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범대위, 능숙한 대응전략 아쉬워

등록 2001.02.07 12:54수정 2001.02.07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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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의 구매제도 변경으로 인해 야기된 광양지역민들의 반발이 마침내 집단행동으로 이어져 1만여 명의 시민들이 일상을 접고 대거 집회에 참석했음에도 불구하고 범대위 집행부가 집회 시나리오를 지루하게 편성해 시민들로부터 빈축을 사고 있다.

또한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모르지만 일부 범대위 집행부가 시위를 주도함에 있어 평화적인 질서를 강조한 나머지 집회를 극대화하지 못했다는 비난이 일고 있어 이번 집회를 거울 삼아 포스코에 대한 전략을 궤도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는 지난 5일 있었던 집회과정에서도 나타났듯이 오후 2시에 시작된 집회는 개회선언(사회자)과 국민의례, 경과보고(범대위 사무국장), 대회사(범대위 상임위원장), 광양제철 독립경영요구(범대위 집행위원), 유상부 회장 퇴진요구(범대위 집행위원)을 거치는 동안 집회는 1시간이 소요되면서 정치유세장을 방불케 하자 일부 시민들이 집회 일정상 채 절반도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후면에 있던 시민들이 물밀 듯이 집회장을 빠져나가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이에 집회 과정에 문제를 느낀 광양청년회의소 전회장이 단상으로 급히 달려와 "시민들이 빠져나가고 있으니 남은 일정을 일단 종료하고 예정대로 곧바로 가두행진을 해 줄 것"을 사회자에게 독려했다.

또 본부석 단상 왼쪽에 서있던 스피커가 부착된 가두 방송용 선두 지휘차량 또한 집회에 문제가 발생된 것을 인식하고 범대위 집행위원의 발언 도중에 차량을 움직여 앞장서자 절반 이상 남은 집회일정은 일순간에 중지된 된 채 시민들이 지휘차량에 곧바로 합류해 가두행진에 나섰다.

가두행진을 시작한 시민들은 예정된 코스를 무시하고 곧바로 광양제철소 소 본부로 향해 소 본부 입구에 미리 설치된 바리케이드를 무너뜨리고 소 본부 진출을 시작하자 순간 당황한 쪽은 경찰과 집행부였다. 집행부와 경찰은 자칫 불상사로 이어질 것에 대비해 입구에서 시민들의 소 본부 진출을 적극 만류했으나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소 본부 앞까지 다다른 시민들은 한 때 강경한 입장으로 유상부 회장이 이곳에 나와 사과할 때까지 돌아가지 않겠다는 등의 항의를 했지만 집행부의 끈질긴 설득으로 평화적으로 집회를 끝마쳤다.


그러나 집회가 끝난 직후 한 시민은 "집행부가 지나친 평화적인 질서를 강조한 나머지 우월한 위치를 선점하지 못한 실책을 했다"며 "참가자들의 바램대로 광양제철소 소장이라도 집회 현장에 나와 시민들에게 사과하는 장면을 연출했어야 할 것 아니냐"며 "유상부 회장과 화상회의라도 이끌지 못한 것은 협상 전략의 부재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범대위 한 관계자는 "시가 행진의 경우 취소해 달라는 압력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집회 당일 유인물에 명기되지 않은 것은 집행부 회의를 거친 끝에 가두행진을 한 후에 다시 집회장소로 되돌아와 폐회를 할 경우, 대열이 흩어진다는 의견이 개진돼 대표자 일행이 결의문을 전달하고 집회장소에서 폐회를 할 예정이었으며, 당초 시가행진 코스가 공사구간이 있어 이를 수정해 소 본부 뒤를 돌아서 오는 가두행진을 계획하고 있었다"며 "불상사 없이 우리의 주장을 전달하고 평화적으로 집회를 끝낸 것은 광양 시민들의 성숙된 집회문화를 확인한 좋은 계기였다"는 자평을 했다.


한편 시민들은 지금부터라도 집행부 독자적으로 움직이기 보다는 시민들로부터 폭넓은 의견을 청취해 반영함으로써 시행착오를 줄여야 할 것으로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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