었어요. 97년~98년까지는 줄곧 일을 도왔어요. 민가협 수련회, 양심수 석방 캠페인, 목요집회 가리지 않고 짐꾼(?)처럼 일을 했죠. 민가협 일을 하느라 학사경고를 받을 뻔하기도 했었죠,

그렇게 열심히 일을 하게 된 이유요? 뭐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아무래도 가장 큰 이유는 민가협 어머님들의 모습을 보면서 배운 것이 많아서예요. 민가협에서 활동하고 계시는 어머님들은 대부분 당신의 자식들은 이미 오래 전에 석방된 경우가 많거든요. 그런데 그 분들이 다른 분들의 자식들을 위해서 더 열심히 싸우시더라구요. 타인의 고통을 함께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그때 배웠어요.

민가협 일을 하면서 가장 가슴 아팠던 일은 언젠가 양심수분들의 자녀들과 함께 목요집회를 할 때였어요. 부모가 모두 구속된 '한솔'이라는 어린이가 있었는데 이 아이가 부모를 찾으면서 '솔아솔아푸르른솔아'를 부르는 것을 보고 얼마나 눈물이 쏟아졌는지 모릅니다.

제가 다니던 학교에서는 이런 일도 있었어요. 제 학교선배의 남편되는 분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이 됐는데 그것때문에 선배에게 교사발령이 나오질 않는 거예요. 사상이 불순한 사람과 이혼하지 않는 건 본인도 사상이 의심스럽기때문이라나요. 그 선배는 그때의 싸움에서 이겨 지금은 교단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어요. 하지만 그때 일은 지금 생각해 봐도 어이가 없는 일이예요. 그 일 때문에 민가협에서 더욱 더 열심히 일하게 됐죠. 그렇게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마저도 무시 당하는 현실이 저를 여기까지 밀고 온 게 아닌가 싶어요.


ⓒ 오마이뉴스 노순택

저도 지금은 교육대학을 졸업하고 교사가 되었어요. 그래서 아이들을 가르치느라 민가협 일을 예전만큼은 돕지 못하지만, 이제는 민가협 어머님들께 배운 인권의식을 아이들에게 가르치는데 최선을 다하려고 해요. 인권은 보편적인 거잖아요? 아이들에게 우리나라의 인권현실을 이야기해 주면 더러 우리나라가 싫어진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하지만, 스스로가 인권 주체가 되면 희망을 만들 수 있다고, 부당한 인권침해를 받았을 때 '아니다'라고 이야기하는 그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해 주곤 하거든요.

얼마 전에 이런 일이 있었어요. 우리 반 아이들이 축구를 하는데 공이 다른 반쪽으로 굴러갔어요. 그런데 그 공을 찾으러 간 아이가 그 반 선생님에게 발길질을 당했어요. 그때 제가 그랬죠. '수업을 방해한 것은 네가 잘못한 거지만, 발길질한 것은 선생님이 잘못한 것이다. 그러니 가서 사과드리고 사과받아라.' 그 아이가 내 말을 듣고 그렇게 했더니, 그 선생님이 황당해하시는 거예요. 그리곤 나중에 그러시더라구요. 애가 대드는데 그냥 보고만 있느냐구요.


저는 그런 과정을 통해서 아이가 인권의 주체가 된다고 생각해요. 비록 아이가 잘못된 행동을 하더라도 마지막 한번까지 더 용서하는 자세로 선생님이 받아주면서 인권교육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하지만, 교권을 지키려고 하는 선생님들도 아이들의 인권에 대해서는 둔감한 경우가 참 많아요.

사회 전반적으로도 마찬가지에요. 양심수도 줄고 장기수 선생들도 북송되면서 인권이 많이 좋아진 것 같이 생각들을 하지만 별로 변한 게 없어요. 제가 요즘 공부하고 있는 교도소 인권문제만 해도 오히려 교묘한 방법으로 인권침해는 계속되고 있거든요. 김대통령이 당선되었을 때만 해도 좋아질 줄 알았죠. 하지만 지금은 실망스러워요. 정말 김대통령 스스로 가슴에 손을 얹고 자신이 양심수였을 때를 돌아봤으면 해요.

그리고 우리 인권운동을 하는 분들은 좀더 넓은 시각으로 우리의 삶 속에서 만나는 인권에 대해 더욱 더 많은 이야기를 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구요. 시민여러분들도 부디 인권문제가 나와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기보다는 타인의 아픔을 내 것같이 여겼으면 좋겠어요.
양심수를 위한 시와 노래의 밤 행사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구요? 본래의 의미를 잃어 버렸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긍정적으로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이번에는 일을 많이 못 도와서 죄송하네요. 사실 저는 일하느라 지금까지 한번도 못 봤거든요. 아마 올해도 진행요원하느라 못 볼 거예요.

제 꿈요? 어머님들에게서 배운 인권을 전문적으로 공부해서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교사가 되고 싶어요. 그게 제 꿈이에요. 그리고 기자님! 이 이야기는 꼭 써 주세요. 제가 민가협 어머님들 정말 사랑한다구요.

"언젠가 우리도 무대에 설 거예요"

성균관대 사회과학부 노래패 '아우성'- 인터뷰: 노경진 기자(jinjean@ohmynews.com)

12월 1일 오후3시. 성균관대학교 종합 강의동 지하 1층 B-101. '양심수를 위한 시와 노래의 밤' 포스터가 붙어 있는 문을 열자마자 강렬한 드럼소리가 귀를 때린다. 한켠에는 예닐곱의 학생들이 모여 앉아 교내 게시판에 붙인 포스터들이 간밤에 다 떨어졌다고 걱정이다. '다시 붙여야겠다'며 새 포스터들을 집어들지만 귀찮아하는 표정은 아니다. 성균관대 사회과학부 민중가요 노래패 '아우성'의 모습이다.

아우성(我友聲). 구성애의 그것이 아닌 '너와 나의 소리 어우러짐'. 30여명으로 구성된 이들은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이하 민가협)가 주최하는 인권 콘서트 '양심수를 위한 시와 노래의 밤' 행사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성균관대와 대학로, 종로 등 공연 안내 포스터를 벌써 수백 장 붙였다. 이날 저녁부터는 시내 곳곳에 대형 현수막도 내걸 예정이다.

아우성이 민가협과 인연을 맺은 것은 좀더 이전의 일이다. 아우성은 지난 9월 7일부터 민가협이 일주일에 한번씩 탑골공원에서 개최하는 목요집회의 고정출연진이다.

"일주일에 한 번씩 학내에서 게릴라식 공연을 했지만 별로 호응이 없었습니다. 학우들과 우리들 노래의 교감이 실패한 거죠. 그래서 외부로 눈을 돌렸습니다. 우리들의 노래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고, 우리도 배울 수 있는 그런 공간을 찾은 거죠."(최성지 3년)

아우성의 목요집회 공연은 이렇게 시작됐다. 그들은 매주 한시간여의 공연을 통해 '왜 우리는 노래를 해야하는가'라는 평소 고민이 자연스레 풀리게 됐다고 한다. 아우성 이주희(2년) 씨는 "옳은 일에 참여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라며, "앞으로도 목요 공연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가협과의 이같은 인연으로, 이번 자원봉사활동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아우성은 행사 당일에도 공연장 안내와 무대 설치 등 봉사 활동을 해야 하지만 문화제만은 무슨 일이 있어도 꼭 보겠단다. 이런 큰 문화제는 처음이라는 1학년 양모현 씨는 '꽃다지'의 공연이 무척이나 기대된단다. 노래 모임 '아줌마'의 공연도 아우성이 고대하는 것 중 하나다.

아우성 5기 패짱 정찬우(2년) 씨는 이번 문화제가 성황리에 열릴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 첫번째 이유는 대중가요 가수와 민중가요 가수들이 적절히 포함된 출연진이다. 정씨는 또 "국가보안법 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논의의 초점이 되는 만큼 국보법 철폐를 주제로 하는 이번 문화제에 학생들이 많은 관심을 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래와 사회적 참여의 접점을 모색하는 아우성. 직접 그들의 노랫소리를 직접 듣지는 못했지만, 왠지 귀에 듣기 좋은 멜로디보다 가슴에 울리는 호소에 가까울 것이라는 느낌이다.

피아노 주변에 둘러앉은 그들의 표정이 해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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