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실력은 형편 없어도 할 말은 한다.-지킬 것은 지키자

전혀 논점을 파악하지 못하는 댓 글에 대하여...

등록 2001.05.24 22:08수정 2001.05.25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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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장 담기위해 작은 대게 잡는 한국인'은 그렇게 읽으라고 쓴 글이 아니다. 규정을 지키는 사회, 안지키는 한국 사람들은 반성하자는 게 내가 글을 쓴 이유였다. 그런데 댓글을 보니 엉뚱한 것 전혀 중요하지도 않은 것으로 떠들고 있다.


나도 물론 여기에 글을 올릴 때는 제목을 어떻게 달면 더 많은사람들이 읽을까를 생각한다. '한국인은 지구상에 존재할 필요가 없다.'(게장 담그거라 작은 대게 잡는 한국인으로 제목이 바뀜)는 글은 결과로 보면 그 제목 때문에 평지풍파를 일으키고 형편 없는 내 영어실력을 드러낸 꼴이 되고 말았다.

먼저 내가 그 글을 쓴 이유는 공부하러 외국까지 나가서 규정을 지키지 않는 한국인의 모습이 부끄럽다는 것이고 이제부터라도 지킬 것은 지키고 작은 어류는 잡지 말자는 것이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런데 내 글에 올라온 댓글을 읽어보니 크게 세 가닥이다. 하나는 미국이란 나라야 말로 환경파괴에 앞장서고 있는데 무슨 되지도 않는 소리냐는 것이다. 두번 째는 그 사람 이름을 보니 미국인이 아니라고도 하고 중국계일 것이라고도 하는 문제, 본디 부터 미국인은 아닐 것이라는 얘기다. 세번 째는 내 무리한 영어해석과 not를 be 로 잘못 옮긴 것을 지적하는 것이다.

나는 이런 댓 글, 이런 반응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래서 이것은 세번째부터 순서를 바꿔서 간단히 짚어보겠다. 영어를 옮기는 과정에서 not를 be로 옮긴 것은 순전히 내 실수다. 평소에 영어로 타이핑을 할 일이 거의 없다보니 오타가 나온 것이다.

지조때로 영문법 하는 지적에는 공감한다. "환경보호 정책을 조속히 마련하지 않으면 한국인도 지구상에서 존재하기 힘들 것이다"라는 매끈한 번역을 읽고 보니 왜 인터넷 영한번역기에서는 "한국인은 지구상에서 존재할 필요가 없다"고 번역을 해주었는지 그리고 그 걸 그대로 옮겨쓴 내 자신의 무식함에 한탄을 한다.


첫번째와 두번째 글은 전혀 틀린 내용이다. 물론 나도 80년 대 학교를 다녔고 그 때부터 반미만이 우리 나라의 살 길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 지금도 변치 않았다. 그런데 그 사람이 자기가 미국 정부를 대표한다고도 하지 않았고 미국 정부의 입장과 미국인 개인의 입장은 틀릴 수도 있다.

이런 메일을 보고 미국놈들 니네나 잘해 하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마치 80년 광주항쟁 진압 화면을 본 미국인이 한국 사람을 보면 너도 살인마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더구나 한심한 일은 그 사람 국적을 따지는 것이다. 이름을 보니 중국계 일 것이라고도 하고 영문법이 매끄럽지 않은 것으로 보아 아시아계 이민자일 것이라고도 한다.


뒤에 쓰겠지만 내가 이 기사를 쓴 것은 본바닥 미국인이 그런 메일을 보냈다는 것이 아니라 외국 사람눈에 비친 한국인을 반성하자는 것이다. 다만 황중원 님의 글은 그 외국인이 스팸메일을 보낸 것이 아니라 혹시 오마이 뉴스에서 내 기사를 읽고 나를 찍어서 메일을 보냈다는 느낌을 갖게 해주는 것으로 황중원 님에게 감사드린다. 그리고 그 게 사실이라면 메일 보낸 그 외국인에게도 스팸메일로 매도 한 것을 사과하고 싶다.

각설하고 왜 우리 나라 사람들은 규정을 어기기를 밥먹듯이 하는가?
다른 나라 사람들은 당연히 지키는 것을 우리는 왜 지키지 않는가?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고 외국인 눈에 비친 우리의 흐트러진 모습을 반성하자. 이게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이다. 물론 제목에 본 내용까지 손을 대어준 오마이 뉴스 편집진의 노력으로 지금 기사는 제법 그렇게 보인다만(내 눈에는) 오직 반미 오직 애국자들만 댓 글을 대는 오마이 뉴스독자들 눈에는 어떨지.

지금부터 내가 겪은 얘기를 하고자 한다.
나는 96년 말부터 지금 사는 이 곳으로 이사오게 된 2년 6개월 동안 울산에서 세계제일이라는 수리조선소에서 하청 노동자로 일했다. 물론 별 기술이 없으니까 취부 조공이었다. 수리 조선소 생산직은 크게 나누면 용접을 할 수 있도록 철판을 자르고 가용접 해주는 취부사가 있고 그 것을 때우는 용접사가 있다. 그리고 보통 때는 취부사일을 보조 하다가 용접이 끝나면 취부 흔적을 없애주고 용접 부위를 빚나게 하는 그라인더 일 까지 도맡아 하는 취부 조공이 있다.

세계 각국에서 배가 들어 오니 우리끼리 나라를 나눈다. 일하기 까다로운 나라, 헐렁한 나라로. 미국과 독일을 비롯한 유럽 나라들은 일하기가 무척 까다롭다. 보통 작업이 끝나면 검사를 하는데 두 명이 한다. 통역까지 겸하는 조선소 QC와 배의 기관장이나 갑판장이 맡은 공무감독이다.

그런데 미국이나 독일 같은 나라 공무감독들은 무척 까다롭다. 덩치도 큰 그들이 어깨가 끼어서 빠져 나가기도 힘든 맨홀을 몇개씩 통과해서 불기운은 하나도 없이 손 전등으로 비춰가며 작업 검사를 할 때는 지독한 시어머니를 서너 명씩 모시고 사는 심정이다. 그들은 무조건 규정대로 할 것을 요구한다. 그 나라 배를 고치는 일을 할 때면 QC와 우리 노동자들도 억지로라도 따라간다. 조금이라도 숨겼다가 들통나면 무조건 안된다고 다시 하라고 하고 그래서 발생한 손해는 배 수리비에서 공제 할 것을 칼 같이 요구하기 때문이다.

헐렁한 나라는 주로 아시아, 중남미, 우리 나라 배들이다. 이 나라 공무 감독들은 우선 자기 자신들이 배의 구조를 잘 모르고 천성이 그런가 느긋하고 대충 속여도 넘어간다. 한 번은 이 나라들 배가 출항 시간이 다 되었는데 용접은 아직도 반나절이나 남아 있었다. 전원이 꺼졌다. 배 위에 설치된 용접기 전원 같은 작업 기계들과 연결된 조선소 전원 스위치를 꺼버린 것이다. 용접 끝나면 그라인더 돌려서 검사 맡기로 되 있었는데 아직 용접도 끝나지 않았는데 전기가 나가 버린 것이었다. 공무 감독도 조선소 QC도 검사도하지 않고 말로 끝내버린 것이었다. 배는 안벽에 묶인 로프를 풀고 우리는 50톤 지프 크레인에 매달린 작업 부스를 타고 돌아 오면서 혹시 가다가 배에 물이라도 들어 오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했었다.

그런데 정말 한심한 것은 우리 나라 배들이다. 배에 관해서는 선진국 수준이라 공무 감독도 배 구조도 잘 알고 말이 통하니 검사가 제일 철저 할 수도 있을 것이다만 만약 1주일 작업 하면 처음 하루 이틀은 바작 쫀다. 그러면 그 무슨 사바사바(적당한 우리말을 못 찾아서 일본 말을 씀)가 들어가고 그 다음부터는 일이 일사천리다. 물론 배에 물이 찰 정도는 아니지만 일하는 우리 입장에서는 같은 배를 두고 며칠 사이에 전혀 다른 배를 탄 느낌이다.

그러다가 97년 11월 중순 아틸랜틱 블루라는 초대형 유조선에서 작업 도중 폭발사고가 나서 작업 노동자 8명에 그들을 구한다고 연기가 가득한 탱크에 들어간 안전관리자 까지 모두 10명 사망한 사고가 났다.

폭발한 이유는 간단했다. 기름을 싣고 다니는 기름 탱크에 작업을 하려면 조선소 바깥에 있는 해안에서 기름을 비우고 또 벽에 묻은 기름을 일일이 아주머니들이 걸레로 닦아내고서야 조선소 안에 들어 올 수 있고 그 다음에 작업을 해야 한다.

그런데 파나마 선적이라고도 하고 시에라리온(정확한가는 글쎄 기억이...) 선적이라고도 하는 배의 선주측에서 자기들은 돈이 없으니 그렇게는 못하겠고 자기들 선원들이 직접 기름을 닦겠다고 했다. 아무리 유조선 타고 다니는 선원이라고 해도 늘 기름을 넣고 다니는 탱크 속에 들어가 봤을 리도 없고 탱크 전체를 닦아야 하는데 작업할 부위에 닦는 시늉만 했다.

나는 사고 날 때 그 배를 타고 있었고 일감이 많아서 사고 며칠 전부터 그 배에서 일했다. 결국 2번 중앙 탱크에서 작업 도중 남은 기름에 불이 옮겨 붙으며 폭발했고 노동자 10명이 질식사 했다. 나는 다행히도 8번 좌현 탱크에서 일을 했는데 전체 길이가 330 미터로 사고 지점과 우리가 일하던 곳 과는 200미터가 넘게 떨어져 있어서 우리는 일하는 기계 소리에 폭발음도 못듣고 갑자기 전원이 꺼져서 나왔다가 사고 났다는 말에 급히 배를 내려 왔던 기억이 있다. 우연인지는 몰라도 사고 배의 선장으로 선주를 대신 했던 사람도 한국 사람이었다고 한다.

어떤 작업을 해도 불이 나는 조선소 일에 그 것도 기름 탱크에 불작업을 하면서 남아 있는 기름도 닦아내지 않던 게 우리나라다. 규정을 지키는 것은 죽어라고 싫어 하면서 순간 순간만 넘기는데는 귀신 같은 재주를 가진 사람들이 즐비하다.
우리 인생이야 그렇게 살면 짜릿하고 재미 있을 지 몰라도 우리 사회는 어떻게 되겠는가? 콩가루 사회밖에 더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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