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만에 등돌린 YS와 한나라당

DJP 연합 뺨치는 '창 - YS' 연합의 난맥

등록 2001.01.30 20:19수정 2001.01.30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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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의 상도동 방문으로 만들어졌던 YS와 한나라당 사이의 화해 장면이 하루만에 없었던 일로 되었다.

안기부 자금수사와 관련하여 한나라당 김영일 의원이 'YS 정치자금설'을 언급한 사실이 알려지자, 김영삼 전대통령측은 강력히 반발하며 이회창 총재의 직접 해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김 전대통령측은 "YS는 당선 후 단 한푼의 정치자금을 받지도 쓰지도 않았다"고 주장하며, "이 총재가 상도동을 방문한 지 하루만에 이런 말이 나온 데 주목하며, 이 총재의 측근의원이 극히 민감하고도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말을 한 것은 결국 자기들은 손을 털고 상도동에 떠넘기려는 것"이라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김 전대통령과 한나라당 간에 벌어지고 있는 이 책임 떠넘기기 씨름의 광경은 정말 추하기만 하다. 내놓고 말은 못하지만, 문제의 자금이 안기부 예산이 아니라 김 전대통령의 정치자금이 아니냐는 의심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는 한나라당측이나, 무조건 자신과는 무관한 일이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는 김 전대통령측이나, 진상을 은폐하고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것은 매한가지이다.

양측은 공히 진실규명의 열쇠를 쥐고 있는 당사자들이다. 한나라당이 검찰소환을 막아주며 보호해 주고 있는 강삼재 부총재는 문제의 자금 출처를 뻔히 알고 있는 당사자이다. 그런데도 그는 안기부 예산이 아니라는 말만 하며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김 전대통령 또한 자금의 출처를 충분히 알 수 있는 위치이다. 그의 말을 순진하게 받아들여 설혹 직접 지시하지는 않았더라도 집권세력 핵심부 내에서 그만한 돈이 움직이는데 대통령이 몰랐다는 것은 좀처럼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그 역시 탄압만을 주장할 뿐, 진실규명에는 아무런 관심도 보이지 않고 있다.

지금 김 전대통령과 한나라당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충돌은, 진실을 은폐하고 있는 두 당사자가 벌이는 정치코메디이다. 비리를 저지른 두 사람이 함께 비밀을 지키자며 악수를 했다가, 급기야는 서로가 상대탓임을 주장하며 멱살을 잡게 된 모습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정말 조금도 국민의 눈을 두려워 하지 않는 모습들이다. 김 전대통령과 이 총재는 대여 공동투쟁을 의논하기 이전에, 안기부 자금파문 진상의 공동규명을 의논했어야 했다. 그리고 최소한 국민에게는 사과하는 모습을 보였어야 했다.

내가 또한 개탄하는 것은 하루 사이에 냉온탕을 오가는 김 전대통령과 이 총재 사이의 관계이다. 이 총재는 "사람도 아니다"라는 모욕까지 이겨내고(?) 상도동을 찾아가 도움을 요청하는 예를 갖추었다. '대쪽'이라던 그가, '3김정치와의 성전(聖戰)'을 말했던 그가 3김정치의 당사자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한 것은 오직 하나, 다음 대통령선거를 향한 필승의 집념 때문이다.


그러나 원칙도 소신도 뒷전으로 밀어젖히고 오직 선거를 위한 정략으로 만들어진 관계가 가면 얼마나 가겠는가. 바로 하루만에 '창(昌)-YS' 연합의 허구가 드러나고 말지 않았는가. 한나라당과 이 총재는 그동안 DJP 연합이 보여준 난맥에 대해 얼마나 비난과 조롱을 퍼부었던가. 그러나 남의 이야기 하고 있을 일이 아니다. 지난 수년간 '창(昌)-YS'의 관계가 보여주고 있는 갈 지(之)자의 혼돈과 난맥은 그야말로 어지러울 정도이다.

이회창 총재는 최근 정국과 관련하여 정도(正道)를 가겠다는 말을 자주 하고 있다. 지금 이 총재에게 정도란 무엇인가. 첫째는 안기부 자금파문의 진상을 밝히는 일이요, 둘째는 3김정치에 대한 태도를, 원칙을 갖고 분명히 하는 것이다. 민심을 제대로 읽어야 하는 것이 어찌 대통령만의 일이겠는가. 야당 총재의 경우도 조금도 다르지 않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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