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겨울철새들이 제철을 무시하고 영남지역 하천을 중심으로 떼를 지어 서식하는 기현상을 보여 계절별 철새의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
한국의 철새는 고니 기러기 독수리 칡부엉이 두루미 등 겨울새 112종, 뻐꾸기 두견이 꾀꼬리 백로 뜸부기 제비 파랑새 등 여름새 64종, 도요 ·물떼새 등 봄-가을의 나그네새 90종 등 모두 266종이다.
그러나 이달말 낮기온이 20℃가 넘는 초여름 날씨인데도 경주~포항 사이를 흐르는 형산강 하구와 포항시 북구 신광면 호리못, 포항철강공단 유수지 등에는 겨울 철새인 청둥오리와 쇠오리, 넙적부리, 가창오리, 홍머리오리 등이 계절을 무시하고 수십 마리씩 떼지어 먹이를 찾고 있는 것이 발견됐다.
종전까지만 해도 3월말이면 번식지인 북쪽나라인 시베리아나 바이칼호로 떼지어 떠나야할 겨울 철새들이 최근 왜가리나 백로 등 텃새와 함께 지역마다 수백 마리씩 남아 있어 조류학계의 연구대상이 되고 있다.
조류학자들은 "6,7년 전부터 철새들의 이동경로가 달라지고 번식지나 월동지를 찾아가지 못하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며 "이같은 현상은 지구온난화와 기류의 변화 등에 기인하는 것으로 올들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구온난화와 생태계 파괴 등 기현상에 따라 철새들도 계절감각을 상실, 겨울철새가 초여름 날씨인데도 형산강 하구 등에 서식하고 있다고 학자들은 밝혔다.
반면 여름 철새로 알려진 왜가리 2000여 마리가 4~5년째 경남 통영시 국섬 일대에서 겨울을 나면서 텃새로 자리잡아 가고 있어 철새도 계절을 파괴해 가고 있다.
자연 생태 보존 모임인 초록빛깔사람들은 국섬 일대를 찾는 왜가리들이 통영 지역의 따뜻한 겨울 기후와 풍부한 먹이 덕분에 점차 텃새화, 4~5년전 700여마리에 불과했던 왜가리가 올해는 2000여 마리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왜가리는 대개 3, 4월이 되면 우리 나라를 찾아와 6월까지 번식한후 10, 11월이면 기후가 따뜻한 필리핀 등 동남아로 떠나는 여름철새지만 국섬 일대 왜가리는 12월부터 산란을 시작, 자란 새끼가 다시 텃새화되면서 그 수가 급증하고 있다.
한편 대구 금호강과 울산 태화강 등에서는 수질 개선으로 볼 수 없었던 철새들이 속속 떼를 지어 서식, 철새들의 낙원을 이루고 있다.
경북대 생물학과 박희천 교수는 지난 1,2월 2차례 걸쳐 영천에서 대구 달성군 화원까지 금호강 유역의 조류 서식현황을 조사한 결과 천연기념물 4종(고니, 큰고니, 검독수리, 황조롱이) 등 모두 54종의 철새 5400여마리가 관찰됐다고 밝혔다.
부산 경성대 우용태 교수팀은 지난 1월말 태화강 하류에서 철새 서식실태 조사를 벌여 천연기념물인 큰고니와 황조롱이 등 47종 3700여마리의 철새가 서식하고 있는 것을 밝혀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40여종 2000여마리에 비해 2배 가량 늘어난 것으로 태화강변에 갈대와 대나무숲이 많아 철새 도래지로 자리잡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밖에 경북 구미시 낙동강 등에도 1년 내내 모습을 볼 수 없었던 철새가 수질개선과 습지보존 등으로 최근 떼를 지어 찾아들어 장관을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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