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7000여명 창원 거리 행진

<현장중계> 여기는 창원 공무원노조쟁취 결의대회

등록 2001.06.09 16:49수정 2001.06.12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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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취재-이수영 기자(창원)
정리-조호진 기자(순천)



<1신 : 6월 9일 오후 3시> 7000여명 참석, 경찰 막지않아

▲ 집회ⓒ 경남 공무원 직장협

'공직사회 개혁과 공무원 노동기본권 쟁취를 위한 전국 결의대회'가 9일 3시 현재 7000여 명의 공무원, 교사 등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창원 용지공원에서 열리고 있다.

전국 6급 이하 공무원 모임인 전국공무원직장협의회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48개 노동·사회단체로 구성된 '공직사회 개혁과 공무원 노동기본권 쟁취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주최로 열린 오늘 대회에는 이부영 한나라당 부총재,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표, 이경숙 여성단체대표를 비롯, 전공련 차봉천 위원장, 전교조 이수호 위원장, 전국교수노조 최갑수 준비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집회 무대 중앙에 '공무원도 노동자다, 노동기본권 보장하라!' '공직사회 개혁, 공무원 노동기본권 쟁취' 등이 적힌 걸개와 수 백 개의 깃발아래 꼬갈모자로 오색 물결을 이룬 참석자들은 공직사회 개혁과 노조결성의 의지를 다지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전공련 차봉천 위원장은 대회사를 통해 "6월 정기국회 상황을 지켜본 뒤 전공련 깃발을 내리고 새로운 공무원노조 깃발을 올리겠다"고 밝히면서 "정부가 정당한 공무원노조 결성을 계속 탄압하면 90만 공직자와 공대위의 저항에 부딪칠 것이다"고 정부의 탄압방침을 항의했다.

차위원장은 또 "이번 정기국회에서도 정부가 공무원노조 시기 상조론을 들먹이며 반대할 경우 부도덕 정권으로 규정해, 내년 지방선거와 대선에서 민주당 반대운동을 전개하겠다"는 입장표명과 함께 "행자부와 경찰의 탄압을 뚫고 오늘 대회에 참석한 여러분은 공무원 민주화운동사에 길이 남을 것이다"며 격려했다.


한나라당 이부영 부총재는 축사에서 "여야 관계없이 뜻 있는 의원들과 함께 이번 정기국회에서 공무원 노조가 허용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OECD 가입 당시 공무원노조 허용 약속은 국민과 국제사회와의 약속으로 현 정부는 이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밝히면서 공무원 개혁운동을 구국운동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대표는 공직사회 개혁운동이 나라와 경제를 살리는 운동이라고 치켜세우면서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노동자 때문에 당선된 만큼 노동자의 눈물을 닦아주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하고도 생존권 보장을 외치는 노동자를 탄압하고 있다"면서 "농민, 서민, 공무원에게 거짓말하는 대통령은 불행한 대통령으로 남을 것이다"며 노동자 탄압중지를 촉구했다.


정부의 참석 공무원 모두 파면·검찰고발 방침에도 불구하고 공무원들은 버스를 이용, 행사장에 속속 집결했으며 외곽에 병력을 배치한 경찰은 대회참석을 막지 않았다.


<2신 : 저녁 6시> 거리로 나선 공무원 "금년내 노동기본권 쟁취"

반세기 동안 정권의 방패막이와 상명하복에 시달리며 비애감에 삼키던 공무원들이 공직사회 개혁주체 선언과 노조기본권 쟁취를 주장하며 거리로 나섰다.

오후 5시께 '공직사회개혁과 공무원노동기본권쟁취를 위한 전국 결의대회'의 열기가 달궈지고 있는 가운데 부산공무원직장협의회 이용한 회장은 공직사회 개혁과 공무원 노동기본권 쟁취 결의문을 낭독했다.

이 회장은 결의문을 통해 ▲법률과 양심에 따라 공명정대한 자세로 임무 이행 ▲공직사회 개혁의 주체가 되기 위하여 직업적인 자정노력 경주 ▲전국 사회단체와 연대하여 금년내 노동기본권 쟁취 ▲무원칙한 구조조정에 반대하며 일방적으로 강요할 시 강력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 거리행진ⓒ 경남공무원직장협

의문 낭독을 끝으로 대회를 마친 참석자들은 차봉천 위원장, 권영길 대표, 전교조 경남지부장 등 15명 대표들이 "공무원도 노동자다. 노동3권 보장하라"는 대형 프래카드들 앞세워 대회장을 빠져나가 가두행진을 시작했다. 오후 5시30분 현재 전공련, 부공련, 전교조, 자치노조, 공대위 깃발 등을 앞세우고 창원 중앙체육공원을 향하고 있다.

정부의 탄압방침에도 가족과 함께 대회에 참석한 모습이 눈에 띈다. 이들 공무원들은 가족의 손을 맞잡거나 자녀를 목마에 태워 노동가와 구호를 따라 외쳤다.

저녁 6시 현재 창원시청 앞을 지나는 7000 여명 참석자들은 수십대의 진두차량과 함께 선도자의 구호와 노래에 맞춰 함성과 구호를 외치며 들뜬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창원시청 정문에는 "환영, 공무원 대회"라는 대형현수막이 걸려있다.

2.5km의 긴 행렬로 장관을 이룬 대열은 편도 6차선을 꽉 매운 채 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평화롭게 행진을 하고 있다. 가두행진을 지켜 본 창원시민들은 "공직사회 개혁"과 "노동기본권 쟁취" 구호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공무원노조 불허 방침을 세운 정부는 징계·사법처리로 하위직 공무원의 집단행동을 막겠다고 밝혔지만 전공련은 노동·시민단체와 연대해 권리를 찾겠다는 의지가 확고해 과거와 달리 정부의 일방적 탄압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하위직 공무원들의 공직사회 개혁주체 선언과 노동기본권 쟁취 주장은 단순한 선언차원을 넘어 구체적 시기까지 제시하고 있어 공무원 노조결성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3신 : 저녁 8시> "직장으로 돌아가면 탄압이 예상되지만 이겨낼 것"

저녁 6시가 넘어 가두행진을 마친 집회 참석자들은 해산 집회를 위해 경남 창원 중앙체육공원에 모였다.

민주노총 손석형 경남본부장은 연대사를 통해 "공무원 노동자도 권력복종의 사슬에서 탈출해야 하며 노동자가 주인이 되는 세상을 열어가는데 연대해야 한다"고 당부하면서 "직장으로 돌아가면 탄압이 예상되지만 굳건히 이겨낼 것으로 믿는다"고 말을 맺었다.

경남공직협 김영길 회장은 "4.19 민주혁명의 불씨를 지피고 6.10 민주항쟁이 뜨겁던 경남에서 90만 공무원 노동자들이 권력의 하수인 역할을 청산하고 국민의 봉사자로 거듭났다"며 대회의 의미를 강조했다.

이와 함께 "공무원 노조는 시기상조다, 국민의 정서가 용납하지 않는다는 등의 보수적 시각으로 공무원 노동기본권 쟁취를 방해하고 있는 기성 보수언론의 작태는 공무원들로부터 반대에 부딪칠 것이다"며 보수 언론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공대위 집행위원장으로 사립학교법 개정과 관련해 삭발투쟁 중인 이수호 전교조 위원장은 이날 대회에 참석해 공무원 노동기본권 쟁취에 적극 연대하겠다는 뜻을 밝혀 참가 공무원들로부터 환호를 받았다.

이 위원장은 이날 대회에 대해 "교육개혁과 교육공무원 노동기본권을 국민의 신뢰로 확보할 수 있었던 것처럼 공무원들도 노동기본권과 공직사회 개혁의 주체로 거듭나는 자리였다"고 평가하면서 "전교조는 공무원 노동기본권 쟁취를 위해 적극 연대해 돕겠다"며 연대의지를 거듭 확인시켰다.

전공련 박재범 사무처장은 "정부가 집회 참석자 전원 파면조치, 전공련 지도부 12명 사법처리 등 강력한 탄압방침에 전공련 공무원들이 위축될 것으로 예상했다"고 말하면서 "그러나 전공련 산하 100여개 직협 한 곳도 빠짐 없이 공무원들이 대거 참석하면서 공무원들의 노동기본권 쟁취에 대한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며 성공적인 대회였다고 평가했다.

행자부는 경찰에 집회장소 원천봉쇄 요청과 함께 경남지역 기관에 집회 참석저지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찰은 평화집회를 유도해 별다른 마찰 없이 대회가 순조롭게 끝났으며 경남지역 공무원들도 대거 참석했다.

전공련은 차봉천 위원장의 공무원노조결성 선언을 구체화하기 위해 빠른 시일 내에 중앙위원회의를 열어 세부일정을 수립할 방침이다. 또 12일 집행회의를 소집해 정부의 집회 참가자 탄압에 대한 대응방침을 세울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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