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자가용대신 대중교통 이용

기름값 인상-교통체증에 대중교통으로 선회

등록 2001.05.05 09:51수정 2001.05.05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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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좋아하기로 둘째 가면 서러울 미국인들이 대중교통으로 돌아서고 있다. 값싼 휘발유에다 잘 닦인 도로 덕에 어딜 가든 자기 차를 몰고 가야 성이 차던 미국인들이 치솟는 기름 값에다 교통체증마저 심해지자 기차나 버스 같은 대중교통을 선택하고 있는 것.

미국대중교통협회(APTA)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인의 대중교통 이용률은 지난 해에 비해 3.5% 상승했는데 이는 인구 증가율을 4배 이상 상회하는 수치다. 특히 대도시가 밀집한 캘리포니아의 경우 무려 6.2%에 달하는 놀라운 증가율을 보였다.

미국인들이 차를 버리고 대중교통을 선호하기 시작한 것은 무엇보다 최근의 급격한 기름값 상승 탓이 크다. 캘리포니아주의 평균 기름 값은 최근 갤런당 2달러에 육박하고 있고 휴가철인 여름에는 3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유럽에 비해서는 아직도 저렴한 편이지만 그 동안 값싼 휘발유에 익숙해진 미국의 소비자들에게는 충격을 주고도 남는 가격. 여기에 교외의 차량 증가로 심할 경우 출퇴근 시간이 2시간을 넘어서는 심각한 교통체증도 대중교통 이용을 부추기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큰 요인은 대도시를 중심으로 대중교통 시스템에 대한 꾸준한 투자와 개선이 이루어져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암트랙은 최근 뉴욕과 워싱턴 DC를 논스톱으로 잇는 초고속 열차 <아셀라>의 운행을 시작했다. 아셀라는 뉴욕을 출발, 평균시속 200Km를 넘는 고속으로 달려 2시간 30분이면 워싱턴DC에 도착한다.

<워싱턴 포스트>는 최근 실험을 통해 비행기를 이용할 경우 공항까지 오고 가는 시간을 포함해 뉴욕의 목적지까지 2시간 40분이 걸린 반면 아셀라를 타면 3시간 20분이면 도착할 수 있음을 증명하기도 했다.


비행기가 악천후나 정비사고로 몇 시간씩 지연되는 일이 허다한 것을 감안하면 오히려 정시 도착을 보장하는 아셀라가 더 빠른 것. 여기에 노트북 PC를 사용할 수 있는 전원 장치, 고급스런 식당칸 같은 편의시설에 가격마저 비행기보다 저렴해 아셀라로 고객이 몰리고 있다.

한편 샌프란시스코 인근의 거점 도시들을 고속으로 연결하는 BART라는 통근 열차의 이용객 역시 지난 해에 비해 7.6% 가량 증가했다. BART측은 조만간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까지 노선을 연장하고 향후 실리콘밸리의 중심도시인 산호세까지 아우르는 광역 철도망을 완성하겠다는 계획이어서 자동차를 버리고 대중교통으로 돌아서는 고객의 숫자는 갈수록 늘어날 전망이다.


에너지 위기가 미국인으로 하여금 유럽과 같은 고속철도 중심의 대중교통체계에 새롭게 눈을 뜨도록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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