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공화당집권 당당하게 대처하자

<아메리카 전망대 2> 우리 운명 우리 하기에 달려

등록 2000.12.16 15:10수정 2000.12.16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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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행정부의 출범이 이제 현실로 다가왔다. 적어도 외형적으로는 미국의 공화당 정부가 동아시아 정세를 좌우하는 조정자로 역할재편된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낚아챈 상처뿐인 영광으로 보이지만 그래도 부시는 이제 미국을 대표하는 대통령이 됐다. 일단은 축하를 보내고 볼 일이다.

우리가 가장 관심을 가진 부분은 역시 그가 과연 어떤 한반도정책을 펼쳐나갈 것인가하는 점이다. 솔직히 그가 보일 한반도 정책에 우려가 가는 것은 사실이다. 그가 지금까지 민주당 정부가 추진해온 대북 유화정책의 기조를 돌려 한반도에 또 다시 찬바람이 부는 것은 아닐까하는 우려는 우리로 봐서는 거의 본능적이라고 해야할 것 같다. 남북관계의 진진을 놓고볼때 공화당의 집권은 전혀 탐탁스런 것이 아니었다.

물론 부시의 동아시아 한반도 정책을 처음부터 경계할 필요는 없다. 그가 전형적인 공화당식 대북 강경정책을 구사할지의 여부는 좀더 지켜보아야 한다. 부시는 공화당 보수강경파들의 극단노선을 외면하고 온정적 신보수주의를 주창해 당선된 전례를 찾기힘든 경우이다. 그가 공화당식의 극단적인 실리주의 노선에서 보다 완화된 정책을 구사하리라는 것이 우리의 기대이다.

그러나 부시의 이런 대선전략이 그의 정치성향과 전혀 무관한 것은 아니지만 이는 일단 당선되고 보겠다는 다분히 정략적인 제스쳐였을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 미국의 정치현실이다. 분명한 사실은 공화당은 역시 공화당이라는 점이다. 부시 자신이 제아무리 중도노선을 표방해도 그의 주위를 둘러싼 인의 장막은 그를 색깔도 주소도 없는 '군자형 대통령'으로 가만두지는 않을 것이다.

이번 대선과정을 통해 공화당의 군사작전을 방불케하는 재검표 무산시도는 우리에게 이같은 인상을 주기에 족했다. 부시가 외교정책에서 중도노선으로 나갈지, 아니면 강경노선으로 치닫게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할 사안이다.

정작 우리가 경계해야할 것은 부시의 당선에 지레 겁부터 먹는 일이다. 부시가 한반도정책에서 극단적인 자국이해주의와 대북 강경일변도 정책을 추구할 것으로 속단할 필요는 없다.

문제는 우리 정부의 태도에 달려있다. 우선 전통적인 대미 저자세 외교관행에 익숙해온 우리 정부가 부시행정부의 눈치를 볼 생각은 하지도 말라고 당부하고 싶다. 이제 우리민족의 이익과 장래를 지켜나가는 것은 전적으로 우리 정부의 자세에 달려있다.


우리가 미국에 저자세로 나아가 얻을 것이란 아무것도 없다. 말할 필요조차 없겠지만 미국의 외교는 철저하게 자국이기주의를 추구하고 있다. 미국정책은 '우는 아이에게 사탕하나 더 주기' 식이다. 생떼를 쓰라거나 경우에 없는 요구를 하라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굽힐수록 우리의 이익은 달아나고 미국측은 더욱 챙기려 들 것이다. '프로'들을 상대하는데 '아마추어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가는 또 당하고 만다.

우리 정부는 이번 기회에 분명한 입장을 보여야 한다. 어정쩡하게 알아서 미국의 입장과 이익을 대변하는 것인지, 아니면 철저하게 국익차원에서 자국민의 이익을 옹호하는 진정한 국민의 정부인지의 여부를 분명하게 해 두어야 한다.


김대중 정부가 들어선 이래에도 정부의 대미 저자세로 일관하는 외교관행이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소파개정 협상이나 노근리 학살사건 진상규명과 피해보상 협상등에서 정부는 철저하게 자국민의 이익을 관철해내는 국민의 대변인이 아니라는 의혹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미군들의 기름유출과 독극물 방류등 환경오염 사건등에 대한 정부의 대응에 있어서도 이같은 의문을 떨칠수가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지레 미국상대하기를 부담스러하는 듯하다.

특히나 앞으로 우려되는 부분은 남북관계이다. 다른 것은 몰라도 이것 만큼은 절대로 양보해서는 안된다. 만약 공화당 행정부와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시각이 달라질 경우 정부는 단호한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한다. 그럴 경우는 희박하겠지만 만약 양자택일의 기로에 설 경우, 우리 정부는 누가 우리의 민족이고 우리가 누구를 우선시한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것이 궁극적으로 미국을 극복하고 스스로의 이익을 극대화할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또 다시 민족에 등을 돌리는 일이 생기면 우리에게는 희망은 없다.

물론 우리 정부가 미국을 의도적으로 배제하거나 경원시하는 우를 범하지는 않을 것으로 믿는다. 그러나 미국의 의도에 이리 저리 끌려다니다가 '다된 밥에 코 빠뜨리는' 길로 가서는 결코 안된다. 대북정책에 있어 미국정부는 일단 우리정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아무리 공화당이라지만 자국정부의 대북정책이 일관성을 잃고 하루아침에 뒤바뀐다는 비난의 소리를 듣고싶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 정부는 군사정권시절 미국이 뒤를 봐주던 그런 정부가 아니다. 미국의 지원이 없으면 정권지탱이 힘들었던 시절은 지났다. 지금까지 미국이 우리 정부를 '원격조정'했다는 의혹을 벗어날 수 없었던 것도 남과 북, 두 체제가 갈라서서 서로 대결했기 때문이다. 이젠 그런 구도가 상쇄된 마당에 과거에 미국을 대하던 고정관념에 머물러 있어서는 곤란하다.

나는 우리 정부가 그러진 않을 것이라고 본다. 김대중정부는 미국 일본과 국내 기득권 세력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훌륭하게 남북의 화해분위기를 일구어낸, 역사적인 업적을 성취해낸 정부이다. 국내의 정치안정등 외적 조건만 된다면 새로운 미국정부와도 충분히 상대할 만한 역량은 갖춘 정부라고 본다.

북측도 보다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지엽적인 것을 문제시하는 옹졸함을 보여서는 안된다. 원칙을 지키는 것도 좋지만 남측 내부의 문제들을 잘 알고있는 마당에 너무 까다롭게 굴어서는 안된다. 믿었으면 끝까지 믿고 남측 정부에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한번 성사되기는 힘들지만 깨지는 것은 순식간에 이루어 질수도 있다. "속도조절" "숨고르기"한다며 지금 여유부리고 있을 때가 아니다. 김대중정부아래서 웬만한 것은 다 뼈대를 잡겠다는 각오로 마음을 추스려야 한다. 남측체제는 정권이 뒤바뀌면 정책의 일관성을 보장할 수 없는 체제라는 점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한반도의 장래는 전적으로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하는냐에 달려있다. 이젠 더 이상 미국에 끌려다닐 필요가 없어지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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