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을 문화국경일로!"

한글날 국경일 제정 범국민 결의대회 열려

등록 2001.04.10 19:53수정 2001.04.11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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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행세를 하려면 다른 민족과의 차별성, 독창성이 있어야 하는데 한글날을 문화국경일로 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확실한 것입니다." 서영훈 적십자사 총재는 분명한 어조로 인사말을 하고 있었다.

오늘(10일) 오후 1시에 서울 종로구 기독교청년회관 대강당에서는 '한글날 국경일 제정 범국민추진본부'가 주최한 "한글날 국경일 제정 결의대회"가 열렸다.


전택부 한글날 국경일 제정 범국민추진위원회 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서 한글날을 국경일로 제정하는 당위성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어떤 국제기구의 조사보고에 따르면 '한국은 경제선진국이라고는 말할 수 있어도 문화적으로나 도덕적으로 후진국에 속한다'고 평했습니다. 이런 불명예를 한글날을 국경일로 제정함으로써 말끔히 씻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여기에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 김남조 시인, 신기남 의원(민주당, 국회 문화관광위원) 등이 내빈으로 참여하여 한글날 국경일 제정을 한결같이 주문했다.

"나는 문화부장관 재직시 한글날 공휴일 폐지를 사표를 걸고 막았지만 결국 경제논리에 밀려 힘없는 부서의 비운을 맛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최근 우리나라의 어려움은 문화의 푸대접에서 왔다고 생각합니다. 세계에 하나밖에 없고, 한국에 와봐야 볼 수 있는 문자기념일을 이제라도 만들어야 합니다."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의 말이다.

김남조 시인은 "광복, 큰 어른이시여! 어른이 우리의 글을 다시 찾아주시지 않았다면 글쟁이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생각해 봅니다"라는 자신의 글을 낭독하면서, 우리 문학에는 한글 이외의 대안은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우리 민족의 정서를 완벽하게 표현할 수 있는 한글을 말하는 듯 싶었다.

마지막으로 마이크를 잡은 신기남 의원은 '국경일에관한법률중개정법률안'을 34인 의원의 이름으로 발의해 놓고 있다면서 한글날을 단순한 공휴일이 아닌 국경일로 격상시킬 것이라고 했다. 이 법률이 통과되기 위해서는 먼저 해당 상임위원회(행정자치위원회)를 거쳐야 본회의에 상정될 수 있는데 난색을 표하는 정부 때문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반대론자들의 논리는 우리나라가 휴일이 많기 때문에 안 된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주 40시간 노동하는 다른 나라에 비해 주 48시간으로 훨씬 노동시간이 많다. 또 세계의 추세가 주5일 근무임에도 우린 주6일 근무이고, 휴가도 우린 7~8일에 불과하지만 선진국들은 4~5주나 되어서 우리나라의 휴일은 오히려 더 적은 편이다." 신의원의 주장이다.

우리가 한글을 푸대접하고 있을 때 오히려 세계 언어학자들은 한글의 우수성을 인정하고 있다.


유네스코(UNESCO)에서는 한글을 인류가 발명하거나 발전시킨 세계적 기록 문화유산으로 공인하였을 뿐 아니라 '세종대왕 문맹퇴치상(King Sejong Litercy Prize)'을 제정하여 해마다 세계 문명퇴치에 공이 큰 이들에게 주고 있을 정도이다.

미국 시카고(Chicago) 대학의 세계적인 언어학자 맥콜리(J. McCawley) 교수는 20여 년 동안이나 한글날을 손수 기념하고 있다고 한다. "세계 언어학계가 한글날을 찬양하고, 공휴일로 기념하는 것은 아주 당연하고, 타당한 일이다. 그래서 나는 20여 년 동안 해마다 한글날을 기념하고 있다. 동료 언어학자들과 학생들, 친지들을 초대해서 한국음식을 차려놓고, 우리 모두의 한글날을 축하해 왔다"고 그는 말한다.

유명한 동아시아 역사가인 하버드대학 라이샤워(O. Reichaurer) 교수는 그의 저서에서 "한국인들은 전적으로 독창적이고 놀라운 음소문자를 만들었는데, 그것은 세계 어떤 나라의 문자에서도 볼 수 없는 가장 과학적인 표기 체계"라고 말했다. 또 네델란드의 언어학자 보스(F. Vos) 교수는 그의 한국학 논문에서 "한글이야말로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문자"라고 평했다.

저명한 언어학자인 영국의 샘슨(G. Sampson) 교수는 "한글이 과학적으로 볼 때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글자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무엇보다도 한글은 발성기관의 소리내는 모습을 따라 체계적으로 창제된 과학적인 문자일 뿐 아니라, 더 나아가 문자 자체가 소리의 특질을 반영하고 있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 외에도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의 생리학자이며, 프리처상 수상자인 다이아몬드(J. Diamond) 교수, 일본 도꾜 외국어대 아세아 아프리카 연구소장인 우메다 히로유끼(梅田博之) 교수, 독일 함부르크 대학에서 한국학을 강의하는 삿세(W. Sasse) 교수, 파리 동양학 연구소의 파브르(A. Fabre) 교수, 미국 매어리랜드 대학 언어학과 램지(R. Ramsey) 교수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석학들이 한글을 극찬하고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렇게 밖에서는 최고의 찬사를 받는 한글이 제 나라에서는 푸대접을 받고 있다는 것은 서글프기까지 하다.

북한에서도 한글날이 있을까?
북한은 '한글'이란 말대신에 '조선글' 또는 '훈민정음'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따라서 기념일도 '훈민정음창제일'이라고 하여 1월 15일에 지낸다. 그것은 훈민정음 창제일인 1443년 12월 상한(상순)을 양력으로 환산한 것이라 한다. 이 창제일에는 갖가지 문화행사와 성대한 기념행사를 연다. 5년마다에는 더욱 행사를 크게 하지만 국경일은 아닌 것이 아쉽다.

문화면에서 우리나라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은 일본도 매년 11월 3일 '문화의 날'이라는 '국민의 축일(우리의 국경일과 같음)'을 성대히 지낸다. 그런데도 문화국가임을 자부하는 우리나라가 문화국경일 하나 없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닐까? 이제라도 우리는 자존심을 살려 한글날을 국경일로 승격시키고 성대한 잔치를 베풀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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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으로 우리문화를 쉽고 재미있게 알리는 글쓰기와 강연을 한다. 전 참교육학부모회 서울동북부지회장, 한겨레신문독자주주모임 서울공동대표, 서울동대문중랑시민회의 공동대표를 지냈다. 전통한복을 올바로 계승한 소량, 고품격의 생활한복을 생산판매하는 '솔아솔아푸르른솔아'의 대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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