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갯벌 살리기 바닷길 걷기

그 첫날, 내초도에서 보내는 편지

등록 2001.05.14 17:05수정 2001.05.15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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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게 될지도 모르는 새만금 갯벌을 눈이 아닌 가슴으로 만나고 무수한 생명들과 교감하고자, 또 갯벌과 함께 살아온 어민들을 만나기 위해 바닷길 걷기에 나선 20여 명의 사람들은 5월 13일(일) 내초도(군산시 내초동)에 첫 발걸음을 내딛었습니다.

밀물에 쓸려 불어오는 갯바람과 갯내음이 온 마을을 감싸고 있었고, 마을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새만금 갯벌의 생명을 살리는 것은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지키는 일'이라고 쓰여진 문구가 걸려있는 내초도 온누리교회가 우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오후 7시, '내초 횟집으로 모여주십시오'라는 마을 이장님과 임춘희 목사님이 번갈아 내보낸 마을 방송이 있은 후 내초 횟집 앞 너른 마당 앞으로 모이기 시작한 주민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50여 명이 되었고, 행사에 참가한 20여 명은 주민들과 함께 발대식을 거행하였습니다.

먼저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나선 계화어민들과 내초어민들, 새만금사업을 반대하는 부안사람들, 군산사람들, 전북사람들이 함께 시작한 발대식과 간담회는 그간의 투쟁의 성과이며 새로운 투쟁의 시작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 터전을 우리가 지켜야 한다는 계화청년회장님 말씀과 새만금 간척사업이라는 대역사를 우리가 올바른 역사로 바꿔야 한다는 내초교회 목사님 말씀이 걷기에 나선 모든 사람과 생명들에게 희망입니다.

내초도 이장님(문영오)의 '수십년을 이곳에서 살았는데 새만금간척사업으로 고향을 등져야 할 운명이고 갯벌이 죽어가면서 삶의 터전을 잃을 위기에 처해 밤잠을 못자고 뒤척이길 하루 이틀이 아니다'는 말씀은 갯벌걷기에 참가한 모든 사람들의 가슴을 울렸습니다.

내초도는 원래 섬이었으나 간척사업으로 육지가 되었습니다. 118가구가 지금 살고 있는데 8가구를 제외하고 110가구가 갯벌에 생계를 의지하고 있는 전형적인 어촌마을입니다. 섬이었을 때 아름다움이나 평온함이 잃은 지 오래지만 지금도 그 흔적을 찾을 수는 있습니다. 갯벌을 잃으면 거의 모든 주민이 삶의 터전을 잃고 타지를 떠돌아야 하는 심각한 상황입니다.


아직도 100명 이상이 갯벌에 나가 하루 4만원 수입을 올리고 있는 이 황금갯벌을 없애는 일은 내초주민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내초어민의 절규는 이론도 아니고 논리도 아닌 삶의 목소리였습니다. 이제는 내초주민이 새만금간척사업의 주변인이 아닌 주인으로 나서 간척사업을 중단시키고 삶의 터전을 지켜야 한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지금 이곳 내초교회 숙소에서는 오늘의 첫걸음과 내일의 두 번째 걸음에 대한 이야기들이 부산하게 오가고 있습니다.


내일은 오전 9시 남수라(군산 미군기지)에서 출발하여 하재(점심)를 거쳐 어은리에서 오늘처럼 주민들과 함께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한 살아있는 목소리를 만나고 생명살리기 두 번째 일정을 정리할 것입니다

우리가 길을 나선 것은 생명들의 구원의 외침을 직접 체험하기 위한 것이며 그 생명들에게서 힘을 얻기 위한 것이며 여러분들과 함께 살기 위함임을 모두들 마음속에 깊이 새기며 오늘을 정리합니다.


새만금갯벌 생명살리기 바닷길 걷기 참가자 일동

14일(월)은 '우리땅찾기'를 주제로 걷고 있으며 두 번째 편지는 해당화가 곱게 핀 바닷길 이야기가 될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새만금 갯벌과 생명을 살리고자 하는 계화주민, 내초주민, 각 종교계 성직자, 부안사람들, 군산사람들, 전북사람들이 2001년 5월 13일(월)부터 19일(토)까지 군산에서 부안까지 바닷길을 걷고 있습니다. 

19일(토) 1시 새만금 전시관에 도착하여 '생존권 쟁취와 새만금 간척 반대 어민 결의대회'를 끝으로 두번째 바닷길 걷기를 마칩니다.

덧붙이는 글 새만금 갯벌과 생명을 살리고자 하는 계화주민, 내초주민, 각 종교계 성직자, 부안사람들, 군산사람들, 전북사람들이 2001년 5월 13일(월)부터 19일(토)까지 군산에서 부안까지 바닷길을 걷고 있습니다. 

19일(토) 1시 새만금 전시관에 도착하여 '생존권 쟁취와 새만금 간척 반대 어민 결의대회'를 끝으로 두번째 바닷길 걷기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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