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민주공화국 아닌 사회귀족 공화국"

홍세화 씨와의 대화, 신림동 '이야기까페'서 열려

등록 2000.12.20 08:53수정 2000.12.20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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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민주공화국이 아니라 사회귀족 공화국이며, 당신들은 사회귀족 예비군들이다.”

‘전사’ 홍세화 씨와의 이야기마당이 대학생 및 지역 주민 약 1백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19일(수) 신림동 이야기 까페 ‘미네르바의 부엉이’에서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한국사회와 지식인’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에서는 한국의 현실을 듣고 보며 각기 정체성을 갖는 분들을 만나 심층적인 대화를 교환하는 데에 귀국 목적이 있다고 밝힌 홍세화 씨의 진미를 전해주기에 충분했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날 행사가 신림동 대학가에서 열린 탓인지 대학사회, 그 중에서도 ‘서울대 문제’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오갔다. 특히 홍씨는 청중들이 대부분 서울대 학생인 것을 감안, ‘그 동안 우리 공교육이 약자를 소외시키고 남을 따 먹으라는 식의 교육을 해왔다’며, 학생 스스로의 끝없는 성찰을 촉구했다.

홍씨는 프랑스의 에꼴 폴리테크닉과 서울대를 비교하며 ‘프랑스는 개인주의 교육을 국가가 관장해 실시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국가주의 교육을 모두 개인이 부담하고 있다’며, 한국 교육의 본질적 모순을 지적했다.

또한 교육이 재생산(reproduction)을 하는 과정에서 불만을 희석시키는 등 한국사회의 구조적 불평등을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홍씨는 사회를 규정하는 네 축으로 지식인사회와 종교, 언론, 지식을 꼽았다. 지식인사회의 문제와 관련, 홍씨는 ‘사회의 진보나 개선을 위한 도구가 아니나 사회귀족이 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즉 한국 지식인 사회가 인간에 대한 고민은 하지 않은 채 오로지 즉물적인, 심지어 동물적인 것에만 집착하는 등 본연의 역할을 망각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더 큰 문제는 이를 감시하고 비판할 세력이 없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종교 문제와 관련해서는, ‘한국은 아직도 구약시대의 이성에 머물러 있다’고 종교 현실을 비판하며, 지식인들이 이를 문제 삼아야 하는데 그러한 일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언론 문제는 이미 그의 입장을 재차 확인이나 하려는 듯,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동아일보 세 신문들을 ‘조폭’으로 규정, 이에 놀아나지 않는 독자가 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날 이야기마당은 홍씨의 일반적인 강연이 아니라 질의응답 등 많은 대화의 시간이 마련되어 청중들의 호응을 얻었다. 서울대 경제학부 4학년 신호철 씨는 ‘홍 선생님은 엘리트 교육에 대한 기대가 많은 것 같다. 그러나 한국 현실은 엘리트 교육이라는 말을 꺼내는 것 자체가 현실적으로 힘든 것 아닌가’며 한국 현실 속에서 엘리트주의가 받아들여지기 힘듦을 지적하자, 홍씨는 ‘어느 사회든 엘리트가 양성되고 있으며, 또 그러해야 한다’면서 다만 서울대는 그와 같은 엘리트를 제대로 양성하지 못한다는 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삼성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중이라는 한 학생은 매스미디어의 위력이 날로 더해가는 이 시점에 민중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질문, 청중들로부터 고등학생답지 않아 놀랍다는 의미의 박수를 받았다. 이에 홍씨는 ‘미디어의 발달이 오히려 민중들의 정보 소외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한국은 해방 이후 친일 신문들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았다’며 지금이라도 민중들에 대한 계몽을 통해 그 사실을 알리는 데 힘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행사는 ‘그날에서 책읽기’와 ‘관악문화’가 주최했고 44대 서울대 총학생회(준)가 후원했다.

덧붙이는 글 | 홍세화씨는 현재 '아웃사이더' 편집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 '쎄느강은 좌우를 나누고 한강은 남북을 가른다'는 책을 내어 독자들로 부터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덧붙이는 글 홍세화씨는 현재 '아웃사이더' 편집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 '쎄느강은 좌우를 나누고 한강은 남북을 가른다'는 책을 내어 독자들로 부터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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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 기억 저편에 존재하는 근현대 문화유산을 찾아 발걸음을 떼고 있습니다. 저서로 <서울을 거닐며 사라져가는 역사를 만나다>(알마, 2008), <다시, 서울을 걷다>(알마, 2012), <권기봉의 도시산책>(알마, 2015)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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