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치과의사의 클린턴 방북촉구

<아메리카 전망대 3>

등록 2000.12.25 02:33수정 2000.12.25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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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만료를 불과 한달도 채 남겨놓지 않은 시점에서의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의 방북여부에 관심사가 쏠리고있는 가운데 그의 방북을 촉구하고 나선 사람들이 있다. 미국 뉴욕의 치과의사인 김선호 박사가 그들중 한명이다.

김박사는 자신과 뜻을 함께하는 교포들과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결단을 촉구하는 편지를 웹사이트를 통해 백악관으로 보내는 <클린턴 방북촉구 캠페인>을 벌이고있다. (방북촉구서한 사본 아래)

이 서한에서 그는 "한반도문제의 해결에 있어서 미국은 부인할수 없는 조정자적 당사자 입장에 있다"고 말하고 "지난 6월 남북정상이 만남으로써 한반도는 평화의 길로 나갈 수 있는 역사상 가장 좋은 기회를 맞고있으며, 이제 한반도에서 전쟁을 최종적으로 끝내고 평화를 보다 확고하게 만들기위해서는 미국 대통령의 방북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호소했다.

김박사는 "한반도 평화를 촉진하는데 있어 미국의 중요한 역할을 분명히 하는 것은 저와 한국계 미국민들, 그리고 한국인들에게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따라서 저는 귀하의 미국방문을 지지합니다. 그 결정은 아시아에 있어서 진정한 평화를 이룩하는 최초의 발걸음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입니다"라고 강조했다.

클린턴 대통령은 이미 알려진대로 임기종료 전에 방북하고싶다는 자신의 뜻을 부시 당선자에게 전한 상태로 빠르면 내주초에 방북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방북이 최종 확정될 경우 방북시기는 퇴임일인 1월20일 직전의 1월 둘째주중이 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그의 방북여부는 미국의 정권인계와 맞물려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김선호박사와 필자와의 전화인터뷰는 주말인 23일(현지시간)밤에 이루어졌다.

김박사는 현재 뉴욕의 맨해턴에서 치과병원을 운영하고있는 개업의로 그는 조국문제를 걱정하는 뜻을 같이하는 교포들과 함께 올해초에 결성한 <한겨레 평화연대>의 회장을 맡고 있다.

서울대 의대를 나온 그는 지난 1979년 박정희 시해사건이 있기직전 반정부 활동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쓴 이후 미국으로 나온 인물이다. 그는 이철 유인태 씨등과 함께 문우회를 조직해 함께 학생운동에 가담한 경험을 가지고 있기도하다.


그는 그동안 미국에서 조국 민주화운동과 통일운동에 가담해 오고 있으며 올해초 <한겨레평화연대>를 결성한 이래 남북정상회담이 있기전인 지난 3월에 <우리민족에게 돌파구는 있는가?>라는 주제로 뉴욕한인회관에서 교포사회를 대상으로 세미나를 연 것을 비롯, 남북정상회담 직전에는 문동환 목사를 뉴욕으로 초청해 회담의 성공을 기원하는 고사를 지내기도 했고, 남북정상회담이 있고난 다음에는 <남북경제협력의 방향>이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열기도 했다.

그는 이 다음 주제로 남북간의 군비축소문제를 다루어보려고 준비중이지만 "왠지 요즘 한국과 미국의 분위기가 거꾸로 돌아가는 것만 같아 불안한 마음을 가눌수가 없다"고 한다.


그의 이런 노력에 대해 뉴욕 교포사회에서는 작지만 결코 소홀히 취급될 수 없는 호응이 따르고 있다.

우선 콜럼비아대 한국인 학생회(회장 김형찬, 의대 3년)가 클린턴 방북을 촉구하는 김박사의 촉구캠페인에 동참키로 표명했으며 <해빙>의 작가로 현재 뉴욕에서 방송진행자로 일하는 안동일 씨도 그가 진행하는 방북촉구 캠페인의 필요성에 공감, 지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뉴욕 한국일보의 신용일 기자가 그와의 인터뷰를 통해 교포사회에 방북촉구 캠페인을 알리는데 적극 나서는 등 나름대로 성과를 거두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할일이 많은데 아직 한 일이 너무 빈약하기만해 부끄럽다"며 인터뷰 내내 '별로 한 일도 없는데 부끄럽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김박사는 자신의 활동사항을 그동안 계속 필자에게도 이메일을 통해 보내주기도했다.

김박사의 이런 노력이 어느정도 결실을 거둘지는 여전히 미지수이다. 그러나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클린턴의 방북이 긴요한 사안인것만은 분명하다.

문제는 북한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공화당 측의 입장이다. 일단 부시당선자가 공식적으로는 클린턴의 방북을 반대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을 표시했지만 이것이 진심에서 나온 것인지는 불확실하다. "현 대통령의 임기중에는 대통령이 내리는 정치적인 판단에 대해서는 뭐라고 관여하진 않겠다"라는 수사적인 의미일 가능성을 배제할수가 없는 상황이다.

더 현실적인 문제는 의회내의 공화당 대북 강경론자들과 신임 부시행정부 외교안보팀의 시각이다. 의회내 대북 강경론자들은 여전히 대북 유화정책을 취하고있는 클린턴 행정부에 의혹어린 눈길을 보내고 있으며 새로 지명된 대북 담당자들도 대북 강경론자들이 주류이다.

부시 행정부의 안교안보부문을 담당할 3인방중 국방장관을 제외한 국무장관과 백악관안보좌관은 이미 내정된 상태로 둘다 북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가진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우선 '걸프전 영웅'으로 일컬어지는 콜린 파월 국무장관 지명자는 흑인이지만 공화당내에서도 백인 못지않은 보수주의자로 알려져있다. 그는 원칙과 함께 융통성을 가진 인물로 평가되고 있으나 걸프전에서 보여준 것처럼 한치의 양보나 실수도 허용하지않는 '대쪽'이미지가 강한 인물이다.

그보다 우리가 더 주목해야할 인물은 백악관의 안보보좌관으로 지명된 콜돌리자 라이스. 올해로 약관 34살의 흑인여성인 그녀는 공화당내에서도 대북 강경파의 전형으로 여겨질 만큼 보수적인 색체가 짙은 인물이다. 공화당내 구 소련문제 전문가로 알려져 있으며 레이건행정부시절 외교전문 보좌관으로 일한 경력과 함께 그동안 스텐포드대 교수로 재직해 왔다.

그녀는 올해초 '포린 어페어스'라는 외교전문지에 기고한 글에서 불량국가로 이라크와 북한을 지명하면서 북한에 대해서는 필요할 경우 "단호하고도 결정적인 방식으로 대처해야한다"는 입장을 개진한 인물이다. 그녀는 북한과 맺어진 핵협정은 지켜져야 하지만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실패로 규정한 대북 강경론자이기도하다.

부시당선자가 외교경험이 전무하다는 사실로 볼 때 그의 외교정책은 상당부분, 또는 전적으로 이들 외교안보담당자들이 주무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미국 언론들 사이에서 일치하는 시각이다.

김박사는 이같은 환경에서 부시 취임이전에 클린턴이 방북을 통해 북한과 미국간의 관계가 "완전히 정상화되어야 한다"는 생각이고 이것이 한반도 평화를 궁극적으로 실현하는 지름길이라는 믿음이다.

"클린턴 방북이 기정사실화되지 않고서는 여전히 불안합니다. 아무래도 이대로 공화당이 집권하면 기존의 남북관계 진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지않겠습니까?"

한반도의 완전한 평화구도 정착을 바라는 한 재미교포 치과의사의 작은 실천운동에 결실이 맺어지도록 기원해 본다.


(편집자 주---백악관에 방북촉구 캠페인에 동참하고싶은 오마이뉴스 독자들께서는 아래의 샘플 편지를 약간 수정하거나 그대로 아래 웹주소로 보내면 백악관에 전달됩니다. president@whitehouse.gov)

덧붙이는 글 | <김 박사가 보낸 방북촉구 서한>


Dear President William Clinton,

As the country draws to the close of your presidency, I'd like to applaud your successes while in office. For eight years, you have secured economic prosperity for the United States and, perhaps more importantly, have made great strides towards bringing a long-desired peace to wanting areas the world.

One of these successes is the recent work around the "Korean question."  As an immigrant from Korea, I appreciate especially your recent work regarding improvement of diplomatic relations between South Korea and North Korea.

For the last one hundred years, Koreans on the peninsula have witnessed a difficult experience: first as subjects of Imperial Japan, then as war-embittered, and yet again, as victims of an unnatural division of the country.

For all the violence associated with modern Korean history, it is ironic that we are otherwise known as a peace-loving, nationalistic people. We Koreans didn't start any wars against other Asian nations like Japan; we never threatened other peaceful nations with any military aggression. As such, as a people, we admire the United States' commitment to preserving
peace throughout the world.

Since the end of the Korean War, the first time North and South Korean top leaders met was June 2000 to clear the hurdles between them.  People all over the world praised their efforts and prayed that a real peace would be achieved.  This is the best time to give Koreans the chance for peace.

Securing America's important role in the facilitation of a peace is very important to me and other Korean immigrants and Koreans. We look to the United States as the undeniable leader in matters on the Korean peninsula to provide the type of support we need to achieve the dream of peace, the final end of the war.

I support your decision to visit North Korea, a decision that will be recorded in the annals of history as the first step towards achieving a real peace in Asia.

Sincerely,

Dr. Sun Ho Kim

덧붙이는 글 <김 박사가 보낸 방북촉구 서한>


Dear President William Clinton,

As the country draws to the close of your presidency, I'd like to applaud your successes while in office. For eight years, you have secured economic prosperity for the United States and, perhaps more importantly, have made great strides towards bringing a long-desired peace to wanting areas the world.

One of these successes is the recent work around the "Korean question."  As an immigrant from Korea, I appreciate especially your recent work regarding improvement of diplomatic relations between South Korea and North Korea.

For the last one hundred years, Koreans on the peninsula have witnessed a difficult experience: first as subjects of Imperial Japan, then as war-embittered, and yet again, as victims of an unnatural division of the country.

For all the violence associated with modern Korean history, it is ironic that we are otherwise known as a peace-loving, nationalistic people. We Koreans didn't start any wars against other Asian nations like Japan; we never threatened other peaceful nations with any military aggression. As such, as a people, we admire the United States' commitment to preserving
peace throughout the world.

Since the end of the Korean War, the first time North and South Korean top leaders met was June 2000 to clear the hurdles between them.  People all over the world praised their efforts and prayed that a real peace would be achieved.  This is the best time to give Koreans the chance for peace.

Securing America's important role in the facilitation of a peace is very important to me and other Korean immigrants and Koreans. We look to the United States as the undeniable leader in matters on the Korean peninsula to provide the type of support we need to achieve the dream of peace, the final end of the war.

I support your decision to visit North Korea, a decision that will be recorded in the annals of history as the first step towards achieving a real peace in Asia.

Sincerely,

Dr. Sun Ho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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